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서 중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회사 밖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사실 모두가 바라는 것이지만 실제로 회사를 박차고 나오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그게 현실이 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에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의욕이었나요?
의욕 하나로 안 되는 것도 되게 할 수 있는데, 의욕이 없으면 될 것도 안 돼요. 특히나 회사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스스로 의심을 하게 되잖아요. ‘내가 진짜 잘할 수 있을까?’ 하며 흔들릴 때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결국 의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고요.
가장 도움이 된 방법이 뭐였어요?
기록하는 행위였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 틀이 없어지면 내가 원하는 것과 내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기록이 도움이 됐어요. 저는 몇 달 동안 구글 캘린더에 30분 단위로 내가 뭘 하는지 기록했어요. 평소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요.
그렇게 기록해 보니 어떻든가요?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죠.(웃음) 밥 먹고 집을 좀 치우다 보니 오전 시간이 가버리고, 점심에 우체국을 다녀오니 또 몇 시간이 날아가고, 저녁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늦은 밤까지 하고 있는 거예요. 이토록 엉망이었지만 이걸 기록으로 남기며 조금씩 삶이 정리되어 가는 걸 느끼는 게 의미 있었어요. 시간을 잘 쓰는 건 연습을 해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조금씩 집중해서 일하고, 허투루 쓰는 시간을 줄이고, 저녁에는 휴식을 취하는 일상을 만들어가게 됐어요.
‘완전히 독립했다’는 건 무슨 의미예요?
5년 정도는 고정 수입이 있었어요. 3년 전부터는 아무도 나에게 월급을 안 주고 내가 직접 영업과 거래를 도맡았다는 뜻이에요.
완전한 독립을 하고 나니 기분이 어땠나요?
독립은 불안과의 싸움 같아요.(웃음)
어떻게 해소했어요?
삶에 작은 챌린지들을 만들었어요. 각 잡고 ‘내가 뭔가 해내야지’ 하고 생각하면 질려요. 일정은 늘어지고 마음은 더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작은 챌린지 같은 걸 시작하고 매일 약간의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걸 기록하는 게 불안 해소에 더 큰 도움이 돼요.
어떤 챌린지를 했나요?
가장 먼저 시작한 건 ‘100일 동안 100개의 물건 버리기’였어요. ‘매일 그림을 그려야지’, ‘매일 글을 3편씩 써야지’라고 결심한 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었죠. 뭔가 하고 싶은데 의지는 부족했으니까. 내가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버리기’였어요. 9월 23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 한 해의 마지막 날에 100번째 물건을 버리면서 새해를 가뿐하게 맞이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챌린지에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가 있나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이요.
가장 먼저 버린 물건은 뭐예요?
책상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모래시계를 버렸어요. 3분짜리였는데 쓸 일은 없었지만 예뻐서 가지고 있던 거였죠.
버리면서 아까웠던 것도 있나요?
농구공이요. 코로나19 시기에 운동을 해보고 싶어서 샀는데 한 번 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냥 집에 두었는데… 그게 예쁘더라고요.(웃음) 정말 더 이상 버릴 게 없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 예쁜 농구공을 버렸죠.
꼭 필요한 물건인 줄 알았는데 버리고 나니까 그렇지 않았던 것도 있나요?
100개의 물건이 모두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면 무인양품에서 산 케이블 정리함 같은 거요. 인스타그램에서 ‘핫 아이템’이라고 해서 샀는데 막상 써보니까 불편했어요. 그래서 사용하지 않고 그냥 두었는데 버리고 나니까 저한테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기억도 잘 안 나요.
마지막으로 버린 물건은 뭔가요?
인스탁스 미니 폴라로이드요. 언젠가는 잘 쓸 거라 생각하고 간직하고 있었는데 10장 정도 찍고 나서 방치해 뒀어요. 제가 버린 것 중 가장 비싼 물건이죠.
이렇게 100개의 물건을 버리는 과정을 어떻게 기록했나요?
노트에 물건 그림을 그리고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겼어요. 언제 샀는지, 왜 샀는지,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적었죠. 그걸 SNS에도 올렸어요.
나만의 챌린지를 타인에게 공개되는 곳에 게시하는 이유가 뭔가요?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다가 제가 꾸준히 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응원해 주기도 하고 전 거기서 힘을 얻죠. 금방 7명의 친구가 ‘100개 버리기 챌린지’에 동참했어요. 이렇게 사람이 모이니까 기획을 추가해도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해서 얼마 전 ‘100개 버리기 챌린지’에 동참한 7명이 함께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내가 버린 100개의 물건을 파는 플리마켓이었죠.
플리마켓은 어땠어요?
뿌듯했어요. 가장 먼저 버렸다고 한 3분짜리 모래시계 있죠? 어떤 분이 아이가 양치질할 때 시간 재는 용도로 딱 필요하다며 가져갔어요. 버린 물건이 쓸모를 찾는 걸 보고 뿌듯했어요. 저도 거기서 예쁜 모자를 2개 샀죠.(웃음)
100개의 물건을 버리고 나니까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오히려 갖고 싶은 물건이 많아져서 당황스러웠어요.(웃음) 비우고 나면 삶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다르더라고요. 저는 미니멀한 집이 아니라 애착이 있는 물건으로 채워진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물건을 신중하게 골라 오랫동안 쓰고 싶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과도가 망가졌는데 어떤 걸로 살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거나 사고 싶지 않아요.
100개의 물건을 버린 후에도 미니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걸 진행하고 있나요?
아침마다 그날 떠오르는 이미지를 스케치하는 ‘아침 드로잉’, 나만의 것을 창작하는 이들과 매달 만나 초안을 공유하고 그걸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초안클럽’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챌린지로 하여금 내가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하게 되는 게 좋아요.
착각일까요?
착각일 것 같아요.(웃음) 누구나 삶의 모든 면에서 주도적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누군가 시켜서 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느껴요. 이 도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죠. 스스로 삶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연습은 독립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돼요.
‘도전’이라는 단어의 결론이 성공일 때도 있지만 실패일 때도 있어요. 챌린지에 실패한 적도 있나요?
당연하죠. 사실 저는 ‘100일간 100개 버리기 챌린지’에서 73일까지만 했어요. 플리마켓을 앞두고 미처 버리지 못한 27개의 물건을 더 버렸죠. 근데 이걸 실패라고만 봐야 할까요? ‘플리마켓을 통해 다르게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거라고 봐요. 일상 속 작은 챌린지가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인 것 같아요. 챌린지를 시작할 때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지점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끝에 가면 완전히 다른 곳에 와 있을 때도 있어요. 저는 챌린지를 그냥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봐요. 뭐, 완주 못 하면 어때요. 어쩔 수 없는 거지.
원래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인가요?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도 이런 걸 할까요?(웃음) 계획을 안 세우니까 생활 속에서 챌린지를 시도하는 것 같아요. 성공률을 높여서 삶을 즐겁게, 오랫동안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 같아요. 힘을 빼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일할 때도 힘을 좀 빼고 하나요?
네? 어휴, 일할 때는 안 돼요. 챌린지로 얻은 힘으로 엄청 열심히 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