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표현하는 창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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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를 수호하는 한밤의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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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고운의 손은 쉬는 날이 없다. 낮에는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타투이스트로서 작업을 하는데, 밤에는 또 뜨개바늘을 쥐고 가방이며 모자며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릴 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그의 손에는 항상 누군가를 위한 목도리, 모자, 조끼, 가방 등을 만드는 뜨개바늘이 들려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수많은 작품은 금쪽같은 딸아이는 물론 남편에게,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요긴한 쓸모가 되어주었다. 그가 뜨개바늘을 놓지 않는 이유는 지난한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해낼 수 있었던 힘이기 때문이다. 

서고운

뜨개바늘을 쥐고 한 가닥 한 가닥 실을 엮고 짜는 그의 손길은 마음의 평화를 수호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내딛는 발걸음과도 같다. 

본업
화가, 타투이스트
특징
금손
집스터 일과
아이가 잠든 밤, 범죄 스릴러 콘텐츠를 보며 새벽까지 뜨개질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부터 뜨개질을 했나요?

임신했을 때요. 시험관 시술로 임신을 했는데 입덧을 정말 심하게 했거든요. 10개월 내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글자를 보면 속이 울렁거려서 책도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뜨개질을 하니까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아기 모자, 양말 등을 뜨기 시작했어요. 


출산 후에는 더욱더 정신없고 여유가 없었을 텐데 뜨개질을 계속한 이유가 있나요? 

뜨개질을 하는 도중 문득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이 확 비워지면서 아주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게 바로 명상할 때의 무념무상 상태인가 싶었죠. 마침 출산 전에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순례길 중 단조로운 길이 무척 길게 이어지는 코스가 있거든요. 그 길을 메세타 구간이라고 하는데, 그 길을 걸을 때는 너무 지루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생각이 없어지면서 머릿속이 맑아지더라고요. 뜨개질하면서 그때가 떠오르는 게 일종의 명상 같다고 생각했어요. 


뜨개질 루틴은 어떤가요?

주로 집에서 밤에 집중해서 해요.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릴 때처럼 짬짬이 하기도 하는데, 밤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뜨개질을 하면 멈출 수가 없거든요. 새벽 한 4시까지 하나? 각종 범죄물을 좋아해서 전 세계 범죄물 콘텐츠를 보면서 뜨개질을 하죠.(웃음)


뜨개질은 어떻게 익혔어요?

유튜브를 보면 아주 다양한 디자인과 도안이 있고 쉽게 설명해주는 채널이 많아요. 책으로 공부하면서 익히려면 귀찮아서 하기 싫었을 텐데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다 보니 금방 익혔어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도안과 함께 재료를 꾸려서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해요. 보고 따라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아요. 디자인과 스타일도 정말 무궁무진하게 많아서 놀랄 정도예요. 


지금은 뭘 만드나요?

모티브라고, 코바늘로 정사각형 패치를 여러 개 만들어서 각 모서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가방을 만들려고요. 36개가 모이면 가방이 돼요. 이제 슬슬 여름이 올 테니 두툼한 가방이나 모자 말고 가벼운 소재의 아이템을 만들려고요. 


뜨개질을 겨울에만 하는 게 아니군요. 

실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요. 털실 말고도 가는 면사나 종이 실, 리본 같은 걸 활용하면 실용성도 있고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은 여름과 간절기 아이템을 잔뜩 만들 수 있어요 


지금까지 만든 건 얼마나 되나요?

엄청 많아요.(웃음) 100개도 넘게 만들었는데 대부분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네요.  


직접 짠 아이템을 선물 받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그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참 많이 받았거든요. 20대에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작업하느라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참 여유가 없었고, 마음에 비해 베풀지 못했던 게 늘 신경 쓰였어요. 그런데 그런 고마운 마음을 담아 뭔가 만들어드리면 참 좋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이렇게 뜨개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주로 어떤 분들에게 드렸나요?

가족과 친구들, 시어머니, 시아버지, 아이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드리곤 했죠. 아이 선생님에게는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은데 제가 직접 만든 걸 전하면서 마음을 표현하기 좋더라고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너무 많이 드렸는지 이제는 짐 늘어난다고 그만 주래요.(웃음) 


팔아도 되겠는데요.

제가 하도 많이 만드니까 지인들도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그건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다양한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또 제가 어떤 고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만들기보다는 필요하거나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만들어보면서 즐기거든요. 아마 한동안은 온전히 저의 즐거움을 위한 취미 생활이 될 것 같아요.


주문 제작 같은 것도 하나요?

