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창조하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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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지 말 것, 와글와글 혜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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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을 누르니 스냅 사진과 스티커가 와글와글 붙은 현관문이 열렸다. 유성규, 김혜련 부부가 집을 소개했다. “이 친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빈티지 키티 인형이고요. 소파 위 쿠션은 과테말라 치치카스테낭고 원주민의 자수예요. 빈티지 숍에서 찾았어요”, “얘는 제가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디제이의 캐릭터 인형이에요. 가장 즐겨 찾는 아이템은 이 머플러인데요. 빈티지 숍 구석에 먼지 쌓여 있던 걸 제가 발견했어요.” 부부의 집은 귀여운 친구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테이블 위에도, 옷장 속에도, TV 아래에도, 1cm가 채 되지 않는 스위치 위에도. 이 집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언제 어디에서 귀여움에 치일지 모르니까.


유성규 + 김혜련

어릴 때 좋아하던 캐릭터들로 왁자지껄하게 집을 꾸민 부부

주요 장비
괴물 인형, 헬로키티 스티커, 캐릭터 미니어처
본업
브랜드 운영 + 패션 브랜드 직원
특징
많은 형용사를 활용한 표현, 차분한 목소리, 꼼꼼한 손
빈티지 캐릭터 아이템 발굴하기

‘마이멜로디’ 휴지 케이스를 선물로 사 왔는데 거실에 이미 같은 게 있네요.

(혜련) 아니에요. 달라요. 언뜻 보면 같지만, 자세히 보면 둘은 아예 달라요.


두 분이 어릴 때 좋아하던 분위기를 지금 집에 모았을 거라 상상했어요. SNS만 봤을 때는요.

(혜련)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제가 어릴 때 아빠가 문방구를 운영했거든요. 귀여운 문구 용품들을 좋아했어요. 스티커, 수첩, 필통, 펜, 빗, 거울 같은 것들이요. 그때부터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지금도 자연스럽게 그런 환경에 살고 있어요. 아빠도 여전히 문방구 사장님이고요.


문방구집 딸이라니. 모두의 부러움을 샀겠어요.

남의 부러움을 산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정말 좋았어요. 매일 실컷 구경하고 써보고 귀여워할 수 있으니까요. <Mr.K>라는 잡지도 좋아했는데, 그 잡지 알아요?


알죠. 캐릭터랑 아이돌 기사가 잔뜩 실려 있던 잡지 잖아요. 저도 초등학생 때 페이지 뜯어서 오리고 붙여 입체 편지지 만들고 그랬어요. 어릴 때 좋아하던 캐릭터는 뭐였어요?

(혜련) 저는 귀여운 것들 다 좋아했어요. 헬로키티를 좋아하는데 옛날 키티를 좋아해요.


지금 키티와 옛날 키티는 다른가요?

(혜련) 달라요. 아까 ‘멜로디’ 얼굴처럼 생긴 것도 약간 다르고 눈, 코, 입 비율이 다 달라요.

(성규)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1926~1989)의 레트로한 것들을 ‘쇼와 레트로’라 불러요. 이때의 캐릭터나 피규어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내는 그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규 님은요?

(성규) 저도 어려서부터 인형을 좋아했어요. 친구들이 다 로봇을 가지고 놀 때 저만 다른 걸 안고 다녔어요. 둥글둥글 귀엽게 생기고 털이 복슬복슬 나 있는 것들요.


연애를 꽤 오래 했죠? 시작이 궁금해요.

(혜련) 시작이 언제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성규) 제가 SNS에서 혜련을 먼저 찾았어요. 예쁘고 귀여운 사람일 것 같았어요. 팔로우도 하고, 댓글도 달고, DM도 보내며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요. 몇 번 만나보니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더라고요. 작년에 결혼을 하기까지 친구처럼 신나게 연애했어요.

숫자로 따지자면 이 집은 누구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어 있나요?

(혜련) 저요.

(성규) 혜롱이. 제가 아내가 좋아할 것 같은 아이템을 사다 나르거든요.


혜련 님 애칭이 혜롱인가 봐요.

(혜련) 언제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는데 늘 모두가 저를 그렇게 불렀어요. 새로운 중학교에 가도, 새로운 고등학교에 가도 친구들이 절 혜롱이라 불러요. 엄마, 아빠도, 성규도요.


