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에는 카페 다금바리스타가, 2층에는 집과 작업실이 있네요.
경훈 원래 1층도 제가 살던 집이었어요. 매년 조금씩 고치면서 카페 공간이 넓어지고 집을 2층으로 옮겼어요.
원래 카페를 하던 게 아니었어요?
경훈 저는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는데요, 어머니가 근처에서 식당을 하셔서 집에서 작업을 하다가 바쁜 시간에는 저도 가서 식당 일을 도와드리곤 했어요. 그때 많은 손님들이 주변에 카페가 어디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근처에 카페가 없으니 내가 커피를 만들어 팔아볼까 했죠. 방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커피 만들고, 방 창문을 통해 커피를 내어드리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점점 잘 해보고싶다는 욕심이 나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우고 장비도 사고 공간도 고쳐서 지금의 모습이 됐죠. 사실 앞으로도 고칠 게 더 많긴 해요.
요즘도 공사중이라면서요.
경훈 네. 요즘은 화장실을 고치고 있어요.
순영 저희끼리 농담처첨 하는 얘기지만 카페 일은 소위 비싼 취미라고 해요. 식음료의 원가를 생각한다거나 공사에 들이는 시간과 노동, 그로 인한 운영 시간 등을 따져보면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라기엔 말이 안되는 시스템이거든요. 게다가 카페 일 외에도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경훈 역시 디자인 일을 하면서 병행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진지하게 물어봤어요. 카페 왜 하냐고. 좋아서 한대요. 그런거라면 하자고 결정했죠.
경훈 막상 장사를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커피 공부를 하는 거나, 떠오르는 레시피를 만들어보는거나,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일, 제가 만든 커피를 손님들이 만족스럽게 즐기는 모습 모두 기분 좋은 일이에요. 성취감이 들기도 하고.
카페 운영하고, 쉬는 날에는 공사와 디자인 작업까지 하려면 하루 일과가 무척 분주할 것 같아요.
경훈 그래서 최근 저희 화두가 규칙적인 생활이에요. 아침 6시 강아지와 산책 다녀오기, 채소 위주의 아침식사 하기, 영양제 챙겨 먹기, 저녁식사 후 강아지 산책하기 그리고 운동하기. 밤에는 두 시간 정도 각자의 방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여유 시간 갖기 등을 일상의 중요한 마디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두 분이 함께 ‘망상대리점’을 열었던데.
순영 누군가의 망상을 대신 기록하고 실체화해주는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장이 주인공인 스토리예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아이템을 소재로 굿즈를 만들었어요. 데드라인이 있어야 추진력이 생길 것 같아서 일단 대구 일러스트페어를 먼저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경훈 함께 공유하는 콘텐츠도 많고 유머 코드가 워낙 비슷하다보니 서로 대화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런데 함께 나눈 이야기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둘 다 항상 여러 일에 쫓기다보니 실행력도 떨어지고 어느새 잊혀지는게 아쉬웠어요. 그러다 문득 안되겠다 싶은거예요. 더이상 재미라는 가치를 잃어버리지 말자는 마음이 크게 들었어요.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생각했던 것을 마음껏 구체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죠.
대구 일러스트페어에서의 반응은 어땠나요?
순영 ‘대박’이라고 할 순 없더라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맞아떨어지는게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 행사를 처음 나가봤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대면한다는 게 무척 인상깊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그런 결이 맞는 사람들 만난다는 점에서요.
경훈 저는 사실 만화가가 되는게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망상대리점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고, 그림 속 아이템을 굿즈로 만들어내는게 오래전 꿈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 같더라고요.
망상대리점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순영 마치 동아리 활동 하듯이 서로 하고 싶은 걸 해요. 같이 카페 일을 할 땐 잘 안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각자 하고 싶었던 것을 성취하는 기분이라 좋아요. 또 신기한 건 우리가 좋아서 한 일에는 SNS에서도 유독 반응이 높다는 거예요.
망상대리점을 만들기 전과 후는 어떻게 다른가요?
