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삼청동에서 자그마한 와인바를 운영 중인 양송이라고 합니다. 사실 와인바 사장보다는 명란이 보호자로 시간을 더 보내고 있다 보니 제 소개를 어떻게 해야할지 애매하네요. 게다가 5년 전까지 만해도 제가 지금 이렇게 지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서요.
전엔 어떤 일을 하셨어요?
14년간 S사 반도체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했어요. 오랜 시간 일했다 보니 아직까지는 저의 20-30대를 불태웠던 연구원 시절의 생활 패턴이 몸에 배어 있어요. 이렇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네요. 한때 반도체 연구원, 현재 본캐 와인바 사장, 부캐 명란이 엄마!
회사를 그만두시며 이곳으로 이사하신 건가요?
네. 원래는 아파트에 살았어요. 회사를 그만두며 오랜 로망이었던 한옥에 살고 싶어 삼청동 근방을 알아봤죠. 요즘 부동산들은 매물을 공유해서 한곳만 가도 여러 개의 집을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 동네는 좀 독특하달까요? 각각의 부동산이 가진 매물이 모두 달랐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발품을 팔았던 것 같아요.
삼청동 메인 거리에서 적당히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시끄럽지 않고, 아늑한 느낌도 들어요.
이곳은 원래 3대가 살고 있던 40년 된 주택이었어요. 건물 1층은 애견카페였고요. 그래서 가끔 애견 카페인 줄 알고 찾아오는 분들도 계셨어요. 5년 전 이곳을 계약하면서 1층은 와인바, 2층은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 했어요. 지금은 애견 카페의 강아지들 대신 와인바에서 명란이가 맞아주고 있답니다.
명란이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 대형견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저희 부부도 막연하게 그런 삶을 꿈꾸고 있었죠. 아파트 생활을 접고 결혼 10년 차에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한번 도전해 볼까 생각하던 중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 시험에 탈락한 아이들을 일반분양을 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어 입양 신청을 하고 반년 정도 기다려 만난 아이가 명란이랍니다.

이름이 독특해요. 명란이!
저희 집에 명란이 말고 굴이라는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는데 굴이를 먼저 입양했어요. 남편과 제가 굴을 좋아해서 이름을 ‘굴(Oyster)’로 지었는데 그때쯤 언제가 될지, 고양이일지 개일지 모르겠지만 둘째를 들이게 된다면 ‘명란’으로 짓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길 했었어요. 삼청동으로 이사 온 후 안내견 학교 출신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입양하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명란이랍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명란젓도 저희가 엄청 좋아하거든요.
명란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 명란이와 똑같이 생긴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여러 마리 있더라고요. 모임도 자주 갖는 것 같았고요. 명란이의 학교 동문인가 봐요.
맞아요. 자주 만나는 친구들 모두 명란이와 같은 안내견학교 동문들이랍니다. 명란이랑 똑같이 예비 안내견으로 사회화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안내견 시험에서 탈락하고 반려견으로 임무 변경된 똥꼬발랄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아이들의 모임이에요. 사실 명란이 입양하고 1년간은 특별한 친구없이 저희 가족과 만 지냈거든요. 그런데 보호자가 아무리 잘해줘도 강아지는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있어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때쯤 운명처럼 SNS를 통해 명란이 동배의 보호자와 연락이 닿게 되면서 그 이후로 자주 만나고 있고 5년째 모임을 지속하고 있어요.

이렇게 예의 바르고 순한데, 시험에서 왜 떨어졌어요?
사람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서요(웃음).
송이님께서 명란이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신다고 들었어요. 처음 간식을 만들어 주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명란이 전에 개를 키워본 적이 없어요. 불과 몇 년 전에 고양이 굴이를 키우게 된 게 반려동물의 첫 경험이었던 거죠. 케바케지만 고양이는 기본적 성향이 자율배식이라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기 때문에 굴이를 키우면서 몸무게 관리라는 개념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너무나도 먹는 것에 진심인 래브라도리트리버인 명란이에게 식사량 관리가 필수였는데 그걸 안일하게 생각한 거죠. 정신 차려보니 일 년도 되지 않아 7-8kg이 급격히 쪄서 뚱보 래브라도가 되어있는 거예요.
