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이 잘 자라는 집이네요.
화분이 많죠. 4년째 키우는 것들도 있고. 정글 느낌 좋아해요. 몬스테라처럼 잎이 풍성한 식물이 오히려 키우기 쉽더라고요. 분갈이하며 흙 만지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다도하는 것처럼.
보통 이 시간에 뭘 하나요?
점심 먹고 나서 ‘오전에 일을 더 했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며 커피 내리고 있겠네요.
지금 작업하는 책은 어떤 거예요?
포르투갈 가이드북인데 400페이지 넘는 책이라 나눠서 마감하기로 했어요. 작년 11월에 한 달간 출장 다녀왔어요.
모닝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아침 8시쯤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이불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서 물 마시고 커피 내리고, 소파에 앉아서 식물 좀 보고 책 읽어요. 저 서랍장 안이 다 책이거든요. 책이 지저분하게 꽂힌 걸 못 봐서 책 넣을 수 있게 직접 장을 짰어요. 책 읽으며 예열하는 거죠. 글쓰기 전에 뭔가 읽으면 훨씬 좋아요. 책을 더 읽고 싶을 때는 독서 시간을 늘리기도 해요. 그러고서 작업실 방으로 출근해요. 마감이 급하지 않으면 실내 자전거도 타고요.
요즘은 어떤 책 읽어요?
보통 여러 책을 한 번에 보거든요. 꼭 완독하려고 하진 않아요. 요즘은 에세이를 몇 권 읽고 있어요. 최근에 에세이를 내면서 국내 에세이를 많이 읽어요.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말들’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어요. <돈의 말들>이 재미있었죠. 여행 작가였던 저자가 쓴 재테크 에세이예요.
모닝 루틴이 끝나면 다음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글은 최대한 오전에 써요. 점심은 여유 있게 먹는 편이고요. 잠깐 산책도 해요. 오후에는 오전에 쓴 글을 다듬거나 사진을 보정하거나 이메일을 써요. 일하다 안 끊으면 밤늦게까지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녁 먹고 수영을 가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웬만하면 그 전까지 일을 마무리하려고 하죠. 요즘은 저녁 수영 가기 전에 몸도 풀 겸 실내 자전거를 타요. 밤 9시부터 수영이니까 8시부터 20분 정도 타고 수영장에 가면 좋더라고요. 걸어서 5분 거리예요. 수영하고 나서는 일 안 해요.
좋은 방법이네요.
수영은 작년 3월에 시작했어요. 해외 출장 때문에 중간중간 빠지다 보니 초급반으로 내려왔는데, 올해 다시 중급반 가는 게 목표예요. 그런데 다음 달에 또 여행 가거든요.(웃음)
출장이 잦으면 뭔가 한 가지를 지속하기가 힘들죠.
일주일만 해외 다녀와도 리듬이 확 깨지잖아요. 시차 적응 못 하고. 다음 달에 친구와 렌터카로 미 대륙을 여행해요. 뉴욕으로 들어가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거쳐 캐나다에 갔다가 칸쿤으로 나와요. 팬데믹 이후로 개인 블로그를 활발히 하는데 이것도 블로그에 포스팅할 것 같아요.
출장 다닐 때와 집에서 지낼 때, 생활에 격차가 있잖아요.
그게 재미있어요. 보통 최소 한 달 정도 취재를 다녀와요. 돌아와서 집에서 작업하며 여행을 되새기죠. 제2의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장기 출장 다니는 사람의 집치고 깨끗하네요.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집 치우기 싫어서 노트북 들고 밖에 나가서 마감하곤 했어요. 출장 가보면 저렴한 호텔도 깔끔하잖아요. 지저분한 집에 돌아오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여기로 이사 오기 전에 10년 묵은 짐을 한번 싹 정리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매년 짐을 정리하며 살아야겠다.’ 여행보다도 집을 돌보는 게 나를 아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집 정리하다 보면 잊고 있던 물건들이 나오고, 내가 그때 이랬구나 싶죠. 그 후로 집을 자주 정리하고, 여행 가기 전에는 집을 최대한 깨끗하게 해놓고 가요. 돌아왔을 때 상쾌하잖아요.
집 꾸밀 때 원칙이 있나요?
고정관념을 깨자.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이 우주에서. 가구를 자주 옮기는 편이에요. 거실 소파 위치도 네 번째 바꾼 거예요. 전망 때문에 일부러 사선으로 배치했어요. ‘깔맞춤’도 좋아해요. 식물을 키우다 보니 초록을 메인으로 잡고 노랑을 포인트로 주는 식으로 색감을 통일해요. 보통은 식물을 구석에 배치하는데 볼륨감 있는 식물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전 거실 중앙에 배치하죠.
수납공간도 깔끔해요.
우리 집이 편집숍이라는 생각으로 정리해요. 자기만족이죠. 글씨 거슬리는 걸 못 참아서, 이 손 소독제도 라벨을 떼고 다른 스티커를 붙였어요. 예쁜 케이스는 버리지 않고 수납함으로 쓰고요.
여행 가서 기념품을 많이 사 오는 편인가요?
