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자녀와 캠핑하며 천체를 관측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당장 연락 드렸어요. 유튜브 채널명도 ‘아빠드론, 아빠별TV’더라고요. 자녀와 같이 취미 활동을 하는 건 굉장히 멋진 일 같은데 어떤가요?
당연히 멋진 일이죠. 근데 애들이 요즘에는 안 따라다니려고 해요. 어릴 때는 같이 잘 다녔는데 이제 자기 삶이 있으니 애들도 부모에게 시간을 내줘야 함께 다닐 수 있더라고요. 첫째가 여섯 살 때쯤 이 취미를 시작했어요. 걔가 벌써 중학생이죠. 막내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걔도 간당간당해요.(웃음) 취미를 공유하는 멋진 아빠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어쩌다 보니 저만 즐기는 꼴이 됐습니다.
최근 함께 다녀온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작년 6월에 누리호 발사를 직관하러 고흥에 갔다 왔어요. 국내에서 로켓 발사라니, 쉽지 않은 경험이잖아요. 꼭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근데 정말 멀었어요. 1차 시도 때는 운전해서 갔고, 2차 시도 때는 광명역에서 순천역까지 KTX 타고 가서 차를 렌트했죠. 좋은 추억이 됐어요. 고된 일정이었지만 영상으로 편집해놓고 보니 감동이 컸어요.
저희가 만난 이곳은 어딘가요? 취미를 위한 아지트인가요?
다섯 식구가 사니까 집이 비좁아요. 이제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 제 방을 줘야 할 때가 됐고요. 그러다 보니 제 장비 둘 곳이 없더라고요. 한번 둘러보세요. 부피가 다 크잖아요. 나름 정리한다고 해도 거실이고 베란다고 장비가 흩어져 있으니 너저분해 보이고. 3D 프린터도 자주 쓰는데 소음이 크고 먼지도 날리니 식구들에게 민폐예요. 그래서 아내와 상의해서 집과 지하철역 사이에 작은 원룸을 구했어요.
집에서 얼마나 걸려요?
걸어서 15분 정도? 창밖에 보이는 저 아파트가 집이에요.
로망 그 자체네요. 사는 집과 노는 집이 따로 있군요.
좋아요. 사는 집도 깔끔해졌고, 특히 제가 장비 때문에 눈치 안 봐도 되니까 좋아요. 또 이런 공간이 생기니까 새로운 일도 생겨요. 얼마 전에는 여기서 같이 활동하는 동료 8명이 전문가 한 분을 모시고 천체 사진 보정 세미나도 했어요. 매달 나가는 월세와 관리비를 무시할 수 없지만 최대한 여러 목적으로 활용해 제값 하게 하려고요. 아이들 공부방으로도 쓰고요.
취미로 집 하나를 더 구할 정도라니 진심인 게 느껴져요.
군대 다녀오고 공대로 진로를 바꿨는데 그 전에 천문학과를 다녔어요. 결혼 전에는 천문노트란 비영리 민간단체를 공동 설립해 천문 프로그램을 제작해 배포했고,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천체 관측회도 열었어요. 기본적으로 제 안에 하늘에 대한 동경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많이 들죠.(웃음) 시간도 필요해요. 제가 결혼 전에는 그렇게 살다가 결혼하고는 싹 접었어요. 애가 어리니까 같이 나갈 수도 없고, 그때는 돈도 없었어요. 다니던 회사도 잘 안됐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긴 했는데 잘 안 풀리더라고요. 잠실에 살다가 인천의 복층 빌라로 옮겨 가서 반은 사무실로, 반은 거주지로 썼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애들이 크고 제 사업도 자리를 잡으면서 그제야 다시 시작한 거예요.
혼자 즐기던 때와는 다른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그때가 2013년경이었는데 한창 드론이 유행하던 때였어요. 그럼 아빠가 드론 날리는 거 한번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마트에서 완구용 드론을 하나 샀어요. 조종이 쉽지 않은데 아,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FPV 드론을 알게 됐고, 커뮤니티를 들락날락하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고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져 부품을 주문하기까지 일사천리였죠. 한 땀 한 땀 납땜하며 부품을 조립해 완성한 다음 딱 띄워 올릴 때 그 기분이란!
관측하러 나가기 전에 집에서는 뭐 하나요?
