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창조하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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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정원사 말리의 비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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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기기 시스템 개발을 연구하는 이연경은 집 안에서 ‘말리’라는 이름과 함께 특별한 집사가 된다. 스스로 날씨를 파악해 일조량을 조절해 주는 스마트 재배기, 볕이 들지 않는 집 안에서도 식물이 쑥쑥 자라나게 해주는 스마트 조명까지. 스마트한 ‘식집사’를 꿈꾸며 식물의 생장 환경을 연구하는 말리의 집에 초대받았다.
말리/ 이연경

어떤 환경에서도 식물이 잘 자라도록 스마트 정원을 설계하고 식재료도 재배하는 자급자족 라이프 실천가

주요 장비
야외 스마트 식물관리기(태양광패널, LED 조명, 기상관측 센서), 실내 식물관리기(LED 조명, 손풍기), 틔운, 꽃삽, 분무기, 토기 화분, 그로우백(부직포 화분), 텃밭상자 등
본업
의류건조기 개발 연구원
부캐
스마트 식집사
이과 두뇌

이 집, 조금 특이해 보이네요.

처음 오신 분들은 조금 놀라세요.(웃음) 이 주택단지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빌리지’예요. 최근 정부에서 ‘스마트 시티 국가 시범 도시’를 만들고 있어요. 미래에 사용하게 될 혁신 기술을 주택에 적용한 단지를 만들고, 일부 시민에게 이곳에서 5년간 살며 피드백과 연구에 도움을 주도록 만든 곳이죠. 음성으로 전등을 켜고 끄는 단순한 기능부터 가족의 생활 패턴을 파악한 AI가 집 안의 온습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최신 기술까지 모두 집약돼 있어요.


텃밭에 있는 이 독특한 기계는 뭔가요?

집 앞 텃밭을 관리하기 위해 제가 직접 설치한 스마트 홈 기기예요. 날씨를 감지하는 센서와 태양광 패널을 연동해 식물 재배를 도와줍니다.


직접 설치했다고요? 이 기계가 어떻게 텃밭을 관리하는데요?

이 센서에는 각국의 날씨와 온도, 습도를 수집한 데이터가 담겨 있어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식물에 어떤 광량이 필요한지 LED 조명에 전달해 줘요. 이런 조건을 만들어두면 실내 수경 재배에 특히 용이하고, 햇빛이 부족한 작은 텃밭에서도 활용하기 좋죠. 저 나름대로 이름도 붙여봤는데요, ‘즐거운 나의 집’이에요.


금손이시네요. 혹시 전공을 물어도 될까요?

대학에선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선 의류건조기에 들어가는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일을 해요. 대학원에서는 기계공학과 기계교육을 전공했어요. 올해부터는 농학과에 편입해서 공부할 예정이에요.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사는 공간이 변하면서였어요. 저의 관심사는 오로지 최신 IT 기기나 스마트 제품이었어요. 식물은 좋아하지 않았죠. 집에 식물을 들여놓으면 자꾸만 죽어 나갔거든요. 1년 전 주택으로 이사 와서 작은 정원이 생겼어요. 한 평(3.3m2) 남짓이지만 식물을 심으니 쑥쑥 자라더군요. 그때부터 식물 키우는 데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최신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기계까지 직접 만들었군요.

식물이 더 잘 자라는 환경에 대한 나름의 연구를 했어요. LG 식물 재배기인 ‘틔운’이 단서가 됐어요. ‘주변환경에 따라 알아서 온도와 바람을 조절해주고 시간에 따라 빛을 조절해주는 스마트한 기계가 조금 더 커질 순 없을까’ 생각한 거죠. 그래서 아이가 쓰던 놀이 텐트를 분해해 골조만 남기고 정원에 설치했어요. 미국에서 만든 날씨 센서를 이용해 태양광 패널과 연결했죠. 주변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하기에 좀 더 자랑해 볼까 싶어서 지역 조경 아이디어 대회에 나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대상을 받아버린 거예요.(웃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겠어요.

대개 조경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이 주를 이루는데, 스마트 케어 아이템을 이용한 점이 인상적이라는 게 심사위원의 평이었어요. 지역 대회 대상을 계기로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전국 대회에 나갔는데 거기서도 2등을 했죠. 1등 한 참가자는 닭 여러 마리 데리고 나왔더라고요. 그건 못 이겼죠.


