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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계절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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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마주한 아름다운 정원. 이곳은 야생화, 숙근초, 여러해살이 풀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처음 땅을 마주하고 2년간 땅을 일구며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든 정원가 김재용을 만났다. 개구리, 새, 두더지가 마음 놓고 놀러 오는 그의 정원엔 봄을 지나 초여름의 푸르른 색감이 가득했다. 


세븐시즌스/ 김재용

48살에 다시 배움을 시작해 하늘의 빛과 바람으로 계절을 일구는 정원가가 된 집스터

본업
정원가
주특기
자연의 천이 현상을 이해하고 정원에 활용
특징
정원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기




정원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 만드신 것 같아요. 

땅이 습해 배수가 안되는 땅이라 좋은 흙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기존에 있는 땅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 고민이 많았죠. 먼저 기존 땅에 메밀과 코스모스 씨앗을 섞어 뿌렸어요. 땅이 척박해 힘을 돋기 위해서요. 9월 1일에 뿌렸는데 한 달 만에 메밀밭이 펼쳐졌어요. 메밀이 질 때쯤 그 사이로 코스모스가 돋아났죠. 식물의 생리를 알면 식물을 가지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 수 있어요. 두 번의 이벤트를 감상한 뒤 메밀과 코스모스 씨앗이 맺힌 것을 그대로 두며 땅을 갈았어요. 토착 미생물을 땅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였죠. 그 다음 해에는 유채 씨앗을 뿌렸어요. 그랬더니 5월에 노란색 유채밭이 펼쳐졌죠. 그리고 또 땅을 갈았어요. 그리고 그 해 꽃과 식물을 심기 시작했어요. 2년 동안 땅을 준비한 거네요. 이제는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는 땅이 됐어요.  


본래는 꽃 농사를 지으셨다고요. 그러다 정원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적 부모님 집 마당이 300평가량 됐었는데, 그 중 100평 정도, 부모님이 꽃밭을 일구셨죠. 그 배고픈 시절에도 꽃을 키우신 것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을 꽃과 함께 보내니 자연스레 꽃에 대한 관심이 생겨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하고 꽃 농사를 지었죠. 종묘를 구하러 네덜란드, 독일도 갔어요. 그러다 그들의 정원 문화가 부러워졌죠. 꽃 농사를 그만두고 정원일을 시작했는데 문제는 디자인 감각이었어요. 식물을 잘 키우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정원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48살에 대학을 다시 갔어요. 




48살에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전혀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3학년으로 편입해 컬러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학교 시스템이 일본 아이치 대학교에서도 학점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어서 일본에서도 수업을 들었죠. 일본어를 못하니 옆 친구에게 물어보며 공부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일본어도 공부해 2급을 땄어요(웃음). 결국 아이치 대학교 건축대학 디자인학부를 졸업하게 됐습니다. 뿌듯하고 즐거웠어요.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을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었거든요. 요즘도 공부하고 있어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원일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것이 느껴져요. 당연히 집보다 정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시지요?

집에서는 잠만 자고 바로 정원으로 뛰어나와요. 병이죠(웃음). 정원일은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대표님에게는 정원이 곧 집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시간을 정원에서 보낸다면, 대표님만이 아는 정원의 아름다운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새벽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창밖의 풍경을 살펴요.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으면 아침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요. 밥도 안 먹고 뛰쳐나오죠. 낮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숲과 정원에 거미줄이 있거든요. 안개가 낀 날에는 그 거미줄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요. 귀한 풍경이죠.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마치 잠들어 있는 공주의 성에 온 기분이랄까요. 저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죠. 또, 이른 아침엔 숲속의 새들이 정원에 날아와 뷔페식 잔치를 가지는 모습도 봐요. 온갖 벌레를 잡아먹어주죠. 


벌레를 잡아 주다니. 정원에 좋은 일이네요. 

맞아요. 이 땅에 살고 있었던 개구리, 맹꽁이를 위해 한편에 작은 연못도 만들었어요. 그곳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지금은 올챙이가 수천 마리 있어요. 올챙이가 자라며 앞다리가 쏙 나오고, 뒷다리가 쏙 나오면 뭐가 되죠?


개구리요!

