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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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게임하러 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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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천은 사람을 모을 줄 안다. 독서 모임과 달리기 모임을 운영했고 몇 차례 플리마켓을 주최했으며 올해 자기 생일 파티에는 마흔 명이 넘는 지인을 초대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에 맞춰 집에서 피파 대회를 열 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정인천이 이벤트를 열면 사람들이 모인다. 그의 이벤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활반경 전체를 둘러보았다.


정인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축구 게임 대회를 여는 집스터

주요 장비
플레이스테이션
주특기
사람들 모으기
집스터 일과
방구석 피파 대회 주최자
맥시멀리스트, 장발과 수염, 노련한 진행, 국문학과

작년 월드컵 대회 기간에 맞춰 집에서 피파 대회를 열었죠?

네. 예전에 나이키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쉬는 시간마다 동료들이랑 피파를 많이 했어요. 매장 에서 하다가 플스방에 갔다가 집으로 오게 됐죠. 그때부터 이미 집에서 비공식으로 ‘방구석 피파 대회’를 열어 왔어요. 피파는 모여서 하는 게 맛이거든요. 게임 구경하면서 웅성웅성 한 마디씩 훈수도 두고요. 집에서 피 파 대회를 연 건 순전히 제가 재밌기 위해서예요.


어떤 규칙이 있나요?

방구석이니까 별거 없죠. 참가비를 만 원씩 내고 그걸 다 상금으로 걸었어요. 토너먼트로 하면 첫 판에 진 사 람은 흥미가 떨어지니까 조별 예선을 만들었고요. 참여한 사람은 총 여섯 명, 3인 1조. 예선 통과한 네 명이 서 4강 토너먼트 진행.


집에서 이벤트를 열려면 준비가 꽤 필요할 것 같아요.

지인 위주라 크게 준비할 건 없었어요. 오기 전에 바닥이나 한번 쓰는 정도.


대회 참가자가 모두 지인이었군요.

네. 사촌 형, 지금 직장 동료, 나이키 시절 동료, 독서 모임의 친구 등이 섞여 있었어요. 참가자들은 초면도 있 지만 저는 모두 아는 사이였어요.


1등 상품은 뭐였죠?

6만 원에 교촌치킨 쿠폰. 교촌 직원이 있어서 그분이 쿠폰을 부상으로 걸었어요. 마지막으로 우승자는 '오래 도록 칭송 및 구전’. 아마추어에게는 자기가 잘한 게임이 최고예요. 내가 잘한다는 사실이 무리 안에서 구전 되는 것 만한 보상이 없죠.


우승자는 누구였나요?

제가 ‘사커비’라는 축구 데이터 커뮤니티 회사에서 일하거든요. 사커비 사용자로 알게 된 사람이 우승했어요. 축구는 기세가 중요하거든요. 그분은 뛰어난 정신력을 발휘해 모든 게임을 역전승으로 이겼어요.


총 경기 시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3시간쯤?


게임 말고 진짜 스포츠도 좋아하죠? 전공은 뭐였어요?

국문학이요. 원래 농구 잡지 기자가 꿈이었어요. <점프볼>이나 <루키>같은.

농구도 좋아하는군요.

운동 중에 농구를 제일 좋아해요. 방 곳곳에 농구 만화 속 대사나 장면을 붙여놨어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하 는 게임도 축구 게임 피파 시리즈랑 농구 게임 'NBA 2K'시리즈 이렇게 두 개만 해요.


피파를 안 해봐서 그런데 몸으로 하는 축구랑 뭐가 달라요?

일단 화면 속 선수들이 모두 저보다 뛰어나요. 전체를 지휘할 수도 있고요. 제가 언제 벤투 감독한테 어떤 선수를 쓰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게임에서나 가능하죠. 꿈의 플레이를 할 수 있죠. 축구도 재밌지만, 체력의 한 계로 두 게임을 연속할 수는 없잖아요. 피파는 가능해요.


피파 게임이 실제 축구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되나요?

아니요. 게임 속 선수처럼 움직이는 게 제 몸에선 안 돼요. 둘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축구선수 출신의 사촌 형과 인천 님은 자주 만나 게임을 하죠? 누가 이겨요?

방금은 제가 이겼어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게임에도 자기 스타일이 담겨요. 형은 드리블 위주로 게임을 풀 어 나가요. 헛다리를 짚거나 접는 타이밍이 자기가 축구할 때랑 같아요. 논스톱으로 공을 띄워 반대편으로 패 스하는 게 현실에서 안 된다면 게임에서 시도를 안 하는 식이죠. 반면 애초에 그런 감각이 없는 저는 게임을 게임처럼 해요. 현실에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거리낌 없이 해요. 형이 앞집에 살아 자주 같이 게임을 하는 데 지난 시즌에는 둘이 1,000판 정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전적은 비슷해요. 520:480으로 유지돼요.


천 판이요? 집에 있는 시간이 꽤 긴가 봐요.

저 생각보다 집에 많이 있어요. 집에서 일도 하고 책도 봐요.


사촌들과 가깝게 지내나 보죠?

원래 이 집에 누나랑 저, 그리고 사촌 누나랑 셋이 살았어요. 큰 방에 누나들 지내고 작은 방에 제가 있었죠. 냉장고는 그때 있던 거예요. 이 집에 7년간 살았는데 혼자 살게 된 건 2017년 말부터예요.

