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세상을 채우는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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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위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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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집밥둘리 가정식>과 인스타그램 계정 ‘집밥둘리(@dollygrams)’를 운영하는 박지연은 오래된 물건과 함께 삽니다. 그는 작업실에 켜켜이 쌓인 빈티지 식기와 전화기, 라디오, 책 하나하나가 저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박지연은 때때로 홀로 집 안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물건이 지닌 이야기를 곱씹습니다. 

집밥둘리/ 박지연

본업
빈티지 컬렉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특징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의 오래된 물건 모으기, 오래된 간판 촬영하기, 요리 사진 찍기
주요 장비
빈티지 아이템 1만여 점
혼자 일하기, 세월이 지나 방치되었지만 고유의 색을 지닌 물건 발견하기


빈티지 식기를 언제부터 모았어요?
벌써 11년이나 됐네요. 이런 식기를 모으기 시작한 건 한국에서 요리 공부를 마치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미국으로 훌쩍 떠났던 2012년쯤부터예요. 무엇이 되려고 갔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걸 하려고 갔죠. 미국에 머무는 동안 취미 삼아 요리를 했고, 단순히 제 생활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릇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릇에서 시작해 커틀러리, 각종 요리 도구, 빈티지 스토브까지 모았어요.

본인의 컬렉팅 분야  가장  알려진  아메리칸 빈티지죠 취향이 어디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첫째는 유년의 기억이라고 봐요. 저는 어릴 적 늦게 잠들었는데, 늦은 밤 혼자 깨어 있을 때 무서우면 TV를 켰어요. 12시 넘은 시간에 방송하는 채널은 AFKN 딱 하나였죠. TV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틀어놨어요. 그때 브라운관을 통해 본 이미지 중 잔상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지금의 취향으로 발전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식기나 주방에 관심이 있었나요?
조금 더 자란 후에는 패션에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서울 동대문에 거평프레야라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 가면 당시 유행하던 직수입 패션 아이템이 많았죠. 집이 안양이었는데 굳이 멀리 그곳까지 가서 구제 스웨터나 직수입한 잔스포츠 가방 같은 걸 샀어요. 그게 더 예뻐 보였으니까요.



그런 열정이 발판이 되어 11년간의 수집 이력이 한눈에 보이는 거실  주방이 완성된 거군요.
맞아요. 서랍마다 찬장마다 물건이 꽉 차서 셈할 수도 없을 정도죠. 이건 뜰채, 이건 포테이토 매셔고요, 이쪽엔 커틀러리가 다 모여 있어요. 창가에 둔 건 모두 1950~1960년대 스토브예요. 오래된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벽걸이 전화도 하나 걸었어요. 빈티지 전화기는 거실 반대편 쪽 작업실에 더 많아요. 따라오실래요?

 작업실은  근현대 라이프스타일 박물관 같은데요
하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우리 이 라디오로 노래 들을까요? 빌리 조엘 어때요?

이렇게 낡은  작동을 한다고요?
오래된 전자 기기는 사용하지 않으면 쉽게 고장 나요. 그래서 한 번씩 전원을 켜보기도 하고, 오래된 오디오에 8트랙 카세트테이프를 꽂아 노래를 들어보기도 하죠. 고장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제가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해요. 이렇게 오래된 전자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에는 영혼이 있는 것 같거든요. 지금은 무드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트리밍 시대잖아요. 그런데 때로는 머뭇거림 없이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고음질에 어떤 정서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조금 덜 완벽하게 나오는 소리에는 마치 영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네요스트리밍보다 음질이 좋진 않은데 가슴이 쿵쿵 울려요.
그렇죠? 조금 오래됐고, 세월의 흐름 따라 상처도 좀 있고, 가끔은 기계를 탁탁 쳐줘야 제대로 소리가 나는 그런 맛이 있어요. 오늘따라 더 좋네요. 아, 안되겠다. 와인 한잔 하실래요? 근무 중이지만 한 잔은 괜찮잖아요.



그럴까요. 빈티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소금과 후추 통을 예로 들어볼게요. 1950년대 즈음 미국에서 생산되어 어딘가에서 쓰이다가 지금 제 주방에 나란히 놓여 있는 걸 보면 신기해요. 70여 년간 붙어 다닌 저 두 물건이 겪었을 시련이며 영광, 그런 걸 상상하다 보면 ‘사랑이란 게 저런 걸까?’ 싶기도 하고요. 빈티지를 좋아할수록 물건의 형태는 그것이 지닌 이야기보다 절대 더 예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요.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세월을 이겨내고 있다는 게 감동적이에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빈티지 수집 아이템이 있나요?
저는 아이홉(IHOP, International House of Pancakes)에서 쓰던 이 그릇을 정말 아껴요. 아이홉은 1958년에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식당 체인인데 매장 수가 1000개가 넘고, 다루는 메뉴도 다양하고, 24시간 운영하는 지점도 많죠. 마치 ‘김밥천국’처럼 대중에게 친숙하고 편안하면서 남녀노소 모두 나름 추억이 있는 외식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브랜드는 시대에 따라 식기 디자인을 조금씩 바꿨는데, 제가 갖고 있는 건 책으로 따지면 초판본 같은 거죠. 자랑할 만한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부딪쳐도 깨질 일 없게, 오븐에 넣어 사용할 수도 있게 내구성 높게 만든 것도 좋고 특유의 빛깔도 정말 아름다워요. 