그렇죠. 개구리 역시 정원을 뛰어다니며 벌레를 잡아줘요. 연못이 있으면 모기 걱정을 하시잖아요. 하지만 연못에 올챙이가 모기 알을 다 잡아먹어요. 모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죠. 




개구리와 새가 대표님과 협업해 정원을 가꾸는 거군요! 그야말로 생태정원이네요. 자연을 닮은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여기 오자마자 제일 먼저 고민하고 결심한 것이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리며 정원을 만들 수 있을지 였어요. 땅에 물이 솟아나니 금개구리, 도롱뇽, 맹꽁이, 고슴도치 등이 살고 있었죠. 저는 우리나라에 고슴도치가 자생한다고 생각 못 했는데 이곳에서 있더라고요. 


고슴도치도 있어요? 

네. 고슴도치뿐 아니라 미생물, 지렁이, 뱀, 두더지 정말 다양하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땅의 정원을 생태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저의 정원엔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럼 잡초 같은 것은 어떻게 관리하세요? 

세상에 잡초와 싸워 이긴 사람 없다고 하죠(웃음). 잡초와 싸우려고 해서는 안 돼요. 이것 또한 식물의 생리를 이해하면 자연친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저는 땅에 멀칭제를 뿌려요. 햇빛을 막아줘 잡초가 생기고 번지는 것을 막아줘요. 




정원일은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일이군요. 정원을 생태적으로 관리하시는 다른 사례도 궁금해요.

장마철 되니 곰팡이균이 생겨서 식물이 썩기도 했어요. 산에 가서 낙엽 속에 핀 하얀 곰팡이를 가져왔죠. 가져온 곰팡이를 양말에 넣고, 다른 양말엔 감자를 삶아 넣었어요. 그리고 쑥 효소액을 첨가했죠. 이 상태로 하얀 곰팡이를 키워 물에 탄 뒤 식물에 뿌려줬어요. 나쁜 곰팡이 균을 좋은 곰팡이로 없앤 사례예요. 수십 년 동안 이 환경에서 자란 토착 미생물로 농약 없이 식물을 건강하게 만들었어요. 농약을 쳐야 한다면 정원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농약을 치고 예쁜 장미꽃을 보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예쁜 것을 보기 위해 건강에 해로운 것을 할 이유가 없죠. 식물 고유의 저항 능력을 믿고 도와주는 것이 정원가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븐시즌스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정원을 개방하신다고요. 해석하자면 일곱 개의 계절이라는 뜻인데, 낯선 느낌이 들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계절이라는 것이 인간이 구분하기 편하기 만든 것이잖아요. 하지만 사실 선을 그어 구분할 수 없어요. 세븐시즌스는 독일의 정원가 칼 푀르스터에게 영향을 받아 지은 이름이에요. 18세기 근현대의 정원을 살펴보면 정교하고, 정형화된 것들이 주를 이뤘는데 칼 푀르스터가 처음으로 숙근초와 야생화를 정원에 들였어요. 그를 기점으로 정원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원가들 또한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요. 


대표님도 칼 푀르스터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셨나요? 

그가 쓴 책을 수십 번 읽은 것 같아요. 칼 푀르스터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분이죠. 2차 세계대전은 참전도 하셨고, 중간에 제대했어요. 전쟁의 참혹함을 느낀 그는 정원 관련 책을 만들어 군부대에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2차 대전 이후 수없이 많은 가드너가 탄생했어요. 자연주의 정원의 출발은 칼 푀르스터라고 할 수 있어요. 저도 그분처럼 살고 싶어요. 흉내라도 내며 살아보자며 그 꿈을 여기에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엔 그 분처럼 육종을 하고 싶어 공부 중이고요.




육종이라면 새로운 식물을 개발하는 것이죠?  

