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닝23씨, 사람보다 큰 엘사 피겨는 대체 어디서 구한 거예요?
이거 진짜 힘들게 구했어요.(웃음) 이렇게 사람 키만 한 피겨를 ‘라이프 사이즈 스태츄’라고 하는데, 보통 개인이 제작을 요청하면 3000만 원 정도 들어요. 그래서 대개 뮤지엄에서나 볼 수 있죠. 이 스태츄는 원래 잠실 롯데백화점에 위치한 토이저러스에서 행사용으로 쓰던 거예요. 철거 담당자가 당근마켓에 올린 것을 제가 발견한 거죠! 굉장히 뿌듯했어요.
디즈니 중에서도 <겨울왕국>에 꽂혀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영화관에서 <겨울왕국>을 본 게 대략 30번 정도인데 이제는 일일이 세어보기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집에서 셀 수도 없이 봤으니까요.
왜 이렇게 <겨울왕국>을 사랑하게 된 거예요?
극장에서 개봉했던 게 2014년도예요. 디즈니 영화니까 안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남자 캐릭터인 크리스토퍼가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해 줄 줄 알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사랑’은 자매 간의 사랑이었단 결말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 결말을 보면서 뭔가 가슴을 관통하는 기분이 들었달까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군가요?
동생 ‘안나’요. 안나는 타인에게 언제나 따뜻하고, 밝고, 명랑한 기운을 주는 사람이예요. 그래서 언니가 밀어내도 계속 다시 찾아가죠. 안나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에게도 언니가 있고, 어릴 땐 성격이 달라서 자주 부딪혔는데 어른이 된 후엔 사이가 좋아졌어요. 그런 제 경험을 안나에게 투영하게 되어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디즈니 관련 제품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화가 개봉한 후, 17인치 크기의 디즈니 리미티드 에디션 돌이 출시됐어요. 옷이나 인물의 표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구현해서 아이보다는 디즈니를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죠. 그걸 보고 ‘완전히 내 거다’ 싶었어요. 디즈니의 공식 굿즈 샵인 ‘샵디즈니’에선 이미 품절이었어요. 저걸 갖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이베이와 아마존에 올라오는 매물을 매일 체크했고, 결국 프리미엄가에 구했어요. 엘사가 우리 집에 오다니. 그 행복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저는 수집의 세계로 빠졌습니다.
컬렉터돌의 가치가 대단한가봐요. 지금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값에 거래되는 건 어떤 컬렉션인가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물건 중 하나인 ‘Limited 100’ 버전의 안나와 엘사 컬렉터돌이예요. 대관식 당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한 박스에 들어있는데, 이건 현재 시장 거래가가 2,500만원 정도죠. 주변에선 디즈니 테크라고 하기도 하는데, 저로선 판매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귀한 걸 수집했다’는 뿌듯함의 가치라고 봐요.
컬렉터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디테일이요. 컬렉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박스부터 옷까지 섬세하게 디자인해요. 안나의 드레스 패턴을 전부 수놓아 만들어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디즈니 프린세스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따라 메이크업과 소품도 절묘하게 달라요. 백설공주의 손엔 노래하는 새가, 라푼젤의 악역 ‘고델'은 팔짱을 끼고 고고하게 서 있는 것 처럼요. 정해진 기간 동안 한정 수량만 제작을 하기 때문에, 고유의 인증서와 일련번호도 있어요.

잠깐, 직업이 3D 모델러라고 했어요. 혹시 캐릭터 수집이 자신에 대한 투자와 관련이 있을까요?
맞아요. 저는 2D 캐릭터가 입체감을 지닌 3D로 구현되도록 디자인하는 일을 해요. 화면으로 본 안나와 엘사가 실체가 있는 컬렉션 아이템으로 다시 태어나고,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는 몸짓이나 표정이 지닌 디테일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을 보고 일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얻기도하죠. 이런 깨달음을 일에만 적용하는 게 아까워서 컬렉터돌의 얼굴을 직접 리페인팅 하는 작업도 시작했어요.
모닝23이 리페인팅한 인형은 원래의 디자인과 어떻게 다른가요?
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었대도, 컬렉터돌 역시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예요. 그러니 때론 표정에 생기가 없다거나, 원래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메이크업을 하고 있죠. 아세톤으로 표정을 깨끗하게 지우고, 몰드에 무광 마감재 코팅을 한번 한 다음 아크릴 물감과 붓으로 직접 얼굴을 그려줘요. <겨울왕국> 속 대관식 날 파자마 차림으로 잠에서 막 깨어난 안나의 졸린 눈, <메릴다와 마법의 숲> 속 메릴다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표정, <주먹왕 랄프>에 나오는 바넬로피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 같은 걸 그려넣어요.
