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표현하는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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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지운 홈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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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론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콘텐츠 디렉터,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 발행인 등. 레퍼런스 없이 오직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차우진은 누구보다 업무 환경에 진심인 사람이다. 오랜 프리랜서 생활의 노하우를 살려 사무실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가꾼 그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두 차례의 미팅을 소화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의 삶과 여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차우진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 평론가

주요 장비
커브드 모니터, 손목보호대
집스터 일과
뉴스레터 마감, 미팅, 커뮤니티 모임
특징
안방은 사무실, 거실은 미팅 겸 모임 공간으로 활용



오랜 기간 홍대 부근에 거주했다가 최근 성수동으로 이사를 했더군요. 

마포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2020년 가을에 성수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함께 사는 여자친구가 뚝섬역 부근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종종 야근도 하고 출퇴근 거리도 멀어지니 성수에 한번 살아볼까 싶어 집을 알아봤어요. 마침 바라던 사이즈의 집이 나와 조건을 따질 새도 없이 바로 계약했고, 이삿날 처음으로 집 상태를 보게 됐죠. 짐이 모두 빠지고 청소를 한 뒤 쓱 둘러보는데 거실이 넓어서 좋더라고요. 


이사를 온 뒤로 집에서 주로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출퇴근을 했는데, 오히려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집과 사무실을 분리하면 자연스럽게 업무의 경계가 생겨야 하는데 저는 그게 불가능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죠. 사무실의 일을 집에서 연장해서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집과 사무실의 업무 환경이 달라지는 게 불편했어요. 그래서 사무실과 집의 모니터, PC를 모두 동일한 모델로 맞춰서 썼죠. 그러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싶더라고요. 결국 사무실로 쓸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거죠. 


프리랜서로서 이상적인 업무 환경은 무엇인가요?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게 잘 맞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디지털 노마드과 다름없는 삶이었죠. 그런데 저는 일하기 좋은 카페가 아니라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거더라고요. 제게 딱 맞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세팅해 두면 굳이 다른 장소에서 일을 할 이유가 없죠. 이를테면 업무 인터페이스가 달라지면 몸의 경험이 달라지고 결국 일하는 감각도 달라져요. 그걸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저는 그 시간조차 아까웠어요. 예전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일을 했지만, 이제는 굳이 집 밖에서 일을 하지는 않아요. 급한 이메일 정도는 스마트폰으로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일을 하지 않을 때 집에서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프라모델을 조립해요. 둘 다 일과 상관없는 것들이죠. 이전에는 주로 드라마나 영화, 음악 쪽 평론을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을 감상하는 게 죄다 일로 느껴졌어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집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모두 일의 연장인 셈이죠. 틈날 때 사진책이나 아트북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제게는 온전한 휴식이에요. 


베란다 한쪽은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공간이군요. 

건담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위주로 조립을 해요. 이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진열장도 하나 들였죠. 프라모델 조립은 손을 쓰니까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장난감 조립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거실 한쪽은 온통 음반 CD로 가득해요. 특별히 애착을 갖고 수집한 음반이 있나요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평론을 위해 모은 음반이 대다수죠. 일과 상관없이 꾸준히 모아온 음반 중에는 톰 웨이츠나 더 내셔널 밴드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여러 뮤지션의 곡을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도 좋아해요. 요즘에는 주로 음원으로 나오지 않는 앨범 위주로 모으는 편이죠. 


스피커도 빈티지 모델을 사용하시네요?  

1970년대 소니에서 가정용 전축 중 프리미엄 라인으로 나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된 모델이에요. 운 좋게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사실 음질이 뛰어난 편은 아니죠. 소니 최초의 워크맨 디자인을 살린 한정판 MP3 플레이어나 25주년 CD 플레이어처럼 휴대용 플레이어를 좋아해서 틈틈이 모으고 있어요.    




음악 평론가이면서 음악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케이팝을 심도 깊게 다룬 <케이팝 제너레이션> 다큐멘터리의 스토리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고요. 

제가 정의하는 대중음악은 매스미디어를 기반으로 유통되는 음악이에요. 단순히 인기로 판가름하는 건 아니고 대중이 곧 매스미디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미디어 산업 없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없고, 산업화되지 않은 음악은 지속될 수 없어요. 그런 관점에서 음악 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게 결코 음악 평론과 별개인 일은 아닌 거죠. 음악 자체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일이지만 미디어와 산업 측면을 살펴보면 음악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론가 외에도 뉴스레터 발행을 비롯해 콘텐츠 비즈니스까지 차츰 영역을 확장해가는 듯합니다. 

음악도 미디어도 차츰 변하고, 제 직업 역시 마찬가지라는 고민이 늘 있었어요. 프리랜서가 되면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종속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죠. 업계가 무너지는 순간 저의 일거리도 사라지는 그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건데, 결국 스스로가 어떤 답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평론가의 길을 고민한 것이겠군요. 

