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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스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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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누하동 한산한 주택가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일주일에 단 하루 문을 여는 ‘39도 스콘’ 덕분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가족과 거주하는 김시연은 1층 작업실에서 좋은 재료로 스콘을 구우며 토요일마다 스콘 가게 문을 연다. 오픈 1주년을 앞둔 3월의 어느 날, 스콘과 함께 삶의 균형을 찾는 그녀의 집이자 스콘 가게를 찾았다.

39도 스콘/ 김시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정과 일터를 오가는 간헐적 스콘 베이커

주요 장비
밀가루, 설탕, 오븐
본업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
부캐
스콘 요정 이모


2층짜리 주택이 단정해 보이네요. 언제부터 서촌에 살았나요?

지난해 1월에 이사 왔어요. 스콘 가게는 3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딱 1년이 되었고요.


이전에는 다른 일을 했나요?

원래 남편과 함께 광고 일을 했는데 두 아이가 생긴 뒤로 엄마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몇 년간 육아에 전념하던 중에 브랜딩 관련 일을 맡게 되었어요. 집과 공간을 렌트해주는 ‘아워플레이스’라는 스타트업 플랫폼의 여러 호스트들을 인터뷰하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었죠.  


그때의 일이 이사에 영향을 준 걸까요? 

어쩌면 그렇기도 해요. 독특한 주택을 정말 많이 다녔거든요. 사실 저는 40년 가까이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주택에서의 삶이 불편한 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걸 인터뷰하면서 점점 더 깨닫게 됐어요.



서촌에 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여기로 이사 오기 전에 서촌 부근인 사직동에 살아서 이쪽 골목으로 아이들이랑 거의 매일 산책을 나왔어요. 마침 코로나19가 시작되던 때라 아파트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던 시기였죠. 아이들은 학교도 못 가고 집에만 있는 걸 답답해했어요. 다 같이 <응답하라 1988>을 한창 재밌게 봤는데, 아이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택에 살아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랑 남편은 나중에 한번 그렇게 살아보자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컸을 때는 주택에 살 이유가 없더라고요. 아이들이 원할 때 주택에 살아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매주 서촌 일대 부동산을 돌며 집을 알아봤죠. 그렇게 1년 반 만에 이 집을 만났어요.    


아파트에 살 때와 일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저희 큰아이가 되게 겁이 많은 편이거든요. 아파트에 살 때는 10살이 다 되도록 혼자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했어요. 학교에 갈 때도, 놀이터에 갈 때도 항상 제가 대기를 해야 했죠. 그래서 사실 주택으로 이사 오게 된 것도 큰아이의 영향이 커요. 여기는 정말 문만 열면 바로 바깥 세상이니 아이가 두려움 없이 밖으로 나가게 됐어요. 친구들도 쉽게 드나들게 되어서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오고, 자고 가기도 해요.


1층에 베이킹 작업실이자 스콘 가게를 열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이 집이 외관은 그대로 두고 실내만 리모델링한 건데, 원래 스콘 가게를 열 생각은 없었어요. 리모델링 설계 때문에 구청에 갔는데 구청 직원이 제과점이 가능한 집이라는 사실을 귀띔해주더라고요. 어쩌면 운명인가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설계를 바꾸고 1층에 스콘 가게 자리를 만들었죠. 


그렇게 가게 내부의 문이 집과 이어지는 구조가 된 거군요. 

정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의 삶과 스콘 가게 주인의 삶이 딱 분리되는 구조예요. 저는 ‘마법의 문’이라 부르곤 하는데, 집 안에 있을 때는 후줄근하게 잠옷 차림으로 지내다가 반듯하게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문을 열어 출근하는 거죠. 


가족들도 스콘 가게를 좋아할 것 같아요.

처음에 가족들이 무척 신기해했어요. 농담처럼 나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사실 가족들한테 늘 고마움을 느껴요. 집의 일부를 제게 내준 거나 다름없잖아요. 



‘토요일에만 문을 여는 스콘 가게’라는 콘셉트도 독특해요. 

이전에도 베이킹 작업실에서 스콘을 구워 온라인으로 판매한 적이 있어요. 6년 가까이 그렇게 해보니 한 달에 한 번 스콘을 굽는 게 제 삶의 균형과 맞더라고요. 스콘 가게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주 3일 정도 열어볼까 고민했는데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지속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이들 돌보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토요일 딱 하루만 문을 열기로 결정했죠. 초반에 찾아온 분들은 더 자주 가게 문을 열길 바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이들 이해해주세요. 이런 삶이 있다는 걸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이름의 ‘39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39도’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했어요. 엄마라면 누구나 알 거예요. 아이가 가장 따뜻함을 느끼는 온도가 39도라는 걸요.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스콘을 굽는 적정 온도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들 많이 오해하는데, 스콘은 200도에 구워야 해요.


