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하나 봐요. 곳곳에 장비가 보이네요.
등산이랑 캠핑, 수영, 오토바이 라이딩을 좋아해요. 오토바이를 타고 산과 바다를 누비다가 아웃도어 활동까지 즐기게 되었어요.
오토바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어렸을 때 TV를 진짜 많이 봤어요. 텔레비전 키즈였어요. MTV, Mnet 이런 거 하루 종일 봤거든요. 그때 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속에는 오토바이가 많이 등장하죠.
아, 만화를 좋아했을 줄 알았어요.
만화는 별로 안 좋아하고 모험 영화를 좋아했어요. <쥬만지> <인디아나 존스> <스파이키드> 같은 거요.
땡땡 만화책이 집에 많은데, 이건요?
아, <땡땡의 모험>도 많이 봤네요. 어렸을 때 과학 학원에 다녔는데 거기 이 책이 있었어요.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면 시간이 뜨는데 그때 <땡땡의 모험>을 읽었죠.
그동안 어떤 집들을 거쳤어요?
고등학생 때 서울로 올라와서 누나랑 같이 살았어요. 누나가 결혼해서 나간 뒤 그 집에 3년을 더 살았고요. 그리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와서 직장 근처에 원룸을 구해 살았으니 이게 세 번째 집이네요.
집을 구할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는 뭐예요?
제가 집을 엄청나게 많이 보고 다녔어요. 가진 예산에서 더 좋은 집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았죠. 이 집을 선택한 결정적인 요소 역시 예산이었어요. 서울 시내에서 거리가 있고 지하철역에서도 멀어 집이 싸게 나왔거든요. 구옥이라 공간이 넓고 나무 천장이나 오각형 창문 같은 기본 형태가 마음에 들었어요. 꾸미는 재미가 있어 보였죠. 풀 옵션으로 된 빌라에 들어가면 뭐 하나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가 없잖아요.
집주인이 반대하진 않았어요?
여기가 4층이고 집주인은 2층에 살아요. 처음 입주할 때 워낙 뭘 들고 옮기면서 소란을 떠니까 제가 인테리어업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맞다고 했어요. 집에 도움이 되게 잘 꾸며보겠다고 해서 얘기가 좋게 마무리되었어요. 주인의 배려에 맞게 집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꾸며요. 집주인들이 벽에 못 박는 걸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벽을 짜서 들어왔어요.
전셋집에 벽을 짰어요?
가벽이요. 주말에 친구들 불러서 코르크 같은 벽을 붙였어요.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언제든 못을 박아서 걸면 되거든요.
조명도 특이해요.
원래 있던 조명을 다 떼서 바꾼 거예요. 거실 천장에 있는 등은 방수 등이라고 하는 건데, 축사나 터널에서 주로 쓰는 조명이에요. 청계천에서 5만 원 주고 사 와서 등산용 카라비너로 고정했어요.
이 집의 콘셉트를 정의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근이요.
당근?
가구나 소품을 내가 골라서 산 게 아니라 당근마켓에 뜬 걸 샀어요. 당근마켓이 이끄는 방향으로 끌려온 거죠. SNS 보듯이 주변을 설정해 놓고 계속 새로 고침을 하면서 봤어요. ‘빈티지’, ‘미드센추리’ 같은 키워드도 걸어놓고요. 무료 나눔이랑 ‘남편 몰래 팝니다’도 집중해서 봤어요.
가구도 무료 나눔 받았나요?
거실의 철제 캐비닛이요. 폐업하는 맥줏집에서 가져왔어요. 직원들이 쓰던 건데 미국 하이틴 영화 <락커> 느낌이 나서 좋아요. 사실 구역별로 구상해 놓은 콘셉트가 있긴 해요. 가벽은 미국 영화 보면 여름방학에 삼촌 별장 놀러 가잖아요. 지하 창고나 통나무집에서 살인 사건이나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곤 하죠. 거실은 미국 중산층 남자 중학생 방 느낌?
그는 2000년대에 살고 스케이트보드를 탈 것 같네요.
맞아요. Y2K라 불리던 그 시대를 제일 좋아해요. 저는 시골에서 벌레 잡고 닭을 쫓으며 자랐어요. 잠재의식 속에서 그게 제일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좋아요. 그런데 제가 자라온 환경을 지금 이 도시에서 다시 누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갖춰진 여건 안에서 그때 추억을 되살려 보는 거예요. 아니면 우리네 형들이 보낸 1990년대 문화의 황금기 시절. TV에서는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이 레드불스에서 뛰며 게토레이를 마시고, 애들은 농구 카드 모으고 만화책 보다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하는 느낌으로 꾸몄어요.
그럼 이 집의 아이템들은 대체로 빈티지인가요?
네. 이베이, 당근마켓, 동묘에서 꾸준히 사 모았어요. 그동안은 이 모든 걸 원룸에 가지고 있느라 손님이라도 오면 서 있어야 했어요.(웃음) 빈티지 아이템을 사는 건 제가 갖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투자 의미도 있어요.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더해졌을 때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그런 가치 있는 걸 고르고 골라서 사요.
저는 중고 거래가 아직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 반품이나 환불이 어렵잖아요.
실패도 투자예요. 저도 여러 번 중고 거래에 실패했지만 학원비 냈다고 생각하고 말았어요. 가치가 없는 제품을 사게 됐다면 다음에 조심하면 되고, 집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다시 되팔면 돼요.
거실에 있는 오토바이는요?
동묘에서 샀어요. 처음에는 간신히 시동만 걸렸는데 엔진을 분해해서 부품을 다 갈아 끼워 굴러가게 만들었어요. 날이 좋으면 밖에서도 타고 다닐 생각인데 지금은 그냥 가구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오브제에 가깝죠.
고치고 닦고 기름 치는 걸 좋아하나 봐요.
맞아요. 중고 스테인리스 아이템은 브러시에 락스를 묻혀 닦고 광택제로 문질러서 관리해요.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사서 고쳐보기도 하고요. 학생 때는 본격적으로 정비를 배우고 싶어 하기도 했는데 끈기가 약해서 금방 포기했어요. 맞으면서 배운다는 소문을 듣고 무서워서요.
자는 시간 말고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인가요?
부엌 테이블이요. 아일랜드식 작업장을 가지고 싶었는데 당근마켓에 이케아 중고 제품이 떴더라고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했어요. 여기 이렇게 서서 간식 먹으며 침착맨 유튜브 채널 보면서 웃어요. 간장 종지만 한 제 자유의 공간입니다. 요즘은 그동안 쉬었던 팔굽혀펴기를 다시 하고 있어요. 딱히 할 줄 아는 운동이 없거든요. 이건 돈도 안 들고요.
맨몸 운동이라면 스쾃도 있고 달리기도 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팔굽혀펴기를 하는 내 모습이 좋아요. 갱 영화에 나오는 고독한 수련 중인 주인공 같은 느낌. 뭔지 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