최근 아메리칸 빈티지 무드가 굉장히 유행하고 있죠지연 씨만의 수집 노하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같아요
빈티지를 살 때는 판매자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편이에요. 판매자가 그 물건에 대해 얼마큼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봐야죠. 판매자에게 ‘이게 어떤 물건이냐’고 물었을 때 우물쭈물한다면 구매를 고민해야겠죠. 좋은 판매자는 특유의 괴짜 같은 매력이 있다고 보거든요. 마치 자신의 모험담을 자랑하듯 그 물건의 스토리를 신나게 설명한다면 좋은 판매자가 맞아요.

아날로그 가제트라는 빈티지 편집숍을 운영하는 본인은 어떤 판매자인가요?
저는 빈티지를 이야기할 때 괴짜가 돼요. 



 닉네임을 ‘집밥둘리라고 지었나요?
캐릭터 둘리를 좋아해서요. 어릴 때부터 둘리의 감정에 많이 공감했거든요. 둘리가 지닌 서사가 좀 슬프잖아요. 

<아기공룡 둘리> 슬픈 이야기였어요?
저에겐 그랬어요. 둘리가 장난꾸러기라 꾸지람 듣는 것, 자기가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것… 그런 게 외로움의 정서를 안고 있는 캐릭터로 여겨지더라고요. 저 역시 오래전부터 저만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왔는데 그걸 공감할 수 있는 슬픔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아기 공룡 둘리는 그걸 해소하기 위해 엄마를 찾아 떠났어요본인은 어떤 방법을 찾았나요?
외로움 속에서 저만의 무언가를 찾아낸 것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부터 외로움이 슬픈 감정이라고 여겨지지 않았어요. 외려 ‘내게 꼭 필요한 것이구나’ 생각했죠. 제 고유의 외로움과 결핍이 없었다면 창작 의지도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스스로 외로움을 찾아가기도 해요. 혼자만의 여행이나 고립된 시간을 보내는 거죠. 

본인만의 외로움 사용법은 뭔가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나를 위해 좋은 술도 한잔 곁들여요. 집에 있는 빈티지 아이템을 하나하나 꺼내 보면서 그 물건의 히스토리도 되짚죠. 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인 거예요. 그러는 동안 자연히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사진도 찍게돼요. 어떤 날엔 새로운 미감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어느날엔 무언가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때 만든 원고나 작업물 중에는 굉장히 오글거리는 것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창작은 결국 거스러미를 조금씩 다듬어나가는 과정이잖아요? 창작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봐요.

그렇게 나온 창작물  하나가 <집밥둘리 가정식>인가요?
이전에 냈던 책은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몸을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작업 중인 에세이집은 제 외로움의 결과물에 가깝죠. 음식에 관한 추억과 상념을 정리한 책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에요.

집에서 일하는 삶은 어때요?
사실 저에겐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너무 나태해지는 것 같고, 또 어떤 때는 출퇴근이 명확치 않아 일에 파묻혀 사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일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혼자서도 잘 놀기 위해서인데요. 집에서 일하니까 곧잘 그 삶이 침해당해요. 저는 일과 삶의 공간이 분리되어야 하는 사람인가 봐요. 사실은 그래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작가크리에이터편집숍 운영까지 직업이 다양한데 그중 가장 재미있는 일은 뭔가요?
안타깝게도 돈이 안 되는 일이 제일 재미있어요. 요즘엔 사진기 하나 들고 나가서 옛날 간판 찍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수입에는 전혀 도움이  되겠네요.
네, 전혀요. 그래도 저는 요즘 이런 게 좋아요. 한국 특유의 레트로 무드가 묻어나는 간판이나 브랜드 로고 같은 거요. 제가 할머니 손에 컸는데, 어릴 때 봤던 이미지들이 제 마음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에서 자꾸 아름다움을 찾게 돼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퐁퐁’, ‘트리오’같은 걸 모으고 있다니까요.

 취미는 끝내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어떻게 될지 저도 가끔 궁금해요. 언제까지 이고 지고 다닐 것이며. 누구에게 팔고 싶지 않은 것도 많은데. 그럼 이 물건들은 나중에 어디로 가게 될까요? 어느 날엔 ‘몇 개만 두고 팔아버리자!’ 싶어요. 그러다가도 마음을 다시 고쳐먹어요. 어쩌죠? 저 미니멀리스트로는 못 살 건가 봐요.


Tips

집밥둘리 박지연의 영감🎁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

1. 영화 <졸업>

2.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3. 영화 <포레스트 검프>

4. 영화 <노팅힐>

5. 영화  <접속>

6. 동명 원작 소설 &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Editor
Park Min-jeong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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