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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모으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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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 김통일 씨의 집은 밤이 되면 음악 감상실로 변신한다. 8년 넘게 수집해 온 LP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은 본래 안방이었던 곳을 거실로 바꾼 것.  좁았던 거실을 주방으로 바꾸고 집에서 가장 컸던 안방을 거실로 바꾼 덕분에 음악 감상만을 위한 공간이 더 크고 쾌적해 졌다. 퇴근 후엔 그날 들을 LP를 신중하게 고르고 위스키 한잔을 즐기며 아내와 하루를 돌아보는 일상은 김통일 씨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된다. 때로는 침실 대신 거실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LP를 감상하는 부부. 두 사람에게 음악이 있는 집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약속없이 모여 뛰놀던 놀이터 같은 공간이다. 음악과 함께 웃고, 떠들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김통일

8년간 600여장의 LP를 수집해 온 아날로그 음악 수집가

본업
식품 관련 기업에 근무중인 회사원
특징
매일 그날의 음악을 큐레이션 하는 방구석 DJ



LP를 모으신지 8년이 되셨다고요. 가장 처음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이었던 거죠.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부모님의 턴테이블로 LP 음악을 들었던 추억이 있는데,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카세트 테이프와 CD가 등장하면서 어느샌가 집에서 사라졌더라고요.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부모님 선물을 살 일이 있었는데, ‘턴테이블과 LP를 선물로 드리자!’라는 생각을 떠올리고 레코드숍을 방문했어요. 선물로 드렸던 LP도 성공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저희 부부가 LP에 푹 빠진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LP를 구입하고 지금까지 즐겨 듣게 되었거든요.


양가 부모님이 모두 LP 감상을 좋아하셨던 건 흔치 않은 일이네요. 어린 시절 기억 속 LP와 얽혀 있는 추억도 있나요? 

집에 있었던 LP 아트웍 중 선명하게 기억나는 음반이 있어요. 산울림의 ‘개구장이’라는 음반인데, 개구장이라는 음반 제목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죠. 어설픈 듯 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컬러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나요. 음반에 수록된 개구장이라는 노래도 좋아해서 집에 있던 헤드폰으로 매일 반복해서 들었어요. 벌써 30년도 넘은 일인데, 그 때의 이미지가 선명히 기억나는 게 참 신기해요.


그 점이 바로 음악의 장점일까요? 소리와 함께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 다는 점이요.

맞아요. 그 점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희 부부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다시 LP 감상에 빠져든 것도 다 음악과 함께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덕분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LP를 좋아하셨던 것도 인상적이네요. 그 시절엔 보통 친구들과 뛰어 노는 걸 더 좋아하잖아요.

LP판을 살포시 턴테이블에 올리고, 턴테이블이 돌아가고 음악이 나오기 전까지의 행동이 재미있었어요. 당시 꼬마에게는 꽤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이점은 지금의 제가 LP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좋아하는 것을 대할 때 작은 정성과 집중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요.


턴테이블은 민감한 기계라 어린 아이들은 만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머니께서 어린이 김통일에게 강조하셨던 주의 사항은 없었나요?

LP를 만질 때 음반에 손이 닿으면 안된다고 알려주셨어요. LP를 들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거였죠(웃음). 작은 손으로 가장자리를 잡고 조심조심 꺼냈던 기억이 나요.


LP 감상을 위해선 주의해야 할 점이 많죠. 그래서 어렵게 느끼는 분들도 많고요.

휴대폰 스트리밍으로 듣는 거에 비하면 꽤 번거로울 수 있어요. LP를 올리는 턴테이블과 소리를 출력할 스피커, 소리를 증폭해 줄 앰프도 필요하거든요. LP판에 먼지가 남지 않도록 직접 닦아서 관리도 해야 하고요.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LP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그 점을 매력으로 느끼시기도 해요.




프로 LP 감상러를 꿈꾸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요?

주변에 있는 중고 LP샵을 한번 방문해보세요. 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고요.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중고음반을 직접  만져보고 감상도 해보면  LP가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 지실 거예요. 


LP를 수집하시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LP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점이요. 틈틈이 LP판을 세척해주는 것도 필요한데, 이런 수고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볼만 한 일이예요. 특히 LP판의 소리골을 훑어주는 스타일러스(바늘)를 조심히 다루셔야 해요. 저 역시 처음 LP를 듣기 시작할 땐 바늘이 상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소리에 잡음이 섞이는 건 물론이고,  LP 판 자체도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 주시는 게 좋아요. 