잘 어울리는 별명이에요. 집에는 어떤 캐릭터가 가장 많아요?

(혜련) 키티요. 시간이 지날수록 옛날 물건이 더욱 좋아져서 옛날 키티를 모아요. 특정 캐릭터를 모으기보단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꼬질이’, ‘불쌍이’, ‘대롱이’ 같은 이름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애들.


꼬질이, 불쌍이, 대롱이요?

(혜련) 본격적으로 꾸미고 매대에 앉아 있는 화려한 인형보다 구석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때가 탄 인형에 더 마음이 가요. 긴 팔이 있어서 집안 여기저기 대롱대롱 매달아 둘 수 있으면 더 좋고요.

빈티지 캐릭터 아이템들은 어디서 구하나요?

(성규) 정해놓고 가는 숍은 없어요. 자주 가던 숍들이 다 없어지기도 했고요. 최근엔 번개장터에서 혜련이가 좋아할 만한 걸 종종 사서 선물했어요. 아! 얼마 전에 볼일 있어서 성수동에 들렀다가 ‘네온문’에서 돈을 많이 썼어요. 귀여운 빈티지 인형이 많더라고요.

(혜련) 결혼 전에 6년 정도 홍대 근처에서 자취했는데 그때 주변 소품 가게에서 산 ‘뽀시래기’들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홍대를 걷다가 소품 샵에서, 여행 다니면서, 운 좋으면 평범한 슈퍼 구석에서 발견해 사다 나른 친구들이 여기 그대로 모여있어요. 오히려 진짜로 귀여운 애들은 의외의 장소에 숨어 있다는 거 아시나요?


본업이 궁금해요.

(혜련) 저는 패션 회사에 다녀요. 직장인이에요.

(성규) 저는 브랜드 ‘퍽댓너드샵Fuckthatnerd’을 운영하고 있어요.


꽤 공격적인 비속어가 들어 있네요. 퍽댓너드샵은 어떤 브랜드예요?

(성규) 가죽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만들어요. 원래는 ‘너드버드’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그 이름으로 친구랑 함께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어느 순간 브랜드와 브랜드를 운영하는 저희가 착하고 순한 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귀여운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거칠고 센 것도 좋아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더 솔직하게 표현해보고자 해서 지금은 이름을 바꿨어요. 퍽댓너드샵은 가죽과 옷, 잡화를 함께 다루고 있어요. 대중적으로 어필하고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 지금은 이사를 앞두고 있어요.


귀여우면서도 거칠고 센 거라면 어떤 느낌인가요?

(성규) 그저 밝고 착하고 귀여운 캐릭터보다는 좀 더 으르렁에 가까운? 다크한 거요.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래퍼 중에 엠에프둠(MF.DOOM)이 있어요. 1990년대 후반에 가면을 쓰고 활동한 사람이에요. 노래 들어볼래요? 투박한 옛날 느낌의 비트가 대부분이에요.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마블 악당인 미스터 둠의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게 유치하고 촌스러울 수 있잖아요. 근데 엠에프둠은 달라요. 진지한 태도와 세련된 유머를 쓴 가사가 리스펙을 많이 받았어요.


과장된 컨셉 뒤에 숨겨진 진지함이라. 너드버드가 퍽댓너드가 된 만큼 반전이에요. 성규 님도 귀여움과 진중함이 공존하는 사람일 것 같아요.

(성규) 둘 다 있는 것 같아요. 귀엽게 생긴 걸 좋아하는 게 전부는 아니예요.

(혜련) 성규는 저의 취향을 충분히 존중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적절히 섞어 조율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고요.


이사한 집은 어때요?

(혜련) 저희가 구옥을 좋아해요. 이 집의 아치형 베란다처럼 낡았지만 특이한 디테일이 있잖아요. 이 집은 해가 잘 들고 거실이 커서 좋아요. 좀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둘이 커피를 사러 나가는 루틴이 있어요. 동네에 ‘레드리프’라고 작은 카페가 있어요. 거기서 커피를 사서 테이크아웃해 와요. 돌아오는 길에 잠깐 서서 커피를 마시는 곳도 있어요. 거기 서 있으면 바로 뒷집 강아지가 얼굴만 내밀고 저희를 쳐다봐요. 후암동은 산책하기 좋은 동네예요.