그래서 지금 집에 있는 식물은 얼마나 되나요?

화분이 30개 정도 있어요. 집 안에서도 LED 패널을 활용해 식물을 키우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니까 벌써 이렇게나 많아졌네요.(웃음)


식물 종류 가운데 허브류가 많아 보여요.

관상용 식물을 키우면서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음식이나 음료에 이용할 수 있는 식물을 키우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 직접 키운 상추나 케일 같은 걸 아이가 굉장히 잘 먹어서 더 재미있어요.


자급자족 라이프네요!

조금 전에도 밥투정을 하더니 상추와 함께 주니까 맛있게 다 먹더라고요. 채소가 자라는 과정을 직접 보고 물도 주고 하니까 채소에 애정이 생기나 봐요.


아이를 위해서 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키우는 건가요?

꼭 아이만을 위해서는 아니에요. 실용성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웃음) 저는 관상용으로 식물을 두고 보는 것보다는 저만의 경험을 녹여내는 걸 좋아해요. 교과서에서나 만나던 작은 포자들이 움트는 모습, 그 포자가 꽃을 피우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음식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고 즐거워요.


직접 키운 식물이나 꽃으로 만든 음식 중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시트러스 향의 과일 껍질과 바질, 딜을 섞어 만든 ‘딜버터’, 그리고 직접 만든 복숭아청에 냉침한 파인애플 민트 워터를 섞어 만든 ‘복숭아 파인애플 민트 차’요. 마당에서 박하, 페퍼민트, 애플민트, 파인애플민트를 조금씩 키우니까 그때그때 다른 걸 넣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잎을 딸 때 줄기까지 조금씩 따주면 생장을 더 잘하니까 이렇게 해서 밭을 가꾸는 데 도움도 되고요.


라이프집에서 ‘말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데, 이승철 노래 ‘말리꽃’에서 따온 이름인가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말리는 재스민꽃을 의미하는 태국어인데, 제가 몇 년 전에 라오스 시골 마을에서 봉사하며 태국어를 배우게 됐어요. 지역민의 삶에 필수적인 기술을 전수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당시 저는 마을 한편에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를 만들고, 그걸 마을에서 전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간단한 시설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어요.


지금의 스마트 정원사 ‘말리’를 탄생시킨 고마운 경험이네요.

그러고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일들이 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생활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누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이것만큼은 내가 제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는 식물이 있다고요.

네, 메리골드(금잔화)예요. 이 집에 와서 길러본 것 중 처음으로 꽃을 맺은 식물이었어요.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기 때문에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꽃의 예쁜 얼굴을 볼 수 있고, 특유의 화려한 향이 제 정원에 생기를 더해줘요. 꽃이 너무 예뻐서 열심히 기르기 시작했는데 번식력이 굉장하더라고요. 물을 주고 햇빛만 잘 쪼여주면 쑥쑥 자라요.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수경 재배도 해보고, 화분에도 심고, 노지에도 심었어요. 그랬더니 그 양이, 지금 저희 단지 내 여러 정원에 메리골드가 자라고 있어요.(웃음) 제가 다 나눠줬거든요.


왠지 다음 봄에는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텃밭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다음 해에는 텃밭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더 많은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집을 가꿀 예정이에요. 제가 사는 스마트빌리지가 지닌 능력만큼이나 제가 소유하고 있는 식물 재배기도 하나하나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고요. 아이도 식물도 쑥쑥 자라는 집이 되도록 많이 응원해 주세요!

Tips

나만의 텃밭 만들기를 위한 🧑‍🌾노하우

1.
그로우백: 무겁고 부피를 차지하는 화분 대신 활용하기 좋다. 직경 30cm에 4000원 수준이라 가격도 부담없고, 이동 및 뒷처리가 간편한 것이 특징. 통기성이 좋아 온습도 조절이 용이하다.
2.
도시농업 텃밭 분양 : 야외 공간이 충분하다면 상자텃밭에 도전. 지자체 구별로 도시농업과에서 매년 3월경 분양 신청을 받는데, 만원 이하의 가격에 상자와 상토, 모종, 매뉴얼까지 제공해주기에 초보자도 쉽게 텃밭을 가꿀 수 있다. 별도로 반납할 필요 없으며 집의 규모에 맞게 선택할수 있는 것도 장점.
Editor
Park Minjeong
|
Photographer
Kim Jaehyung
|
Date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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