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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부 문방구에서 만드는 성장과 회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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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은 드러내야 해." 메타 동북아 마케팅팀 총괄을 맡고 있는 서은아 씨의 삶은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작은 발견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보낸 시간,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얻은 활력으로 굴러간다. 그리고 스스로를 브랜드 탐험가, 일상 기록가, 응원대장이라 소개한다. 이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운영하고 리추얼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회복한다. 밤 시간의 책상 앞, 그의 사적인 문방구에서 만드는 성장과 회복의 시간이다.

올리부문방구/ 서은아

사소한 영감들을 차곡차곡 수집하고 기록하는 집스터

주요 장비
노트, 필기구, 마스킹테이프 등 각종 문구류, 작은 물건들
본업
메타 동북아 마케팅팀 총괄
부캐
일상 기록가, 브랜드 탐험가, 다정한 관찰자, 따뜻한 어른 그리고 응원대장
맥시멀리스트

13층 아파트 거실에 편집숍이 있네요. 그 유명한 올리부 문방구가 여기죠?

수집하는 문구류, 선물 받은 물건, 최근 발견한 브랜드 제품을 잘 보이게 두었어요. 작은 물건을 워낙 좋아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제 자신이 어디에서 에너지를 받고,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자주 생각했는데, 예쁜 지우개 하나만 얻어도 즐겁고 그걸 여기에 놨다가 저기에 놨다가,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좋아하는 물건일수록 자주 볼 수 있게 눈에 띄게 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딸에게도 “좋아하는 것은 드러내는 거야”라고 말해요. 딸과 함께 쓰는 방을 보면 딸은 아이돌 덕후, 저는 문구 덕후인 게 드러나죠.


해시태그 올리부문방구를 검색하면 100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와요.

코로나19가 변곡점이었어요. 이전에는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24시간 집에 있게 된 거죠. 해가 뜨고 지는 모든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는 게 제겐 너무 새로운 일이었어요. 심지어 집에 제 공간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제가 아끼는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했고 아침, 점심, 저녁, 때에 따라 집을 누리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제는 제 물건이 압도적인 비중으로 가득한 곳이 됐네요.


때에 따라 집을 누리는 방법을 터득했다니 궁금하네요.

오전에는 베란다에서 일했어요. 베란다에 식물이 많아서 여름에는 정글처럼 되거든요. 또 계절에 따라 해가 다른 방향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옮겨 가며 햇빛을 즐겼어요. 사계절을 다 지내고 보니까 겨울에는 거실에 앉아 있다가는 얼굴이 다 타겠구나, 그런 것도 알게 되었고요.(웃음) 화상 미팅을 할 때마다 제 배경이 바뀌니까 회사 사람들이 대저택에 사느냐고 물을 정도였어요. 밤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요. 영감 노트도 그때 만들기 시작했어요.

영감 노트요?

팬데믹 초기에는 무려 6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어요. 아침부터 30분 단위로 온라인 미팅이 15개 넘게 이어지고 일은 점점 바빠지는데, 종일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사람들과 교류하며 얻는 자극이나 경험이 없어 스스로 고갈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과 다르지 않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나한테 쌓이는 것이 없을까? 이 생활을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고 시작한 게 영감 노트예요. 우선 유일하게 밖에서 온 자극인 택배 박스를 살폈어요. 상자에 쓰여 있는 글자부터 브랜드에서 보낸 굿즈, 동봉된 종이를 열심히 들여다봤어요. 저마다 어떤 카피를 썼는지, 교환 안내문은 어떻게 적었는지 촉을 세우고 관찰해서 노트에 붙였어요. 오늘은 내가 어떤 자극을 받았고 어떤 발견을 했는지 회고하는 시간인 거죠. ‘오늘 이런 걸 발견했어’, ‘아무것도 없었던 게 아니야’라는 걸 증명하는 기록이고요.


그 시간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발견하지 못한 것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감각을 만들어줬어요. 꼭 여행을 가고,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를 사야만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 게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어요. 저는 외부 자극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는데, 집 안에서도 제 삶의 연료를 채우는 방법을 알게 된 거예요. 일종의 리추얼이 됐죠. 지금도 집에 들어오면 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꺼내놓고 책상 앞에 앉아요. 영수증, 과자 봉지, 제품 태그, 브랜드 엽서 등 온갖 것을 살펴보면서 오늘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루를 되돌아보고 순간의 영감을 기록해요.

성장 플랫폼 밑미에서 영감 노트를 만드는 리추얼 프로그램도 운영하잖아요. 매번 솔드아웃이라던데요.

스무 명이 함께 해요. 이 리추얼에 참가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다 다르죠.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나를 찾고 싶다’ 등이에요. 그 목표들로 향하는 각자의 매일의 영감을 수집하고 서로 공유하는 리추얼의 시간을 통해 마치 하루를 20일처럼 사는 기분을 누릴 수 있어요.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나요?

리추얼 메이커는 참가자가 한 달 동안 규칙적인 시간을 보내도록 회차별로 크고 작은 가이드를 제공해요. 시작 전 가이드와 선언을 위한 선언 미팅과 마지막 회고를 위한 회고 미팅이 진행돼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지속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롯이 그 시간을 사수하고 싶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함께 있어주려고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온라인 리추얼 방의 문을 열어둬요.