산책하고 집에 와서는 어디서 쉬나요?

(혜련) 소파에서 못 일어나고 자주 늘어져 지내요. 둘 다 몸이 큰 편인데 굳이 한 소파에 같이 있어요. 몸을 잘 꼬면 둘이 같이 올라가 있을 수 있어요. 뭘 먹고 뭘 보면서 소파 위에서 지내요.


뭘 먹고 뭘 보나요?

(혜련) 군것질 좋아해요. 과자나 아이스크림. 요새는 초당 옥수수 콘칩에 꽂혀 있어요. 먹어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성규) 유튜브도 보고 드라마 재밌는 거 나오면 같이 봐요. 요즘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랑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봐요. 제가 만화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만화책으로 모아서 보는데 이번에 OTT에 애니메이션 버전이 떠서 같이 보고 있어요.


주방에 요리도구가 많은 걸 보아 음식도 종종 해 먹는 것 같아요. 누가 주로 요리를 하나요?

(혜련) 제가 많이 하는데 성규도 잘해요.


어떤 요리를 해 먹어요?

(성규) 혜련이는 귀엽고 예쁘게 식사를 만들어요. 슴슴하고 담백한 메뉴를 좋아하고요. 저는 맛있는 걸 빨리 입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지옥의 메뉴’ 같은 걸 뚝딱 만들어요. 칼로리 신경 안 쓰고 맛있는 거 다 넣어서 볶거나 끓이는 기름지고 빨간 음식.


지옥의 메뉴라니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비주얼이 떠오르네요. 두 분의 SNS를 보면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식사를 하던데요.

(성규) 메뉴 구성이 단순해도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먹으려고 해요. 특히 혜련이가 잘해요. 늦게까지 야작할 때면 도시락도 만들어 주고 포일에 싼 주먹밥도 자주 챙겨줬어요.


그렇게 먹는 이유가 있어요?

(혜련) 음. 없어요. 그냥 그렇게 하게 돼요. 다들 그런 줄 알았어요. 귀여운 그릇에 밥을 잘 담아 먹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돌이켜보니 이건 엄마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엄마가 해주는 밥은 자주 모양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같은 볶음밥이더라도 틀에 넣어 동그랗게 말아주거나 유부나 계란 지단을 씌우는 식으로요.


오늘의 식사는 어떻게 만들었어요?

(혜련) 엄청 쉬워요. 먼저 밥솥에서 밥을 퍼요. 식힌 밥에 참치와 김 가루, 스크램블드 에그를 넣고 비벼요. 속재료는 냉장고에 있는 작은 반찬이면 뭐든 괜찮아요. 삼각김밥 틀에 넣어도 되고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도 돼요. 마지막으로 쯔유 소스를 발라 약한 불에 구워요. 노릇노릇해지면 꺼내요. 진짜 쉽죠?


이렇게 귀여운 게 모여 있는 집이라면 바깥의 삶이 아무리 험난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혜련) 집이 최고라는 생각은 해요. 문을 여는 순간 안도감이 느껴져요.

(성규) 둘러보면 다 구석구석 다 귀여운 애들이 있어요.


사진 찍다가 알았는데 방 스위치마다 작은 인형이 하나씩 올라가 있네요.

(혜련) 이 집에서는 절대 방심하지 마세요. 언제 어디서 뽀시래기가 나타나 귀여움을 전파할지 모르니까요.


Tips

노릇노릇 혜롱표 구운 주먹밥 만들기

1.
밥솥에서 밥을 꺼내 식힌다. 찬밥이 있다면 그걸 이용한다.
2.
밥에 기름 뺀 참치, 김가루, 스크램블 에그를 넣고 비빈다. 이때 재료는 멸치나 오징어 등 작은 밑반찬류는 뭐든 가능하다.
3.
밥을 삼각형 모양으로 뭉친다. 삼각김밥 틀에 넣으면 더 간단히 모양을 낼 수 있다.
4.
쯔유 소스를 양쪽에 발라 약불에 굽는다. 갈색빛을 띠면 팬에서 꺼낸다.
5.
김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삼각김밥 아래에 붙인다. 밥의 양념을 손에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다.
Editor
Seohyung Jo
|
Photographer
Hae Ran
|
Date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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