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전문가
67

집에서 조몰락조몰락 창작합니다

  • specialist
  • craft

오랜 외국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그만의 오브젝트를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공예가로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세라믹 오브젝트가 될 점토를 매만지는 그의 작업은 벌써부터 은은한 반향을 얻고 있지요. 그녀는 집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영감의 원천이라 말합니다. 

이윤정

정해진 시간표에 맞추어 살기보다는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집스터. 다만 모든 일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본업
롤라 오브젝트 대표이자 디자이너
집스터 일과
오전엔 비비 밥과 물을 챙겨주고 요리를 하며, 오후엔 오브젝트 업무를 시작하거나 프리랜서 에디터 일을 한다. 저녁엔 요가 수업을 가거나 늦은 밤까지 업무가 이어지기도 한다. 



패션 에디터로 활동하다 훌쩍 뉴욕으로 떠났다고요. 안정적인 직장을 정리하고 떠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큰 용기도 필요했을 테고요.

당시 한 회사에 5년쯤 재직하고 있었는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독립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서 저에게 다양성의 도시라고 느껴졌던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뉴욕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J-1 비자라고, 쉽게 말하면 회사 인턴으로 취직하면 발급되는 비자가 있는데 그것을 통해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 사태로 록다운을 겪었고, 이때부터 영어를 배우거나 친구를 사귀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또 이때 처음 혼자 살게 되었는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살림을 하면서 나에게 온전한 집이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타지에서 나에게 집중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던 중 평소 관심 있었던 도예 클래스에서 가볍게 배우게 됐어요. 그것이 제 브랜드인 롤라 오브젝트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 이윤정님 제공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니, 배경이 재미있네요. 

롤라 오브젝트는 'We Are Beautiful As We Are'를 슬로건으로 하는 세라믹 오브젝트 브랜드입니다.  슬로건처럼 다양성, 다시 말해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매끈하고 유려한 선보다는 울퉁불퉁한 것이 지닌 귀여움을 보여주는 식으로요. 재료도 기존 주얼리가 메탈 소재를 사용한다면 롤라 오브젝트는 메탈은 최대한 배제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소재를 사용해요. 


롤라 오브젝트의 주재료인 세라믹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돌가루가 고열을 받아 세라믹으로 변하는 과정의 흙은 손으로 만지는 대로 형태가 만들어져요. 저는 크기와 형태에 제약이 없는, 흙의 한계 없는 물성이 좋았어요. 제가 생각한 대로 형태를 만들어 가마에 넣고 구우면 오브제 하나가 탄생하니까요. 또 안료를 섞어 저만의 색감을 낼 수도 있고요. 은이나 금 소재 주얼리에 반해 세라믹 소재 특유의 따뜻한 성질도 좋았습니다. 




틀을 만들어 찍어낼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만든다고요. 

맞아요. 가끔은 고객들에게 제가 의도한 것이 100% 전달될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러한 우연성 또한 롤라 오브젝트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해도 하나하나 직접 만들기 때문에 틀로 찍어낸 듯한 형태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제작 프로세스가 우연히 저희 슬로건과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소재만큼이나 브랜드 이름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데요. 

파열음이 없었으면 했어요. 제품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잖아요. 롤라 오브젝트의 제품 형태가 언어로 표현되길 바랐죠. 입으로 여러 단어를 발음해보고 가장 부드럽게 발음되는 것으로 선택했어요. 



롤라 오브젝트의 다양한 제품 중에서 특히 ‘좋은 말 시리즈’가 돋보여요. ‘희망’, ‘좋은 기운’, ‘젊음’처럼 에너지가 느껴지는 단어가 있고 ‘평화’, ‘흐름’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어도 있어요. 이러한 단어를 몸에 지녔을 때 부적을 지닌 것처럼 마음이 든든할 것 같아요. 

언젠가 일기를 쓰다가 저 스스로에게 필요한 단어들이 떠올라 적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다가도 금방 잊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아예 목걸이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욕에서 좋은 구절이 적힌 태피스트리를 벽에 걸거나, 타로 카드나 별자리처럼 다양한 의미가 있는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했기 때문에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윤정님 제공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롤라 레터’도 운영 중인데 롤라 레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롤라 오브젝트가 저의 미적 감각을 사물로 표현하는 매개체라면, 그것으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운 이야기를 롤라 레터로 전하고 있어요. 소개하고 싶은 음악, 최근 쓴 원고 중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겠네요. 또 롤라 오브젝트의 근황을 알리기도 해요. 