많이 사요. 기린 조각상은 남아공에서 샀고, 이건 대만 빈티지 기차 모형이에요. 대만에서 기차로 돌아다녔거든요. 찜기도 대만에서 샀어요. 여기에 만두 쪄 먹으면 여행 온 기분이에요. 여행지에서 해본 걸 집에서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만두도 쪄 먹고 마작도 해요. 지인들과 마작 모임을 해요. 주말에 늦은 점심 먹고 모여서 몇 시간씩 하죠.
모닝 루틴은 언제부터 실천했나요?
팬데믹 이후요. 그 전에는 거의 매달 출장을 다녀서 출장 다녀오면 마감하고, 마감 끝나면 쉬고, 다음 출장 준비하는 식이라 루틴이 무의미했거든요. 팬데믹 기간에 여행도 안 가고 외출도 안 하니 움직일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어요. 아침 루틴을 만들려고 해보니, 저녁 루틴이 있어야 아침 루틴도 가능하더라고요. 글 잘 써진다고 늦게까지 일하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게 되잖아요. 최근에 두 달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 전에 최대한 집을 치우고 다녀왔어요. 그러니까 루틴도 더 잘 지키게 돼요.
출장 다니면서도 루틴을 꾸준히 지키는 비결이 있나요?
예를 들어 런던에 머물러도 아침에 스트레칭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장소는 달라져도 연결성을 갖고 루틴을 지속하려고 해요. 수영복도 가지고 다녀요. 주변에 수영장 있으면 꼭 수영을 해요.
스트레칭은 어떤 식으로 해요?
‘필라테스하는 물리치료사,람PT’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어요. 거기서 그날그날 꽂히는 영상을 따라 해요. 작업하다 보면 어깨가 아픈데, 오후에 어깨 열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정말 시원해요. 아침에는 모닝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어주는 게 좋더라고요.
루틴을 실천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모닝 루틴을 끝내고 나면 곧바로 일을 시작해요. 그 전에는 책상에 앉아도 뉴스나 이런저런 영상을 봤거든요. 이제는 거실에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하고 작업 방에 들어가니까요. 저녁에 수영하고 돌아오면 밤에 상쾌한 느낌이 들어요. 서너 시까지 글 쓰다 늦잠 자는 일도 없고.
하루키처럼 규칙적인 생활이네요.
수영하고 돌아오면 술 마셔요. 남편과 맥주 한잔하고, 나이트 캡(잠들기 전 마시는 한잔의 술)도 한잔 마시고.

집에서도 일할 때와 안 할 때 온,오프가 잘되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거의 집에서 지내요. 에너지를 비축해야 출장 가서 더 잘 다니는 것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루틴대로 살고 싶어요.
일할 때도 본인만의 원칙이나 루틴이 있나요?
반드시 쓰기 전에 구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요. 또 초안은 빨리 쓰자. 고민한다고 잘 써지는 게 아니다. 퇴고가 중요하잖아요. 일이 잘 안될 때는 그냥 청소해요. 그게 낫더라고요.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해요?
집 안에 구역을 정해서 ‘오늘은 주방 한 칸’ 이런 식으로 청소해요. 한 달 정도 잡으면 집을 싹 정리할 수 있거든요. 한번에 하려면 절대 못 하잖아요. 청소기를 매일 돌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거예요.
여기저기 취재 다니며 본 것에서도 영감을 받겠어요.
맞아요. 저기 잔 배치한 것도 어느 바에서 보고 따라 한 거예요. 헬싱키 책 쓰러 북유럽 다녀온 후로 과감한 패턴도 쓰게 됐어요. 전에는 ‘질리면 어떡하지’, ‘이상하면 어떡하지’ 하고 시도를 못 했는데.
가이드북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제대로된 가이드북이 출간된 적 없는 지역을 찾아 책을 쓰자는 전략을 세웠어요. 대만은 국내에 가이드북이 한두 권 있을 때 썼고, 포르투갈은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썼어요. 스페인 여행 갔을 때 포르투갈에 들렀는데 그 나라의 색감이나 패턴이 너무 좋더라고요.
어떻게 10년을 꾸준히 했나요?
회사 생활 12년도 금방 갔잖아요. 여행 작가로 보낸 10년도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어요. 여행이라는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필요하잖아요. 영감을 받고 싶은 사람도 있고,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도 있고.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나요?
위스키를 좋아해서 위스키 여행책을 써볼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온라인 레터를 써볼까 해요. 원고 마감을 할 구실을 만들려고요. 올해 글쓰기 강의를 하거든요. 뭔가를 꾸준히 쓰고 있어야 코칭도 잘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고민도 있나요?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에 여행책을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얼마 전에 아는 편집자와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꼭 여행 글이 아니더라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근육을 길러야죠. 그래야 어떤 글이든 쓰죠. ‘집을 콘텐츠로 할 수 있는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해요. 집에서 마작 클래스를 연다든가. 남편은 술집을 하고 싶대요. 술병도 모으고 있어요.
여행 작가에게 집은 어떤 곳이에요?
낮에는 일터, 밤에는 놀이터. 집에서 노는 게 점점 더 좋아지더라고요. 남편이랑도 놀고, 친구들 불러서 놀고. 집에서 재미있게 놀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