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과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광고 대행사에서 매체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브랜드에서 광고를 집행할 때 예산과 기간에 맞춰 매체를 선택하고 집행하는 일을 해요. TV, 잡지 같은 전통 매체부터 다양한 디지털 매체까지 포괄해 다루죠. 직업이 저를 대변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저는 가족과 함께하는 평안한 삶을 추구하며, 음악•영화•소설 같은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사람이에요.
얼마 전 집 짓기 과정을 담은 에세이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를 출간했어요. 남들보다 기본 욕구가 한 가지 더 있다는 저자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청욕’이라는 표현을 썼더라고요.
‘청욕’은 사전에도 없고 신조어도 아니에요.(웃음) 맛있는 걸 먹으면서 혹은 사랑을 나누면서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을 때 뇌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있어요. 마치 글쓰기나 책 읽기처럼 저는 음악을 통해 세상을 확장해요. 맛집을 찾아다니진 않지만 들을 것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찾아 나서죠. 그 감각을 계속해서 느끼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 같아요.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청욕을 추구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못 할 만큼 숨죽여 온전히 음악 소리에만 집중해 본 적이 있나요? 제가 그 느낌을 인지했던 게 초등학교 4-5학년 때예요. 당시 라디오로 가요나 팝송 듣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그렇게 음악 듣기를 추구했고,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탐험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제게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요.
마음에 드는 앨범 한 장이 손에 들어오면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방사형으로 뻗어나가기도 하죠. 한 뮤지션이 활동했던 특정 시기의 앨범을 모조리 사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뮤지션과의 협연 앨범을 찾아내기도 해요. 고등학생 때 키스 재럿(Keith Jarrett)의 1986년 라이브 앨범을 처음 듣고는 그 시기의 전후 앨범을 거의 전부 구입했어요. 키스 재럿을 듣다가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을 알게 되고, 찰리 헤이든을 듣다가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을 듣게 되는 거죠. 물론 앨범 재킷 디자인에 매료되어 앨범을 사기도 하는데, 제 방에 액자로 걸려 있는 블루 미첼(Blue Mitchell)의 <Blue’s Moods>가 그런 경우죠.
학창 시절에 심취했던 음반이나 뮤지션을 소개한다면요?
1988년 처음 워크맨을 샀을 때 데모 테이프에 담겨 있던 음악 몇 곡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는 그룹 사운드의 느낌을 처음 알게 해준 곡이죠. 그 테이프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도 있었는데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라는 곡이었고, 팝송의 희열을 알게 해주었어요. 고등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뮤지션은 키스 재럿이지만 스팅(Sting)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도 좋아했어요. 사랑하고 아끼는 아티스트나 음반이 있더라도 언제나 그에 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잖아요. 여전히 제가 아는 것은 사막의 모래알 정도라고 생각해요. 청력이 허락하는 한 지금도, 앞으로도 새롭게 발견하고 사랑할 음악은 무궁무진하니까요.
음악 방이라고 하니 음반으로 가득한 수집가의 음악 감상실을 상상하게 되는데, 본인의 음악 방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에게 음악은 삶의 원동력이에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껴요. 너무 사랑하는 것이기에 곁에 두고자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저를 컬렉터라고 소개하고 싶진 않아요. 오디오 장비나 음반 수집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있지만 저는 수집에 골몰하기보다는 음악을 깊고 섬세하게 듣는 것을 좋아해요. 32년 동안 나만의 음반 컬렉션이 촘촘하게 쌓인 것처럼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수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모으려고 해요.
음악 방을 만들 때 특히 염두에 둔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방의 너비나 높이 같은 수치요. 가장 좋은 소리가 나는 방의 황금 비율이 있거든요. 그런데 음악 방을 넓히면 거실이 작아지는 거였죠. 음악 방 크기 10cm 차이로 아내와 다툼이 있었어요. 결국 제가 관철시켰죠. 이걸 양보하면 안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경하게 나갔고, 납득은 못 했지만 아내가 받아들였죠.(웃음)
나만의 음악 방을 갖고 싶어 하는 초심자에게 장비를 추천한다면요?
그 공간이 꼭 음악 감상을 위한 독립된 공간일 필요는 없어요. 거실 TV 옆이나 PC 책상 옆 한쪽에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놓을 작은 자리만 있다면 언제나 가능하죠. 간편하게는 블루투스 스피커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좀 더 제대로 듣고 싶다면 올인원 앰프에 북셸프형 스피커 정도면 됩니다. 마란츠(Marantz)나 데논(Denon) 정도의 오디오 전문 브랜드라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할 수 있고, 좀 더 고급스러운 사양을 원한다면 네임(Naim), 나드(Nad), 캠브리지오디오(Cambridge Audio) 등을 추천해요. 한 단계 더 나아가 LP를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연결해서 턴테이블 + 올인원 앰프 + 스피커의 구성을 만들어보세요. 누군가의 미니 시스템,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집을 짓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이 집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과정이에요.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는 고난의 과정이죠. 수전 변기, 작은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그 결과가 우리 집이고 내 가족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해서보다는 오히려 가족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아요.(웃음) 호미질을 잘하는 아내가 설계도 잘한다는 사실도 알았고요. 저희는 주상 복합 아파트에서 시작했고 이곳이 네 번째 집인데, 돌이켜 보면 그곳이 어디였든 모두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신의 취향도 공간도 잃기 쉬워요. 자신만의 동굴 같은 공간, 아빠의 취향을 나누는 가족 간 소통의 공간 중 음악 방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둘 다인 것 같아요. 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는 저 혼자 가족과 분리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아내나 딸에게 가족보다 이 공간이 소중하냐며 핀잔을 들을 때도 있죠. 음악 방은 기본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제가 이곳에 있으면 언제든 딸이 곁에 와서 앉아요.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죠. 가족과는 음악 감상보다 영화를 더 즐기는 편이에요.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사람 많은 극장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 모두 좋아해요.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잖아요. 셋이 어떤 영화를 볼지 정해 놓고 다들 조금 들떠 있어요. 함께 즐기면 기쁨은 배가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