비교적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SNS 콘텐츠는 단 몇 초로 이야기를 접하는 시간이 끝나 아쉬웠어요. 롤라 레터는 궁금증이 일어 이메일을 클릭해야만 열어보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접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조금 긴 글도 읽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또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다 보니 긴 글에 익숙하고 놀랍게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더라고요. 이것을 SNS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쓰고 싶은 것, 작정하고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롤라 레터를 발행하게 됐습니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한다고요. 

도예 특성상 가마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실이 따로 있긴 하지만, 공정의 반 정도는 집에서 작업해요. 고양이가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작업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집에 있다 보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눈뜨자마자 필요한 일을 하거나 자기 직전까지 일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오히려 효율이 더 높다고 할까요? 일이라고 표현해서 조금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제게 롤라 오브젝트는 즐거운 생활의 일부예요. 주얼리를 만드는 과정이 그만큼 즐거워서 취미인 듯 일인 듯 그렇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예쁜 고양이가 있네요. 눈동자 색이 각각 달라 오묘하고 매력적입니다. 고양이와 산 지는 얼마나 됐나요?

1년 조금 넘었어요. 이름은 비비고요. 유기묘였는데 연이 닿아 입양하게 됐어요. 처음에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가보니 나이도 생각보다 많은 7살가량의 중년묘였고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평생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어요. 첫 4~5개월은 적응하느라 서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날이 예뻐지고 서로 좀 더 의지하는 사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고양이가 방해하지는 않나요? 무언의 합의된 규칙이 있을 것 같아요. 

비비가 굉장히 얌전하고 점잖은 편이라 테이블에 올라와서 방해하는 일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요. 그럴 정도로 저를 방해한다면 비비가 불편하거나 꼭 해결해줘야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일 거예요. 또 고양이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정해서 행동하더라고요. 비비의 경우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는 잠을 자는 편이라 이때 집중해서 일하면 서로 방해받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비비의 루틴을 배려하며 작업하기, 정말 바람직한 동거 방식이네요.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작업하는 작가, 창작자들에게 또 다른 팁을 준다면요? 

강아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잠이 많은 고양이의 정해진 수면 시간을 이용하세요. 신나게 사냥놀이를 시켜서 체력을 빼놓아도 되겠네요. 




작가님처럼 집에서 취미로 작업을 시작해보고 싶은 구독자에게도 조언 부탁드려요.

집은 내가 무엇을 해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안전한 공간에서 할까 말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직접 해보고 경험하는 게 어떨까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요가를 열심히 해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 거예요. 또 비비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그리고 롤라 오브젝트는 일인 동시에 제 생활이기 때문에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 있겠네요. 

Tips

이윤정 작가가 영감을 얻는 장소 3

핫 플레이스가 밀집된 곳에 위치한 색깔 있는 와인 바나 카페. 개성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되니까요. 다양한 재료가 모여 있는 동대문종합시장도 자주 방문합니다.


아포테케리
서울시 중구 퇴계로 409-9


소일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98-24


동대문종합시장
서울시 종로구 종로 272

Editor
Kim suji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6-30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0
    • challenger
    • etc
    07

    나의 사적인 문방구

    은아 씨는 퇴근 후 돌아온 집에서 그가 모은 문구류들을 하나하나 꺼내봅니다. 일상의 기운을 충전하는 리추얼이지요.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1
    • home-tourist
    • toy
    15

    방심하지 말 것, 와글와글 혜롱이네

    온통 귀여운 것들로 가득한 유성규, 김혜련 부부의 집을 소개합니다.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2
    • specialist
    • media-press
    52

    김비키친북스토어

    김비키는 책이 넘치는 서가를 둘러보다가 재미있게 읽은 책, 함께 나누고 싶은 책 등을 골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소개합니다.

67
58

로그인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로그인
커뮤니티
마이.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