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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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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잠을 깨우고 눈을 뜨자마자 피아노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바흐의 작품을 두어 곡 연주하는 장면. 맑은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이는 과학동아 잡지의 기자로 일하는 김방통씨의 꿈이다. 바로 아침의 피아노’ 김방통씨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의 노력이 삶에 리듬을 만들어주고 점점 견고한 세계가 지어지는 과정이다. 매월 만물의 질서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잡지를 만들어내는 그의 생활에 피아노는 더없는 안식처다. 그가 안식처를 드나드는 이야기는 브런치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것을 읽고 있자면 도대체 피아노란 악기는 얼마나 기묘하고 성스러운 사물인가 궁금해진다. 


김방통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에 관해 쓰고 피아노에 관해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본업
<과학동아> 기자 
특징
인터뷰 도중 돌연 연주하고 노래함



브런치에 연재한 피아노 일기 ‘금요일의 피아노'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거든요. 그래서 붙인 제목이에요. 벌써 4년 전인데, 애인과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소화 시킬 겸 산책이나 좀 하고 들어가야겠다 하다가 피아노 학원을 발견하고 바로 등록했어요. 보통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성인을 대상으로하는 취미 수업이다보니 선생님께서 엄청나게 칭찬과 격려, 응원을 해주세요. 그렇게 3달 넘게 다녔더니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는 성인 중에서 3달 이상 지속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선생님께서도 저를 다르게 보시고 마음의 문을 연 것 같아요.


피아노를 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어렸을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여느 아이들처럼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때 학업 스트레스를 떨치려고 다시 시작했었고요. 대학교를 다닐때도 다시 치다가 멀어지다가 했죠. 최근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4년 전이에요. 코로나로 바깥 활동이 어려울 때는 특히 집에서 피아노 치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됐죠.


피아노의 즐거움이 뭔가요?

피곤할 때, 생활에 지쳤을 때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마감이 있는 직업이다보니 야근이 잦은데 12시 넘어서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바로 잠들기 싫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럴 때 피아노를 치면서 피로를 풀곤 해요. 일이 잘 안풀리거나 불안할때도 중간 중간 피아노를 치면서 기분을 환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피아노가 이렇게 도피처가 되어줘요. 


브런치에 연재한 글 중에서, 특히 피아노를 집에 들이는 과정을 적은 이야기가 흥미로웠었어요. 

좋아하는 책 중에 앨런 러스브리저의 다시 피아노라는 책이 있어요. 영국 <가디언>의 편집국장이었던 사람인데 취미로 피아노 연주를 해요. 저명한 만큼 별장도 있고,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자신의 공간 한 가운데에 두고, 피아노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곤 하거든요. 반면 저는 피아노를 들이기로 마음먹으면서 앨런 러스브리저와 달리 악기를 수용하는 공간과, 그 공간을 점유할 수 있는 계급적 한계를 절감했죠. 지금의 피아노는 직장 근처에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구매했어요. 야마하, 커즈와일, 영창 등을 쳐보고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보며 골랐어요. 과밀한 서울의 좁은 원룸에 살면서 피아노를 들인다는 것 자체로도 큰 결정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언젠가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 이웃간의 소음 등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많이 좁아지죠. 결국 피아노를 들이는 대신 책상을 빼기로 하고 전자 피아노로 타협했어요.  


디지털 피아노는 어떤가요?

피아노마다 개성이 있다지만 전자 피아노는 특히나 카멜레온 같달까요. 건반을 누르는 느낌은 같은데 수십가지 다양한 소리를 내고, 심지어 건반의 무게감도 조절할 수 있어요. 어쿠스틱 피아노의 감촉과 음색을 따라갈 순 없더라도 집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집에 피아노가 있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뭐가 다른가요?

피아노가 곁에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돼요. 이전에는 피아노를 치려면 학원에서 연습실을 대여해야 했어요. 우선 예약을 해야 하고, 예약을 해두고 막상 그날이 오면 귀찮아질 때가 있지만 가야하고, 피아노를 정말 치고 싶은 날에 못 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이젠 11시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언제든지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게 너무너무 편하고 좋아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요. 




요즘은 어떤 곡 연습하고 있나요?

올해의 목표는 베토벤이예요. 최근에 좋아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생겼거든요. 


지금까지 음악 취향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굉장히 잡다하게 듣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안데스 템플로 전통 음악 앨범을 들었고, 클래식, 록, 현대 음악 등 왔다갔다 해요. 특별히 꼽아보자면 브람스의 후기 피아노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데 특히 지친 하루를 보낸 밤이나,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 짚어 말하자면 12월 동지가 오기 전까지 치기 좋아요. 


예전에 기타를 메고 여행을 다니며 쓴 글을 엮어 출판하기도 했죠?