1장에서 600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LP를 모으고 난 후부터는 새로운 지역이나 나라에 가면 그 곳의 LP샵을 들르게 됐어요. 그렇게 찾아간 샵에서 구매한 음반은 더 특별하게 기억되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 부부가 치앙마이 여행을 갔을 때 구매한 조지 벤슨 음반들을 플레이 할 때는 치앙마이에서의 기억이 음악과 함께 몽글몽글 피어 올라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꾸준히 구매를 하다 보니 어느새 600여장이 되고 말았네요(웃음). 


그럼 처음으로 구매했던 LP가 뭐였는지도 기억하세요? 

아쉽게도 첫 LP가 뭐였는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구매를 시작했을 무렵은 기억하고 있어요. 2017년 서울 혁신 파크에서 열린 서울 레코드 페어였어요. 지금도 매년 열리는 행사인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음반이 있고 또 이미 즐기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걸 보고 놀랐었죠. 이용, 이선희, 이승철, 해바라기, 트윈 폴리오 가수들의 음반과, 마일드 데이비스의 재즈음반을 구매했었어요.


거실의 장은 LP 보관만을 위해 마련하신 거죠?

LP 수가 늘어나면서 보관도 신경을 써야 했어요. 특히 중앙의 위아래에 있는 수납장은 장인어른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수납장이라 더 특별해요. 직접 목재를 골라 제작해 주신 거라 더욱 애착이 가요. 




거실을 LP 감상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두셨어요. 부부에게 LP란 그만큼 특별한 존재인가요?

어린 시절엔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모두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서 신나게 뛰어 놀곤 했잖아요. 저희 부부에게 이 거실은 그런 공간이에요.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물며 음악을 듣고, 웃고, 떠드는 공간이요. 음악을 틀어 둔 채 낮잠을 자기도 하고, 지친 하루를 서로 나누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 


부부만의 LP 감상 루틴도 있나요? 

DJ는 거의 제가 맡고 있고요(웃음). 아침에 일어나면 그 날 기분에 따라 음반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주로 밤 시간에 듣는 걸 좋아해요. 음반을 틀기 전에 LP수납장 앞에 앉아서 뭐가 있나 하고 신중하게 음반을 고르는데, 이게 루틴이라면 루틴인 것 같아요. 어제 없던 음반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떤 게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매일 보고 또 고르게 되더라고요. 




자기 전에도 LP를 감상하곤 하신다고 들었어요. 마치 꿈꾸는 기분일 것 같은데요. 자기 전 듣기 좋은 LP를 몇개 추천해 주신다면요?

언제인가 ‘밤’에 대한 곡을 큐레이션 해본 적이 있어요. 그중에서 오석준 1집의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박정운 2집의 ‘오늘 같은 밤이면’을 추천 드려요. 지금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라면 김현식 4집의 ‘여름 밤의 꿈’, 그리고 여행스케치 1집의 ‘별이 진다네’. ‘별이 진다네’는 도입부를 꼭 들어 보셔야 해요. 환상적인 여름 밤을 완성하실 수 있을 거예요. 늦은 밤 위스키 한 잔과 들어 보시는 것도 좋고요. 저희 부부는 위스키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잠들기 전 술 한잔과 음악의 조합이라니. 듣기만 해도 몸이 이완되는 기분인데요.

맞아요. 턴테이블 맞은 편에 요기보 빈백을 뒀는데요. 음악을 틀고 몸을 털석 뉘이면 얼마나 편안한지 몰라요. 기분 좋게 나른해 져서 잠이 들어버릴 때도 있어요.




이제는 LP를 구매하는 두 분만의 기준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구매를 하게 됐어요. 초기에는 제 취향과 맞지 않아도 ‘좋아 보여서’, ‘인기가 많아서’ 산 앨범도 꽤 많았거든요. 지금은 우리 부부 취향에 맞는지, 그리고 자주 손이 갈 음반인지 고민해서 구매하는 편이에요. 또 중고 음반의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구매하고 싶은 앨범이 있을 땐 휴대폰에 꼭 기록을 해둬요. 


이제는 수집에도 체계가 생기신 거네요. LP의 어떤 점을 가장 사랑하세요?

시간을 들여 음악에 집중할 수 있고, 추억이 담긴 음반을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는 점이 좋아요. LP에 안에 추억이 함께 보관 된다 고나 할까요? 이 LP는 언제, 어디에서 구매했는지, 누구와 함께 들으며 시간을 보냈는지 같은 것들이요. 수납장에서 LP를 꺼내는 행위가 마치 옛 사진이 보관된 앨범을 꺼내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LP로 집을 채워 나가실 거죠?

물론이죠. 이제 저에게 LP는 음악과 추억을 함께 기록하는 수단과도 같아요. 앞으로도 저희 부부의 공간 속에 새로운 추억을 쌓아 나가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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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oojung Choi
|
Photographer
Studio Soodal
|
Date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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