명란이의 다이어트가 시작된 거군요.
너무나 충격이었어요. 대형견들 특히 리트리버는 고관절 문제로 적절한 몸무게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저의 소홀함의 결과로 체중계가 띄어준 숫자는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저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간식을 아예 주지 않을 수는 없으니 직접 만들어서 주기로 했어요. 손쉽게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들보다는 수제간식이 칼로리가 낮은지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단순히 몸무게만 줄어들면 건강이 안 좋아질까 봐 질 좋은 간식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학원 등록하고, 반려동물 식품관리사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어요.
반려동물 식품관리사 자격증이라니요. 처음 들어봐요!
명란이를 키우며 관심을 가지니 훈련, 치료, 간식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꽤 다양한 자격증이 있더라고요.
직접 만들어 주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명란이의 성공적인 다이어트 성공 후 프로 유지어터의 비결인 수제간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 벌써 4년째네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으셨겠죠? 명란이가 냄새만 ‘킁!’ 맡고 등을 돌리지는 않았나요?
없어서 못 먹는 래브라도에게 간식을 거부하는 일은 있을 수 없죠. 오히려 간식 만드는 내내 옆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냄새로 배를 채우며 입맛만 다시고 있는 명란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몰라요. 특히 건조 간식의 경우에는 10시간가량 시간이 걸리는데 식품건조기 근처에서 떠나질 못해서 식품건조기를 세탁실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명란이 동문 친구들 생일파티가 있을 때면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가거든요. 다른 간식들은 완성되면 명란이가 먼저 맛볼 수 있는데 케이크는 생일파티가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먹을 수가 없어서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는 문제가 생겼답니다.
사람 음식은 만들면서 맛을 보잖아요. 그런데 반려동물의 음식은 어떤 기준으로 만드세요? 저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가끔 사료나 간식을 살피면 입맛을 다실 냄새가 아니더라고요.
보통 강아지 수제간식을 떠올리면 사람 음식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르고 어렵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예전의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만들다 보니 사람 음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간단해요. 간을 맞추는 과정만 빠질 뿐 만들려고 하는 결과물에 따라 재료를 손질하고, 굽고, 볶고, 찌는 과정은 동일하거든요. 완성된 것을 먹어보면 간을 안 했으니 당연히 내 입에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건강한 맛이 느껴진달까요. 간혹 맛보다가 옆에서 침 흘리고 있는 명란이와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큰일 납니다.
지금도 명란이가 송이님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제가 다 마음이 약해져 반죽이라도 주고 싶어지네요.
간식을 만들 때뿐 아니라 명란이 밥시간인 오후 4시만 되면 눈을 마주치며 저를 보채요. “뭐 잊은 것 없어?” 하는 눈빛으로요(웃음).
주로 쿠키 종류를 만드시는 것 같은데, 만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만드는 양에 따라 다르지만 틀을 이용해 모양을 찍어서 만드는 쿠키의 경우에는 1-2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고요. 짤 주머니를 이용하거나 스쿱으로 떠서 만드는 간단한 쿠키의 경우에는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한 번 만드실 때 굉장히 많은 양을 만드시는 것 같았어요. 주변 강아지들과 나눔을 하시나요? 그랬을 때 강아지들의 반응은요?
명란이 친구들 모임의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만드는 간식의 양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만나는 동문 모임 외에도 동네 친구들도 있거든요. 생일 케이크도 예전에는 1단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무조건 2단을 만들어야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어요. 아이들 반응이야 늘 폭발적입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또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주로 사용하시는 재료가 있나요?
특별한 간식을 만들 때 말고 평소에 만들어 주는 것들은 소위 말하는 냉장고 털이 요리라고 보시면 돼요. 냉장고에 있는 당근, 브로콜리, 애호박, 고구마 등 자투리 야채들과 닭 가슴살, 국거리용 소고기, 연어 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꺼내서 잘게 다져서 섞은 다음에 오븐에 구우면 ‘테린’이 완성됩니다. 가끔 육류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들 만날 때는 고기 대신 병아리콩을 넣어서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맛도 중요하지만 명란이의 건강을 위해 재료의 배합도 신경 쓰실 것 같아요.