2009년 말부터 2010년 여름까지 8개월동안 호주, 뉴질랜드, 유럽 여행을 하면서 기록한 내용을 엮은 책이에요. 여행 동선을 뮤직 페스티벌 위주로 짜서 10개 정도의 축제를 다녔고, 기타 연주를 하면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여행 중간 중간 만나는 사람들과 즉흥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많이 쑥스럽지만 값진 추억이었던 건 분명해요. 


글에서 ‘기타가 떠돌이의 동료라면, 피아노는 정주민의 가구다’ 라는 표현을 썼던 게 기억나네요.

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악기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느껴요. 물론 지금도 기타를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현재 저의 생활은 클래식과 피아노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피아노 외에 다른 취미도 있나요?

클라이밍을 해요.


타건할 때 필요한 손가락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겠는걸요?

사실은 클라이밍 하면서 왼쪽 손목과 팔에 자꾸 무리가 오곤 했어요. 작년에 쇼팽 에뛰드를 연습할 때 반 정도만 쳐도 왼팔이 너무 아파서 못 칠 정도로요. 그런데 충격파 치료를 받았더니 염증이 줄어들었는지 피아노 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네요(웃음). 통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충격파 치료를 추천합니다.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도 있나요?

예전에 한 번 트위터를 통해 피아노 치는 분들과 이야기 하다가 실제로 만난 적이 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분이 세 분 계셨고,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연주자가 한 분씩 계셨어요. 피아노가 있는 공간에서 모였는데, 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종종 만나서 합주하시던 분들이더라고요. 술 마시고 얘기 하다가 연주 하고, 음악 듣고 그랬어요. 저는 이후에 일정이 있어서 금방 일어나야 했지만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에요. 


재즈 밴드도 하신다면서요 

대학교 친구들과 회사 선배 등 제가 끌어들인 사람들과 합주를 해요. 어쩌다 보니 저는 거기서 피아노가 아닌 드럼을 치고 있는데요, 팀 이름은 ‘뉴트럴리티 스푼’이라고 지었어요. 


중립 숟가락이요?

함께 브리또 볼을 먹던 와중이었는데 누가 “중립 숟가락이 필요하겠는데?” 해가지고 막 지은 이름이에요. 




책이 많이 보이는데, 그중 피아노에 관한 책으로 재미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여러가지 있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는 <중국집-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가 있어요. 작가가 피아노 조율사예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조율하는데, 다니는 곳 근처에서 중국요리를 먹으러 다니는 내용이에요. 사실 피아노보다는 짬뽕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아서 음악 책으로 분류해도 될 지 고민했지만 재미있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럼 진짜 피아노에 관한 책도 한 권 꼽아주세요.

<굴드의 피아노>도 인생깊게 읽었어요. 굴드가 실제로 사용한 피아노에 대해 다루는 책이에요. 글랜 굴드는 건반이 무척 가벼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주로 쳤거든요. 피아니스트에게 피아노는 어떤 의미인지 가늠해볼 수 있었어요. 지금 제가 사용하는 전자 피아노와는 다른데, 악기에 따라 소리가 어떤 물질성을 띄는 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음악은 주로 어떻게 들어요?

애플뮤직과 유튜브를 주로 이용해요. 유튜브 계정 중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관해 무척 섬세한 설명과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올리는 계정(@Ashish Xiangyi Kumar)이 생각나네요. 악장별로 음악에 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해주는데, 저는 음악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보니 무척 도움이 되고 흥미롭더라고요. 


피아노에 관해 수집하는 것들도 있나요?

악보요. 가끔 음반을 사기도 하지만 소장하기에는 악보가 더 끌리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독일의 헨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원전 악보를 주로 모아요. 만듦새만으로도 매력적이거든요. 20개의 악보집으로 구성한  미국 얼터너티브 아티스트 벡Beck의 앨범도 아끼는 소장품이에요. 

 

피아노로 이루고 싶은 꿈 같은거 있나요?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는거요. 피아노를 제 삶의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에요. 새로운 곡을 알아가면서 클래식부터 현대곡까지 다양하게 치는 상상을 해요. 그리고 스트라빈 5번을 치는 건 요즘의 꿈이랄까요. 무척 어렵거든요. 11분짜리 다락 장곡인데, 마지막에는 현대적인 화성에 낭만적이기도 한 곡이예요. 



Tips

김방통씨가 추천하는 음악 책 

<굴드의 피아노> 
케이티 해프너 지음 글항아리 펴냄 


<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베런 지음 프란츠 펴냄


<다시 피아노>
앨런 러스브리저 지음 포노 펴냄 


<피아노의 역사>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포노 펴냄 


<음악의 사물들 : 악보, 자동악기, 음반>
신예슬 지음 작업실 유령 펴냄. 


<소리 잃은 음악 : 베토벤과 바버라 >
이야기 로빈 월리스 지음  마티 펴냄  

Editor
Yoo Dami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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