활동은 밖에서 이뤄지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건 전부 집에서 해요. 생각해보세요, 주문한 부품을 받고 조립하고 설계하고 해체하고 정비하는 일, 어디서 맘 편히 하겠어요? 그러니까 집은 천체 관측이나 드론 비행을 준비하는 베이스캠프 같은 거죠.
듣고 보니 그러네요. 집은 늘 그렇듯 재정비의 장소군요.
집에서는 늘 기대감에 들떠 있어요. ‘이번 주에는 언제 나가지?’ ‘뭐를 찍지?’ ‘부족한 건 없나?’ ‘이 사진은 이렇게 편집해볼까?’ ‘남들은 지난주에 뭘 찍었지?’ 생각만으로도 신나죠.
집에서는 관측 안 하나요?
집 베란다에 망원경을 세팅할 때가 있어요. 주로 장비를 테스트하거나, 오래 필드에 못 나갔을 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잠깐 놀려고 그러는 거죠. 도심이라도 행성과 달, 밝은 성단 정도는 보여요. 그보다 어두운 은하, 성운은 아무래도 보기 어렵죠.
주로 언제 나가요?
웬만하면 날씨 좋을 때는 다 나가요. 나갈지 여부를 판단하는 삼박자가 있어요. 달의 위상, 시상(seeing), 그리고 대기의 투명도(transparency). 예를 들어 달이 밝으면 관측이 어려워요. 바람이 세면 투명도는 좋아도 별빛이 흔들려 시상이 좋지 않고, 바람이 없으면 별빛은 안 흔들리는데 투명도가 나빠 시상이 안 좋죠. 그러니 1년에 별을 제대로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날은 별로 없어요. 삼박자가 괜찮다, 그럼 나가야 하는 거예요.
늘 차에 장비를 준비해두고 있어야겠군요.
보시다시피 천체망원경 부피가 사과 박스 4~5개만 해요. 지금 카니발이 4세대까지 나왔죠? 카니발 2세대에 카니발R 9인승 리무진이라고 3열짜리가 있어요. 3열은 완전히 접히고 2열은 직접 탈착이 가능해 떼어내면 길이가 2m 정도 나오거든요. 거기다 매트 하나 깔고 천체망원경 가방을 싣는 거예요. 서울이 직장인데 날씨 좋으면 금요일 저녁에 강원도로 달려가 밤새 촬영하고 차에서 잠깐 잔 다음 토요일 아침에 올라와요.
최근에 산 장비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뉴턴식 반사망원경을 샀어요. 구경 6인치짜리를 썼는데 이번에 산 건 8인치예요. 구경이 클수록 더 디테일하게 볼 수 있거든요. 새 제품을 그대로 쓰면 안 되고 튜닝을 좀 해야 하는데, 곧 날 잡아 덤빌 거예요.(웃음) 쓰던 건 중고 거래로 팔까 생각 중이고요.
튜닝 정보는 어디서 얻어요?
동호회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에서 얻어요. “나 이번에 이거 샀는데 뭐 해야 해?” 질문만 하면 여기저기에서 팁이 쏟아져요.
좋네요! 먼저 경험해본 이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집단지성을 활용할 줄 알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사실 천체 사진 촬영은 준비할 게 상당히 많아요. 백지 상태에서 인터넷 검색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죠. 이때 동호회 활동이 지름길을 열어줘요. 그러니 비슷한 목표를 이미 달성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잘 지내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에요. 동호회 활동도 안 하고 본인의 결과도 공유하지 않으면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러다 시간과 돈 낭비 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어요.
그래서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정보를 공유하는군요.
네이버 밴드, 네이버 카페에도 활동을 보고하죠. 저는 어떤 활동을 할 때 흔적을 남기는 것을 꽤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바깥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 집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연결되어있다고 느껴요.(웃음) 이렇게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다 보면 우연치 않게 좋은 기회를 만나기도 해요. 예를 들어 광고나 촬영 의뢰 같은 거요. 그래서 저는 동호회 활동도 소중하게 여겨요.
서로 촬영지 정보도 공유하나요?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하지 대놓고 공개하지는 않아요. 유명해지면 그곳은 더 이상 촬영하기 좋은 장소가 되지 못하거든요. 우리나라는 광해(빛 공해)가 심한 편이에요. 예를 들면 골프장이나 스키장 조명 때문에 그 일대에서는 별을 보기 어렵죠.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런 곳을 피해, 심지어 작은 가로등마저 없는 곳을 찾아가요. 국내에 몇 곳 없는데 저도 2~3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는 한두 곳만 다녀요.