토요일마다 꾸준히 찾는 손님도 많을 것 같아요.

새벽부터 냄새가 좋아서 참을 수 없었다며 찾아오는 분도 있고, 스콘 가게 덕분에 이웃과 더 자주 소통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이 골목에 사는 분들이 자주 오는 게 기분 좋아요. 사실 한적한 주택가에 외부인들이 오가는 게 싫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다들 매주 반갑게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포장 용기를 챙겨 오면 혜택도 있네요.  

아이들 미래를 생각해 환경문제를 늘 신경 써요. 온라인 주문 상품을 배송할 때도 종이 외의 포장재는 사용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포장 용기를 들고 오는 분에게는 적립 혜택을 드려요. 아예 접시를 맡겨두는 분도 있고, 집에서 쓰던 용기나 공병을 기부하는 분도 많아서 뿌듯하죠. 



스콘은 언제부터 구웠나요? 

아이를 키우면서 좋아하는 빵집에서 스콘 사 먹는 게 저의 소소한 낙이었어요. 문득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기를 등에 업고 베이킹을 배웠어요.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스콘을 만들어주려고 밀가루와 설탕, 베이킹파우더 같은 재료에 신경을 쓰게 됐고 차츰 저만의 스콘을 만들게 된 거죠. 


그럼 스콘만 베이킹하는 건가요?   

일단 제가 스콘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레시피가 단순한 것도 마음에 들어요. 밀가루를 반죽해 숙성했다가 오븐에 구우면 짠 하고 맛있게 완성돼 나오니까요. 단순한 제 성격이랑 스콘이 정말 딱 맞는 것 같아요. 



서리태부터 호두, 얼그레이 등 만드는 스콘 종류가 정말 다양하네요.

아빠가 은퇴하고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지으세요. 서리태, 감자, 고구마 같은 작물을 보내주시는데 딱 제철 재료인 거죠. 그렇게 아빠가 보내준 작물을 스콘에 하나씩 넣어 만들어보는데 주변에서 많이들 좋아하더라고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면서 스콘 메뉴가 하나씩 추가되고 있는 셈이죠.


애착이 가는 스콘이 있나요?

플레인 스콘요.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스콘을 배송할 때 한번은 단골들에게 세 종류의 스콘을 보낸 적이 있어요. 각기 다른 종류의 밀가루를 써서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 건데, 놀랍게도 다들 가장 품질 좋은 밀가루를 쓴 스콘이 맛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때 깨달았죠. 좋은 재료는 누구나 알아준다는 걸요. 그런 과정을 거친 플레인 스콘은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드는 메뉴이기도 해요. 



노란색 새 모빌도 그렇고, 가구와 장식이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가게를 열고 많은 주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노란색 새 모빌은 서촌에서 유리공예를 하는 김은주 작가의 작품이에요. 그릇은 보성에 계시는 작가가 만들어서 보내준 거고요. 빈티지 카운터랑 조명도 그렇고, 많은 분들의 응원이 담긴 물건이 곳곳에 자리해 있죠. 


최근에는 <토요일의 스콘 가게>라는 책을 펴냈어요. 

에세이는 아니고 1년간 스콘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과 생각을 담은 작은 책이에요. 표지를 비롯해 책 속 그림은 큰아이가 그린 거고, 사진은 남편이 아이폰으로 찍은 거예요. 큰아이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데 매달 가게에 비치하는 달력도 그려줘요.


39도 스콘에서 해보고 싶은 다른 일이 있나요?  

사실 스콘 가게를 열기 전부터 제가 일을 많이 벌이는 스타일이긴 했어요. 팝업 스토어도 열고 카페쇼에 나가 케이터링도 하고, 마켓을 크게 열어본 적도 있고요. 스콘 가게를 열고 초반에는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죠.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보니 다른 일을 벌이기보다 매주 토요일에 스콘 가게를 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지금의 속도와 강도가 제게 딱 맞아서 만족스러워요. 이 공간이 제게 무척 소중하기도 하고 이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Tips

서촌 '39도 스콘' 김시연이 알려주는 홈 스콘👩‍🍳 베이킹

1. 강력분100g과 박력분100g을 섞는다.🥣

2. 🧂설탕45g, 베이킹파우더2g, 🫰소금 한 꼬집을 넣어 잘 섞는다.

3. 생크림(동물성100%) 200ml를 넣고 손으로 빠르게 반죽해 🥶냉장고에서 7시간 동안 숙성한다.

4. 숙성된 스콘을 6등분한 다음 계란물(🥚노른자+🥛우유 1스푼)을 묻혀서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25분간 구우면 완성!

Editor
Ko Hyun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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