그럼요. 시아버지가 머리숱이 없어서 울 소재 모자는 너무 따갑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면으로 된 걸 만들어드렸죠. 한번은 아이 모자를 만들고 있는데 아이가 꽃을 3개 달아 달라는 거예요. 요구대로 해줬죠.(웃음) 



주로 어떤 걸 많이 만들어요? 주특기랄까?

가방, 모자, 조끼, 스웨터 등 다양하게 만드는데, 생각해보면 실용적인 것을 만들기 좋아하는 것 같네요. 실용성에 디자인도 빠지지 않는 도안이 정말 많거든요. 거기다 계절이나 용도에 따라 만들려면 바쁘게 만들어야 해요. 


지금까지 만든 것 중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이 있나요?

처음 만든 게 아기 배냇저고리와 덧신이었어요. 지금 보면 정말 너무너무 작고 귀엽죠. 그런데 몇 번 못 입혔어요. 아기가 쑥쑥 커서. 아기는 너무 빨리 자라서 모자를 만들어도 금세 안 맞아요. 그래서 부지런히 만들어야 돼요.(웃음). 지난겨울에는 아기랑 같이 쓸 바라클라바를 2개 만들어서 추울 때 요긴하게 썼어요.


아기와 세트로 하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아이 취향이 좀 독특해요. 검은색, 녹색, 카키색 등 어두운색을 좋아하더라고요. 핑크, 레이스 이런 건 싫어해요. 신기하죠.





팔로우하는 뜨개질 계정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인스타그램 계정 중 @asomiz.official에 올라오는 코바늘 작품이 인상적인데, 마포구에 오프라인 숍도 있어요.


뜨개 도구는 어떤 것이 있나요?

코바늘, 대바늘이 기본이고 돗바늘은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바늘이라 이것도 필수예요. 보통 일본 제품이 견고하고 사용하기 편하다고 하는데 저는 주로 쓰는 것 말고 여분이 필요할 땐 다이소에서 저렴한 걸 구매하기도 해요.


차이가 있나요?

일본 제품은 직접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다이소 코바늘은 확실히 내구성이 약하더라고요. 종종 부러지기도 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코바늘도 자꾸 빠져서 다시 잘 꽂아야 해요.(웃음) 가격대가 좀 있는 건 나무로 만들어서 더 튼튼하고,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그립감도 신경 써서 만들었을 거예요. 조만간 고급 재료들도 사용해보려고 해요. 


실은 주로 어떻게 구매하나요? 

인터넷 쇼핑몰에 알림을 설정해두고 세일할 때마다 사요. 다이소 실도 종종 사서 써봤는데 저렴하다 보니 보풀이 잘 일어나고 금방 허름해지더라고요. 열심히 만든 가방이 있었는데 한번 들었더니 보풀이 많이 일어나서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실 고르는 데 신중해야겠네요.

실의 속성을 알면 좋아요. 면사, 합 면사, 울, 아크릴, 패브릭, 종이 등 실 종류가 무척 다양한데 스웨터 같은 옷을 짤 때는 면사를 조금 섞으면 탄탄하게 만들 수 있어요. 6000원 정도 하는 저렴한 리본으로 만든 가방이 있는데, 그런 건 여름에 시원하게 들 수 있죠.


무언가를 만드는 데 워낙 솜씨가 좋아서 뜨개질도 어렵지 않은가 봐요.

몇 시간 집중하면 결과물이 뚝딱 나오니까 만족감이 무척 커요. 보통 그림을 한 점 그리려면 거의 6개월 동안 힘들게 그리는 데 비해 뜨개질은 빠르면 하루, 길면 3~4일 만에 완성할 수 있어요. 또 바로 사용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죠. 원래는 타투가 취미인데 허리를 다친 후로 못 하고 있거든요. 그 아쉬움을 뜨개질로 달래고 있어요. 


Tips

모티브 가방 만들기🧶 준비물

1. 면사🧵 
주로 가방을 뜰 때 사용하는 실이다. 굵기에 따라 12합, 18합, 24합 등이 있다. 탄탄한 가방을 만들려면 24합이 적당하다. 면사는 탄력이 없기 때문에 텐션을 잘 유지하며 떠야 한다.


2. 코바늘🪡
실 굵기에 따라 바늘을 골라야 한다. 24합 면사를 뜰 때는 4호가 적당하다. 


3. 쪽가위✂️

실을 끊을 때 사용하는 가위. 모티브를 여러 개 반복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사용한다.

4. 돗바늘🪡

뜨개를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바늘. 각각의 모티브를 완성할 때마다 돗바늘을 이용해 매듭짓는다. 


5. 단추 및 액세서리💎

원하는 디자인에 따라 액세서리나 부자재를 이용하면 더 개성 있고 실용적인 가방을 완성할 수 있다. 

Editor
Yoo Dami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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