늘 있는 기회가 아니니 한번 출사 나갈 때 더 신중해질 것 같아요.
제 사진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니라도 ‘할 때 제대로 해야겠다’, ‘나중에 전시할 거다’, ‘작품을 만들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요. 아! 자랑해야겠어요. 이번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최한 제31회 천체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 받았어요. 시상에 우주, 심우주, 태양계, 꿈나무, 동영상 분야가 있는데 작년에는 심우주 분야 동상을 받았거든요. 올해는 분야를 통틀어 대상 다음 2등을 한 셈이죠. 작품 제목은 ‘화성, 암흑성운 그리고 혜성의 범상치 않은 만남(C/2022 E3 ZTF)’이에요.(아래 첫 사진)
사진을 보정할 때 스스로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똑같은 행성이라도 찍는 사람마다 다르게 색을 표현하는데 저는 최대한 원본 그대로의 색감을 유지하려고 해요. 대신 더 선명하게!
장비 없이 별을 볼 수도 있나요?
저는 가능한 한 천체 사진 장비 구매는 최대한 미루라고 말해요. 상대적으로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인 만큼 장비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즐겨본 다음 장비를 검색하라고 하죠.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너무 좋아요. 프로 모드를 이용하면 은하수도 촬영할 수 있어요. 그리고 탐조용 줌렌즈 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도 대형 성운, 성단, 은하뿐 아니라 행성, 달 관측도 가능해요. 만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집에서 가까운 천문대를 추천합니다. 큰돈 들이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만으로도 그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은하수를 찍는 팁이 있나요?
카메라를 하늘을 향해 딱 세워놔요. 삼각대 같은 게 있으면 좋고요. 그리고 스마트폰을 프로 모드로 세팅한 다음 셔터 스피드 15~20초 정도로 사진을 찍어요. 갤럭시에는 기본 카메라에 그 기능이 있는데 아이폰은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할 거예요. 셔터 누를 때 블루투스 리모컨을 사용하면 카메라에 흔들림이 없겠죠. 사진 품질을 높이려면 이렇게 10~20장 정도 찍은 뒤 포토샵에서 레이어를 합하면 돼요.
날씨 체크하는 앱은 뭘 쓰나요?
무료 앱인데 클리어 아웃사이드(Clear Outside)를 추천해요. 달 위상, 구름, 대기 투명도, 바람, 습도 등의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어요. 자주 가는 장소를 등록해두면 보기에 더 편하죠. 외국 앱인데 우리나라 정보도 얼추 맞아요. 일주일 치 예보를 볼 수 있어서 저는 일요일에 ‘이날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다음 수시로 체크해요. 또 구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앱으로는 윈디(Windy)를 써요. 유료 앱이지만 무료로 제공하는 기능만 사용해도 충분해요.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도 알려주세요.
아스트로빈(Astrobin)이라고 전 세계 천체 사진가들의 SNS랄까요. 사진마다 대상 이름, 촬영 장비, 촬영 방법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촬영 정보를 얻기 참 좋아요. 사진가가 직접 해설을 달 수도 있고요. 제 사진을 볼 수 있는 링크도 여기 알려드릴게요.
자영업자에 세 아이의 아버지로 살면서 취미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나요?
인생이 너무 짧아요. 그렇게 느끼지 않나요? 저는 적절한 취미 생활이 그 짧은 인생을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몸은 좀 피곤해도 집에서 저녁에 조금씩 준비하면 돼요. 집이란 그런 곳이죠. 다시 말하지만 베이스캠프!
꿈꾸는 집이 있나요?
저는 아이들이 스무 살 되면 다 내보낼 거예요. 대학교 등록금도 스스로 벌라고 했어요. 그때가 오면 저는 아내와 공기 좋은 지역에 단독주택을 짓고 그 옆에 개인 천문대를 만들고 살 거예요. 낮에는 드론, 밤에는 관측 생활을 하는 제 꿈을 실현하는 거죠. 작은 전시장도 만들어 제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여러 사람과 함께 보고, 프로그래밍 기술이 있으니 천문 프로그램도 만들려고요. 생각만 해도 신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