네, 칼 푀르스터처럼 육종을 하고 싶어 공부 중입니다. 그는 정원가이자 식물 육종 학자이기도 했어요.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고 이름을 붙일 때면 자신의 이름 대신 꽃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지었죠. 예를 들어 델피늄, 우리말로 제비고깔꽃이라는 꽃이 있어요. 이것은 꽃의 형태가 제비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고요. 영롱한 아침 햇살이라는 뜻의 꽃도 있어요. 400종이 되는 식물을 육종했지만 자신의 이름은 하나도 붙이지 않았어요. 정원 위쪽으로 재배지가 있어 그곳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물 품종을 만드는 일은 5-10년이 걸려요. 집념이 필요한 일이죠. 육종가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지난겨울, 개인적으로 방문했었는데, 그때는 마른 갈색이 주를 이루는 정원이라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것이 겨울의 색이라고 설명해 주셨죠. 저에게는 ‘죽은 식물의 색’이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계절의 색이 가장 좋으세요? 

처음 이곳에 정원을 계획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리 흉내를 내도 자연이 만드는 색을 따라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특히 봄의 색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새순이 나는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연두색부터 맑은 초록까지 부드러운 그러데이션이 형성되죠. 정원에 큰 나무가 있어 나무 그늘이 형성되는 곳이 있어요. 봄꽃은 나무 밑에서 꽃을 빨리 피우고 여름에 잠을 자는 종류가 많아요. 금낭화 같은 경우가 그렇죠. 핑크, 빨간색 등 화려하게 피고 6월 말이 되면 싹 사라져요. 이미 꽃을 피우고 사라진 식물이 많아요. 앵초나 수선화, 튤립 같은 구근류도 그렇죠. 이런 식물은 봄이 꽃을 일찍 피우고 자러 들어갔어요. 여름이 가까워지면 짙은 초록색이 많아져요. 꽃도 봄에 비해 화려한 것들이 피어날 거고요. 




잠자고 있는 식물을 잊고 다른 꽃을 심으면 어떡해요? 

그래서 가드너들은 자신만의 정원 지도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요. 또 식물을 심을 때 각자의 원칙도 있죠.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 구근류는 나무와 그라스 주변에 심어요. 이러한 원칙이 있다면 새로운 식물을 심을 때 그 주변은 땅을 파지 않겠죠? 


멀리서 보면 꽃과 잎사귀의 색이 어우러져 흐드러지는 모습이 장관이에요. 하지만 정원 안으로 들어가 찬찬히 살피면 작고 소소한 꽃들이 은은하게 자리한 것이 흥미로웠거든요. 이런 이유에서였네요. 또 어떤 식물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정원에는 260여 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어요. 이들이 계절이 바뀌며 자신의 순서에 맞춰 꽃을 피우죠. 감동사초, 정향풀, 노루오줌 등 다양해요. 이것들은 가을에 볼 수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정원에 식물을 심고 가꾸시는 것 같아요. 언제쯤 대표님이 계획하신 정원의 풍경이 완성될 것 같으세요? 

완성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이 만드는 거죠. 하늘의 빛과 바람이 정원을 완성합니다. 내가 의도하고 심고, 지켜봐도 그대로 되지 않아요. 생태적 천이라는 것이 그래요. 세력이 왕성해 땅을 선점하는 식물이 나오기 마련이죠. 때문에 제가 그린 그림과 언제나 다르게 나온다고 봐요. 올봄, 내년 봄이 달라요. 좋아진다, 완성된다는 표현보다는 새로워진다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요. 


초보 가드너를 위한 팁이 있다면요?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너무 부지런해도 안돼요. 식물 스스로가 힘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주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Tips

세븐시즌스 김재용 정원가의

<실내 가드닝을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식물>

아열대에서 자라는 수종

"노지에서 월동하는 식물은 한여름의 뙤약볕, 겨울의 추위를 온전히 이겨내야 꽃을 피우고 자라기에 실내 식물로는 적절하지 않아요. 꽃을 피우는 식물도 마찬가지죠. 화려한 꽃은 실내에서 일주일이면 탈색이 되어 제 색이 안 나와요. 야외에서 적외선, 자외선을 풍부하게 받아야 색이 발현되죠. 실내는 2-3중 유리로 빛을 차단하잖아요. "

추천 식물 : 잎의 모양과 색만 즐길 수 있는 스킨답서스, 고사리과 식물


관리법 : 식물등을 쬐 준다든지, 창문을 열어 햇빛을 쬐주는 등의 정성 없이는 안돼요. 실내의 낮은 광에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확률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Editor
Suji Kim
|
Photographer
Hyeongin Park
|
Date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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