컬렉팅을 시작할 때 어디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었나요?
제가 디즈니돌 컬렉팅을 시작할 당시 한국은 불모지였어요. 인형 수집 커뮤니티가 꽤 많았지만, 디즈니돌을 컬렉팅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죠. 그래서 처음엔 외국 커뮤니티를 찾았어요.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디즈니돌 그룹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 아시나요? 돌 사이즈에 꼭 맞는 이케아 수납장의 사이즈, 인형 관리법과 구매처, 세컨드 마켓까지 모두 거기서 정보를 얻었어요.
지금은 국내에 얼마나 많은 컬렉터가 있나요?
약 200여 명의 디즈니 컬렉터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다들 17인치 컬렉터돌 뿐 아니라 베이비돌과 아트북, 핀뱃지, 디즈니캐슬 모형같은 온갖 굿즈를 모아요.
그러니까 과대나 방장같은, 국내 디즈니 컬렉터의 시조새가 되어가는 셈이네요?
제 MBTI가 ENFP예요. (웃음) 저만의 방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이렇게 즐거움을 공유할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열심이죠.
매번 직구하려니, 국내에 디즈니의 공식 샵이 없다는 게 아쉽겠어요.
아쉽지 않아요. 국내에 디즈니가 샵을 만든대도 성인 콜렉터들을 위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국내에선 종종 잠실 롯데타워에서 디즈니가 팝업을 엽니다. 그 때마다 출동하지만 맘에 차는 물건이 없어요. 국내에선 대개 실사용품을 팔고, 타겟은 어린아이들일 때가 많죠.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컵, 포크... 전 그런 걸로 만족 못해요. 설사 성인을 위한 컬렉팅 굿즈가 판매된다고 해도, 그 가격은 터무니 없이 비싸리라 예상해요. 디즈니 코리아는 직영이 아닌 라이센스로 운영되니까요. 그래서 이대로 직구하는 삶에 만족하려고 해요.
가장 선호하는 구매처는 어디인가요?
디즈니의 공식샵인 ‘숍 디즈니’를 가장 좋아하고, 품절된 제품의 경우 이베이와 아마존에서 서칭해요. 프리티돌이라는 인형 커뮤니티와 중고나라, 당근마켓도 늘 서칭하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일인 건 디즈니랜드에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예요.
디즈니랜드에 직접 간 적이 있어요?
올 명절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난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갔어요.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 랜드, 올랜도에 있는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 본토와 바하마를 잇는 구간에서 운영하는 디즈니크루즈 위시호까지... 완전한 디즈니 투어였죠.
그 여행에서 안나를 만났나요?
안나를 만났어요. 아,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안나를 만나자마자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고, 널 보러 여기까지 왔다.’면서 제 방 사진을 보여줬어요. 안나가 깜짝 놀라면서 저를 꼭 안아주고, 저를 꼭 아렌델로 초대하겠다고 말했어요.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 뻔 했죠. 디즈니랜드의 캐스트는 실제로 그 캐릭터로 분하기 위해 엄청나게 연습을 한다고 하죠. 정말 영화 속 안나랑 똑같은 모습과 말씨를 갖고 있어서 완전히 몰입했지 뭐예요. (웃음)
안나처럼 코스프레를 입고 갔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디즈니랜드에서는 할로윈데이가 아닌 때에 14살 이상의 관람객이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어요. 사람들이 실제 캐릭터로 분한 연기자와 착각을 할 수도 있고, 관람객이 말실수를 해서 디즈니랜드를 찾은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해버릴 수 있잖아요.
요즘 가장 갖고 싶은 컬렉션은 뭔가요?
오랫동안 못 구한 ‘위시리스트’가 있어요. 일본의 ‘메디콤 토이’사에서 만든 엘사 피규어죠. 관절 피겨라는 점이 굉장히 특별하고, 얼굴을 갈아 끼우거나 표정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데다 퀄리티가 엄청나게 좋아요. 출시 당시에는 30만원 쯤 했는데,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100만원 대에 거래가 되고 있는데요. 매물은 안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예요.
이 취미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늦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컬렉터 돌은 프리미엄이 너무 올랐어요. 저는 10만원 대에 사 모은 것들도 많지만, 지금은 한 개를 마련하려면 몇 백만원을 써야해요. 덕질이란 게, 어설픈 마음으로 뛰어들면 돈만 많이 쓰고 현타오는 거더라고요. 컬렉팅을 행복하게 하려거든 저처럼 광인이 되거나, 내 분야를 개척하세요. 남을 따라하려고 시작하지는 말란 이야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오랫동안 행복하게 컬렉팅을 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안나를 만나러 아렌델에 간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가요?
같이 초콜렛도 먹고, 아이스 스케이트도 타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어쩌죠? 그냥,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또 울컥하네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