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계세요. 양평에 집을 짓고 살면서 우연히 시작된 일이라고 들었어요.
6세부터 13세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물 미술놀이 공방인데 1층에는 공방과 거실이, 2층에는 살림집이 있죠. ‘하쿠나마타타’ 라는 이름은 남편과 함께 지었어요. 라이온킹에서 나오는 그 주문 있잖아요. 스와힐리어로 “아무 문제 없어, 괜찮아”라는 의미죠. 제가 그림으로 로고를 만들고 자연물 미술 공작소라는 설명도 붙였어요. 참, 며칠 전에는 정식으로 상표 등록도 했고요.
‘자연물 미술놀이’라는 말이 생소해요. 어떤 수업인가요?
계절마다 자연에서 나는 꽃, 잡초, 나뭇가지, 돌, 조개 등을 갖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드는 창의 활동이에요. 미술이라고 해서 잘 그리기 위한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함께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그림책 등을 통해 함께 주제를 선정하고 산책길에서 재료를 수집하며, 점토나 흙, 꽃, 나무 토막 등을 자르고 뭉개고 꽂아서 입체 조형물이나 소품을 만들어요. 아이들이 자연에서 주운 것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돕고 있어요.
자연을 십분 활용하는 커리큘럼이군요. 전원 생활은 결혼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고요?
2014년에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그해 12월에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당시 패션 잡지 광고팀에, 저는 패션 브랜드 온라인 마케팅 전략팀에 있었어요. 비슷한 계열에서 일을 하니 이야기가 잘 통했는데, 당시 남편이 친구 여섯명과 함께 땅을 사서 양평에 집을 짓는 중이었어요. 지금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지만 그때만 해도 ‘그 시골에 들어가서 어떻게 살 거야’ ‘출퇴근은 어쩌려고 그러냐’ 며 신기해하던 때였어요. 마당을 꾸미기 전에 만나서 연애 시절 함께 집을 짓고, 결혼하고, 바로 아기가 생겼죠.
아니 너무 급하게 만나신 거 아니에요? (웃음)
마치 아내를 얻기 위해 집을 지은 것 같나요? (웃음) 남편은 원래 한적하게 혼자 살기 위한 집을 지을 생각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결혼하면 그렇게 안 되잖아요. 서로 맞춰야할 게 많은 신혼 초에 저는 임신으로 한창 예민했는데, 전원이라는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을 전혀 못했죠.
도시에서 살다 결혼과 함께 전원 생활을 시작하고, 임신과 출산까지 한꺼번에 굉장히 큰 변화였겠어요.
5시 반이면 닭이 우렁차게 울어대면 앞집과 뒷집의 언니 오빠들은 이미 다 일어나 뭔가를 하고 있어요. 굉장히 소리에 예민할 때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어요. 게다가 출산 준비를 하던 중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임신 20주차부터 요양하듯 집 안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어요. 회사도 그만두고 나니 밖을 더 안 나가게 되었죠. 미술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때부터였어요. 정서적인 안정과 교류가 어디서도 채워지지가 않더라고요.
당시 아이의 상태가 많이 심각 했나요?
소뇌에 혹이 있었어요. 신생아 때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한참 있었어요. 머리 속 혹 때문에 뇌실이 확장된 거고 결론적으로는 처음에 의심했던 수두증은 아니었어요. 다행히 아이가 돌이 지나 아장아장 걷고 말을 조금 하기 시작할 때 거의 완치가 되었어요. 소아과와 신경외과에서 그만 와도 된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때 ‘이걸 나는 다 어떻게 갚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 백일 때 선물받은 꽃 이파리 하나하나를 따서 말려둔 게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쁜 거에요. 그때부터 이파리, 열매, 나뭇가지를 주워다 베란다에서 말리고 오브제를 만들어 보곤 했어요. 자연에서 난 것들을 꼼지락거리며 만들기 시작했했더니 오랫동안 사라졌던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가슴에서부터 가득히 차워지는 거예요. 애도 너무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우울증도 싹 사라졌고요. 다양한 재료로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무료로 수업을 했어요.
자연물 미술놀이 수업의 시작이네요. 자연 안에서의 삶은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이런 말을 어떻게 들으실 지 모르겠는데 자연에는 에너지, 기운이 있어요. 아파트는 집이 건물 위에 있지만 주택은 땅 위에 지어요. 그래서 여름에는 습하고 겨울에는 얼고 불편하죠. 근데 저는 그 땅의 기운이 저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땅을 딛고 해를 많이 오래 쬐는 것. 그게 다예요. 그래서 TV도 안 봐요. TV 없이도 수도는 자꾸 얼어서 터지고 마당도 쓸어야 하고, 정원도 손봐야 하니 하루종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자연 안에서 몸을 계속 움직이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해요.
<야생의 위로>라는 책이 있어요. 25년 간 우울증을 앓던 저자가 자연이 주는 심신의 치유 효과를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근거하여 설명하거든요. 그걸 보고 ‘이거였구나, 내가 이걸 온몸으로 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하쿠나마타타는 자연 안에서 창조와 치유를 모토로 작업을 해요. 그 과정이 궁금해요.
나무를 깎으면서 맡게 되는 향, 축축한 감촉을 손으로 느끼며 우리는 오감을 깨울 수 있어요. 숲 냄새, 새 소리, 물 소리까지 이 모든 자연을 온 몸으로 느껴보는 과정이죠. 다음은 작품에 담아내는 거예요. 나를 표현하는 거죠. 사포질, 끼우기, 붙이기, 그리고 잎과 열매를 종류별로 분류하는 단순한 활동만으로도 너무들 좋아해요. 자연에서 난 거니까 그냥 솔방울에 열매만 톡톡 꼽아 놔도 너무 아름답고요.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 가기를 바라나요?
환경에 대한 감수성. 숲이나 바다에 가서 그저 “너무 좋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숲을 산책하고 자연의 재료를 구하고 그렇게 얻은 것들을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고 믿어요. 정말 저는 시력도 좋아졌거든요. (웃음) 제가 자연에서 얻은 치유와 창조의 에너지를 자연에게,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