처음 수제간식을 만들게 건강한 다이어트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재료에 신경을 쓰는 편이긴 했어요. 야채와 고기를 다져서 오븐에 구운 테린도 자주 만들긴 하지만 가끔은 관절에 좋다는 그린홍합을 식품건조기에 말려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약처럼 하루에 몇 개씩 먹이기도 하고요.
보양식도 만드신다고요.
여름이 되면 특별히 보양식으로 먹이는 것이 있는데 연어 대가리를 5시간 정도 푹 익힌 후 갈아서 파우치에 소분해 두었다가 밥 위에 얹어주고 있어요.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최근에는 자잘한 걸로 병원에 갈 일이 줄어들었고 에너지 레벨도 높아진 느낌이에요. 한번 만들 때 8팩 정도 나오는데, 명란이 친구 엄마들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절대 양보하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제보에 따르면, 송이님의 수제간식을 한 번 맛보면 반려견들이 개껌은 입에도 안 댄다고 했어요. 송이님만의 비법이 궁금해요.
저도 그 얘기 듣고 엄청 웃었어요. 사실 개껌은 맛보다는 씹는 재미로 먹는 거잖아요. 아마 명란이도 개껌과 수제간식을 동시에 내밀면 수제간식을 선택할 꺼예요. 물론 다 먹고 개껌도 가져가겠지만요. 하지만 제가 만드는 수제간식의 비법이 있다면 코코넛오일이 아닐까 싶네요. 코코넛오일은 급여해도 좋고 피부에 발라줘도 좋은 식재료거든요. 그래서 저는 다진 야채를 볶을 때 코코넛오일을 크게 한 스푼 넣는데, 그 달달한 냄새와 맛이 아이들의 코와 입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송이님이 만드신 간식 중 명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늘 1초 컷으로 먹어버리는 명란이라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기가 어렵네요(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수제간식 월드컵 게임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진행과정과 결과를 인스타 계정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려묘 굴이를 위한 간식도 따로 만드시나요?
굴이는 입맛 까다롭기가 보통이 아니에요. 고양이들이 모두 환장한다는 츄르도 거부할 정도의 까다로움이랄까요. 그래서 아직 굴이를 위한 간식은 성공하질 못했습니다. 저의 목표가 있다면 굴이도 코박고 먹는 수제간식 만들기입니다.
낮에는 명란이 보호자로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와인바를 운영하신다고요. 힘들진 않으세요?
맞아요. 하지만 낮 시간에 명란이와 보내는 스케줄이 다양하죠. 평소에는 명란이랑 동네 친구 만나서 산책하고 카페 가고 차분하게 지낸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동문 래브라도 친구들 만나서 격렬하게 놀거든요. 여름에는 수영장 가서 놀고 봄에는 꽃구경도 가고 가을에는 단풍 구경도 가고 여기저기 좋다는 곳은 열심히 다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와인바 오픈 시간에 맞춰 돌아와 저는 일을 합니다. 명란이는 자고요…

와인바에서 명란이가 가게 마스코트가 될 것 같아요. 워낙 예의가 바라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명란이를 보러 오시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보시면 돼요. 예전에는 명란이 존재를 모르고 오셨다가 놀라서 발길을 돌리시는 손님도 있었는데 요즘은 명란이 매력에 빠져서 다시 오시는 손님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인 애교가 장착되어 있어서 낯선 사람이 와도 반겨주고, 어릴 때 조기교육받았던 게 있어서 손님들한테 무례하게 들이대거나 음식에 달려들지 않아요. 단, 불쌍하고 배고픈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서 ‘배고픈 상태’로 오해 받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역시 배운 강아지는 다르네요. 영업 부장님으로 불러도 되겠어요.
맞아요(웃음). 그래서 명찰도 만들어 줬어요. 최근엔 영업 이사님으로 진급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간식이 있다면요?
굴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만드는 것! 또 장기적인 도전으로는 몇 년 뒤면 명란이도 노령견의 시기에 접어들 테니 그 시기에 맞게 영양소를 채워줄 수 있는 주식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