본인의 리추얼 목표는 뭔가요?

시기마다 달라요. 처음에는 나의 모든 시간이 영감이라는 것을 저 스스로 확신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오늘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이 결국엔 영감이 될 수 있으니 애써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요. 리추얼 메이커로서는 사람들이 각자 리추얼을 통해 소망을 달성하도록 돕는 게 목표였죠. 또 한동안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기도 했어요.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힘든 시기를 겪었거든요. 두어 달 책상 앞에 앉지 못하다가 어느 날 수북이 쌓인 종잇조각이 눈에 들어와 정리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한두 시간 몰입하다 보니까 서서히 마음을 되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리추얼의 힘이구나 느낀 거죠. 점차 삶을 잘 끌고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이제 친구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친구들의 모든 순간, 성장하는 순간을 응원하기 위해서 온라인 리추얼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영감 노트를 만들 때 즐겨 사용하는 도구를 소개해 주세요.

글루 테이프를 많이 사용해요. 웬만한 브랜드를 다 써봤는데 고쿠요(Kokuyo)의 제품이 제일 좋아요. 테이핑할 때 밀리지 않도록 도트를 넣어 디자인한 게 신의 한 수예요. 자동차 바퀴의 돌기처럼요. 라벨 프린터기, 각종 라벨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도 자주 써요.


마스킹 테이프는 유독 많네요. 그야말로 문방구 같아요.

마스킹 테이프는 제가 좋아하는 문구를 적어 직접 만들 정도로 좋아해요. 저는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종류별, 브랜드별로 열심히 모아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비교해 보고 그 브랜드에 담긴 가치는 뭔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샅샅이 살펴봐요. 그렇게 모은 물건과 발견한 브랜드를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제가 정말 문방구 주인인 줄 알아요. DM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포인트 오브 뷰의 김재원 대표는 이걸 보더니 네이버에 장소 등록해두라고….(웃음)


문구 애호가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적부터 작은 물건을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앞 문구점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가서 구경했거든요. 갈 때마다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고 구경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매일 가다 보니 뭐가 어디 있는지 다 알 정도였어요. 손님이 찾는 게 있으면 대신 찾아주기도 하고. 사장님들이 “쟤는 여기 점원 해도 돼” 할 정도였죠.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저에게 먼저 보여줄 만큼 친해졌고요. 그렇게 문방구 사장님들한테 사랑을 받으면서 학생 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수집 생활이 시작됐어요. 딸아이가 그래요. “우리 엄마는 명품 같은 건 안 사. 대신 연필을 명품 값어치만큼 사.”(웃음) 그렇게 작은 것들을 사요. 작은 물건을 보며 얻는 즐거움이 무척 크거든요. 최근에도 회사 일로 며칠 동안 마음 아픈 일이 있었는데 저는 이런 마음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하는지 알아요. 성수동에 새로 리뉴얼한 포인트 오브 뷰에 갔죠.

포인트 오브 뷰는 아름다운 문구가 가득한 곳이잖아요.

잠시 가서 인사만 하고 오려고 했는데, 가게 문 닫고 정리할 때까지 있었어요.(웃음) 그곳은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과 느낌, 인상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경 쓴 부분이 정말 많잖아요. 그런 걸 발견하는 기쁨이 있어요. 종이에 적힌 인용문, 바닥에 쓰인 글, 신경 써서 붙인 가격표 등 작고 사소한 것에서 정성과 고민의 흔적을 찾아내면서 감동과 에너지를 얻는 게 저의 극복 방법인 거예요. 어릴 적 문구점에서 시간을 보낸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이런 문구 생활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나요?

포인트 오브 뷰의 김재원 대표, 마케터 숭과 문구인 뀰, 아이보리 등 서로 무척 다르지만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새로 발견한 브랜드, 각자 써본 문구나 제품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느라 바빠요. 저와 함께하는 브랜드 탐험가이자 영감 파트너들이죠.

회사 일도 바쁘고, 책상 앞의 개인적인 시간도 중요하고, 가족 내 역할도 수행하고, 문방구까지 운영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은 사람이라 제게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에요. 그래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시간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특히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게 엄청난 어려움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했고, 아이에게 제 시간을 마음껏 주지 못해 죄책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봤는데, 아이가 예상 가능하도록 함께하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겠더라고요. “엄마는 평일에 일하고 우리는 주말에 함께할 거야. 수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하니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같이 놀 수 있어.” 이렇게 반복되는 루틴으로 서로 안정감과 신뢰감을 갖는 거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시간 운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ENFJ이면서도 J 기질이 다분해요.


시간 관리가 마음처럼 쉽지 않을 텐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좋아하는 펜 하나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지만, 마음이 안 좋을 때도 우선 책상 앞에 앉아요.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은 무척 중요하거든요. 사실 아주 많은 일이 책상 앞에서 일어나잖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엎드려서 울기도 하고. 마치 우주와 같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좋아하는 물건으로 둘러싸인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계속 쓰고, 회고하고 생각하면서 털어버려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실수나 실패를 겪어도 저에게 악영향을 끼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거죠. 사실 시간을 운영한다는 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같거든요. 그러면 후회가 없어요. 혹시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결하면 돼요. 이런 생각을 밤 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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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oo Dami
|
Photographer
Jin Yoojeong
|
Date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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