평론가든 저널리스트든 에디터든 본질적으로는 리서치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매일 들여다보고, 듣고, 자료를 찾아서 얻은 것들을 조합하는 일이니까요. 리서치를 충분히 해야 좋은 창작물이 나오고 저널리즘이 되고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거나 비평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죠. 같은 글쓰기라도 사실상 다른 글쓰기인 셈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하는 일의 비전이 보이긴 해요. 




<차우진의 TMI.FM> 뉴스레터 운영을 통해 얻는 성취감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에 대해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어요. 결심을 하고 나선 생각보다 빠르게 실행에 옮겼죠. 운영을 하는 3년 동안 여러 시도를 해보는 중이에요. 유료 구독 모델을 만들고 한 차례 가격을 올려보기도 했죠. 지금도 디테일한 부분은 계속 바꿔가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있어요. 뉴스레터 운영을 하면서 저는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해요. 우선 제가 하는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아카이브 역할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글을 싣는 매체로 키워나가는 거죠.


뉴스레터 유료 구독 모델은 쉽지 않은 도전으로 보여요.  

유료 콘텐츠는 인사이트가 넘치거나 데이터가 최대한 풍부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독점적인 데이터가 많았을 때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니까요. 다만 기존 데이터로 제작한 2-3차 가공물이니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유료 구독은 콘텐츠에 대한 비용보다 커뮤니티 비용에 가깝도록 변경을 했어요. 


구독자들과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한 달에 한 번 이곳 거실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해요. 주제에 어울리는 영화를 각자 감상한 뒤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죠. 매주 한 번씩 줌으로 만나 토론을 하고 북 토크도 별도로 하고 있어요.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저는 리서치를 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정의해요. 그래서 많은 것들이 섞일 수밖에 없어요. 음악과 음악 비즈니스에 관해 얘기하는 평론가이면서 콘텐츠 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될 때도 있고 동시에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존경했던 평론가들도 그 직업에 대해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어요. 어차피 레퍼런스는 없다고 생각했죠. 나날이 바뀌는 환경 속에서 내가 갈 길은 결국 내가 찾아야 하니까요.


차우진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지네요.  

오프라인 공간 운영에 관심은 있는데. 아직은 질문을 던져보는 단계에요. 일단 뉴스레터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어요. 뉴스레터는 저의 미디어이면서 또 비즈니스이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의 작은 모델링이 되어주기도 하죠. 콘텐츠와 비즈니스, 음악을 아우르는 뉴스레터를10년 목표로 운영해보려 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실패하고 배우고 또 다른 관점을 얻기까지 10년을 채웠던 것처럼요.



Tips

차우진 추천, 지금 구독해야 할 뉴스레터

1. 스웨들(The Swaddle) 

인도의 젊은 여성들이 만드는 웹진. 피상적으로만 알도 인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가령 지난 주에는 인도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와 서구 자본주의가 인도 문화계에 침투하는 과정과 인도의 여성 퀴어 커뮤니티와 폴리아모리에 대한 칼럼이 올라왔어요. 어떤 분위기인지 알겠죠?


2. 네오룩

전시를 소개하는 웹진 겸 뉴스레터. 20년이 넘었는데 디자인이 한결같아 가독성은 좀 떨어는데,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알차요. 제가 다소 대안적이거나 이상한 예술적 취향을 갖게 된 원인의 8할은 네오룩 덕분일 거예요. 


3. 보름유유

저의 신간 <마음의 비즈니스>를 낸 출판사라서 추천하는 건 아닙니다. '유유에서 책을 냈다'는 사실은 제게 정말 특별하고 영예로운 일이긴 하죠. 2023년에 책을 만드는 일은 단지 직장을 넘어서서 출판업계 사람들의 진지한 고민과 애정을 접할 수 있어요. 더불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게 됩니다. 그런 뉴스레터가 드물다는 게 핵심이죠. 


4. 스피콜라(Speakola) 

소셜미디어에서 유명인의 연설은 인기가 많죠. 특히 대학 졸업식 축사라든가 시상식의 소감이라든가, 성공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남다른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니까요. 스피콜라는 이런 연설만 모아두는, 스피치 콜렉터의 프로젝트입니다. 시대도, 성별도, 인종도 따지지 않아요. 그저 일주일에 두어 번 소개하고 싶은 연설을 공유하는데, 역사적 배경과 연설 내용을 이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Editor
Ko Hyun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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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세심하게 설계한 이지훈 씨의 음악방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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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모으는 집 

    8년간 수집해온 600장의 LP와 함께 사는 김통일 씨의 음악 감상’집’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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