경훈 상상만으로도 즐겁지만 함께 대화하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특별한 재미예요. 단조롭던 일상에 생동감이 생기고 사소한 일이라도 주변의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로 연관되면서 생활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순영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까 ‘내 거 하고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망상대리점이 그걸 해소해주는 것 같아요.
세븐틴이 두 분이 함께 열렬히 즐기는 관심사라는 것도 인상적이예요.
순영 아이돌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날 영상으로 접하고 무대 퀄리티에 놀랐어요. 그렇게 잘 만들어진 양질의 콘텐츠를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빠져들기 시작했죠. 4년 정도 되어가네요.
경훈 음악, 춤, 무대 구성 등 남다른 실력도 놀라웠지만 본격으로 ‘덕질’이 시작된 것은 각 멤버들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면서부터예요. 아이돌 산업을 위해 기획된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자기 모습으로 임하고 노력하는 게 저희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대상이 생긴다는 건 꽤나 큰 활력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순영 활력은 물론,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받는 대상이 있는게 참 신나고 소중해요. 관절이 괜찮을 때까지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요(웃음). 아이돌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었는데 신기하죠.
경훈 그림을 그릴때나 이야기를 만들 때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주기도 해요. 세븐틴의 세계관과 멤버들의 캐릭터가 워낙 흥미롭거든요.
세븐틴 그림을 SNS에 올려서 화제가 된 적도 있죠?
순영 어떤 프로젝트로 멤버 승관의 초상을 그린 적이 있어요. 원래 인물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모처럼 그림 그리기가 너무 즐거운거예요. 문득 어렸을때 그림그리기를 순수하게 좋아했던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경험이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종종 내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그림그리는 것 자체를 행복해했다는 걸 그동안 잊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반응까지 있으니까 더없이 좋았죠.
소위 ‘성덕’이 된 건가요?
순영 어느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고장난 것 처럼 울리는거예요. 무슨일인가 했는데 제가 올린 그림을 승관 님이 스토리에 태그해서 올렸더라고요. 그림 그려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요. 그래서 다른 팬들도 라이크를 누르면서 알람이 쏟아진거죠. 이게 성덕인가? 싶었어요. 그 이후로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업로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공유되었요. 떠올릴때마다 여전히 설레는 기분이죠.
이러다가 언젠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할 날도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경훈 부부가 함께 좋아한다는게 인상적이었나봐요. 멤버 중에 제주도 출신인 멤버도 있고, 순영과 같은 이름을 가진 멤버도 있고 하니, 언젠가 우리 카페에 방문하거나 함께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서로 망상에 빠지기도 하죠(웃음). 그러다가 원동력이 생겨서 카페 공사 작업을 서두르기도 했어요.
두분이 지내는 집도 직접 고치셨죠?
경훈 제주도는 실력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인건비가 높다보니 차라리 직접 하는게 편하더라고요. 시간은 걸리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와 높이, 동선을 고려해서 공간을 구성하고 가구를 만들어 쓰니 좋아요. 주방 조리대의 경우, 허리가 안좋아서 조금 높게 제작했거든요.
집을 직접 고치는 사람을에게 조언할만한 팀이 있다면요?
경훈 고치기 전부터 과정을 기록해두지 않았던 게 아쉽더라고요. 완성된 모습을 기록하는 건 언제나 가능하지만 고치기 전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기때문에 최대한 자세히 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요. 또 안전에 관한 사항을 주의하길 추천해요.
침실 외에 각자의 방이 있는것도 좋아보여요.
순영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해요. 망상대리점 작업도 같이 상의할 때 외에는 각자 방에서 작업을 하고요.
지금 두 분이 사는 모습에도 망상을 현실로 만든 것이 있나요?
경훈 많은 부분이 있어요. 순영을 알게 됐을때도, 이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이 됐고, 결혼하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결혼식을 하는 날 고양이 한 마리가 생겼어요. 지금은 고양이 세 마리와 강아지 한마리가 함께 살아요.
망상을 현실로 만드는 노하우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순영 무언가를 결정하는 순간에 좋아하는 것, 마음이 가는 것, 끌리는 것을 선택하다보니 과거에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