작은 방에서 지냈군요. 그러기엔 짐이 꽤 많아 보이는데요.

그때 제 방엔 침대 하나가 전부였어요. 옷도 많지 않았고요. 누나들이 나가고 혼자 살게 되니 집이 너무 크고 공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물건과 친구들을 채워 넣었어요. 한때는 거의 매일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와서 피파를 하다가 이 집에서 자고 가곤 했어요.


지난주에는 성수동에서 인천 님의 생일 파티를 열었어요. 50명 정도의 사람이 모인 것 같던데요.

그 정도 오기로 했는데 못 온 사람이 몇 있었어요. 그래서 총 43명이 모였죠.


대단하네요. 서울숲에서 달리기 크루도 이끌었죠? 또 이렇게 사람을 모은 일이 뭐가 있었죠?

독서 모임도 하고 있고 플리마켓도 열었죠.


아, 집에서 플리마켓을 연 적도 있었죠?

이전 회사에서 임금 체불로 생활이 어려웠던 적이 있어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었어요. ‘89마켓’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물건을 SNS에 올린 다음 30명 정도 예약을 받았어요. 시간대별로 나눠서 한 시간에 서너명 씩 입장하도록요. 본가에서 키 운 매실로 매실 에이드를 한 잔씩 주고 제 옷이랑 신발 구경시키고 대화하고 다음 손님 받고 그랬어요.


독서 모임도 하고 있다고요.

국문학과에서 저는 책을 안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게 좀 콤플렉스였어요. 책만 읽으려고 휴학을 한 적이 있 을 정도로요. 사회 나와서 보니까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책으로 모임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서 모임의 이름은 ‘다소 사적인 클럽'이에요. 미국 아이비리그의 비밀 클럽 같은 느낌으로 로 고도 휘장처럼 만들었어요.

모임이든 행사든 사람 모으는 일은 신경 쓸 게 많지 않나요?

많죠. 어떤 이벤트든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곤란한 건 예측불가능함이잖아요. 저는 제가 아는 사람을 주로 모아요. 거기서 허들 하나를 넘는 거죠. 큰 변수가 하나 줄어드니까요.


모임 주최자로 이루고 싶은 건요? 부와 명성이라든지…

글쎄요. 별로 얻고자 하는 건 없어요. 저 역시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뭘 줘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요.


사람을 모으는 일에는 어떤 기쁨이 있나요?

참여한 사람이 재밌으면 좋죠. “인천아, 행사 정말 재밌었어.”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기뻐요. 그런데 그 재미 라는 게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에요. 누군가는 행사에 와서 공연을 본 게 재밌을 거고, 누군가는 모르는 사 람과 대화가 즐거웠을 거고, 먹은 음식이 만족스러운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주최자가 참여자를 위하는 마음 만 있다면 재미는 어떻게든 참가한 사람이 채워 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 중인 모임이 있나요?

방구석 피파 대회도 그렇고 이번 생일 파티도 그렇고 계획 없이 시작했어요. 앞으로 벌일 일에서도 별생각이 없어요.


해보고 싶었던 모임은요?

진짜 별로 없는데… 코로나로 멈춘 서울숲 달리기 크루는 다시 살려보고 싶네요.


왜요?

러닝 초심자를 데리고 모임을 했어요. 저는 남에게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독서 모임도 독서 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보다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분들과 하거든요. 이런 취미에 허들이 낮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이끄는 보람을 느끼는군요.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이 와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이 행사는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라 지적하면 운영자 입장에서 힘들잖아요. 제가 진행하기 편해서도 있고요. 보람을 느낄 때는 따로 있어요.


그게 언제죠?

제가 연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하게 지낼 때요. 그게 정말 좋아요. 저는 계속 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주최하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 행사의 뒤풀이까지 맡기는 어려워요. 즐거웠다면 저를 빼고라도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제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분이 이어지는 걸 볼 때 뿌듯해요.

그래도 주최자인데 빼놓고 만나면 서운하지 않나요?

오히려 좋아요. 저는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의무감을 느끼는 게 부담스럽거든요. 모임도 마찬가지예요. 그러 기에 제 인생은 너무 벅차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려 늘 노력해요.


소속된 농구팀이나 축구팀도 없나요?

네. 없어요. 어느 집단에 가든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으려 해요. 저는 제 그릇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해요. 그렇게 해야 여유를 가지고 다음 행사를 준비할 수 있거든요.


이벤트 주최 마니아의 팁이네요.

맞아요. 계속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다면 무리하지 마세요. 욕심부리지 말고 한 발짝 떨어지세요. 그래야 또 재밌는 일을 벌일 수 있습니다.


Tips

더 초록 정인천처럼 🏠집에서 🎉이벤트를 열고 싶다면?

1.
처음이라면 지인 위주로 초대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줄고 마음도 편하다.😍
2.
SNS를 활용한다. 가장 쉽고 효과가 좋은 홍보 방법이다.😗
3.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 않는다. 청소는 간단히, 음식은 최소한으로 준비한다. 이때 주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는다.😁
4.
뒷일까지 책임지려는 부담을 버린다. 뒤풀이나 회식 같은 건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해도 된다.😏
Editor
Seohyung Jo
|
Photographer
Studio Shinhoon
|
Date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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