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 기지개 켜기 좋아 보이는 분위기예요.
집에 살림이 많지 않아서 그럴까요? 남향이라 해가 잘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수혁 님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죠?
맞아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알렉산더테크닉 국제교사 과정 중에 있어요. 며칠 전에는 막대기 위에 접시를 올려놓은 채 걷고,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고, 한 발로 서 있기도 하면서 몸의 균형을 느끼는 수업을 했어요.
*알렉산더테크닉: 유아인이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선보이며 알려진 운동법. 무의식적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신체나 행동 습관에서 벗어나 삶을 회복하는 기술이다.
오늘 촬영이 없었다면 어떤 오후를 보내고 있을까요?
쉬고 있었을 거예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후 두 시쯤 돼요. 멍 때리며 밖을 보고 있을 때가 많고요. 커다란 창에 천을 꽂아 펼쳐놓고 색칠을 하기도 해요. 컬러 세러피 공부를 하면서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석양을 보면서 또 멍을 때립니다. 이 집은 시티 뷰에 해가 잘 보여요. 기운이 들고 나는 게 그대로 느껴지죠.
오전 시간이 궁금해지는 답변인데요.
아침 일곱 시에 첫 수업이 있어요. 그 전에 일어나 침대에서 골반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좀 하고 소금물로 입안을 헹궈요. 그런 다음 기지개를 켭니다. 휴대폰은 안 보는 게 좋아요. 아침부터 지나친 자극에 노출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전거와 지하철을 타고 수업에 갑니다. 아침은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어요. 청국장 가루를 물에 타 먹어요.
집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나요?
서울숲 산책을 많이 해요. 가서 걷고 철봉도 하고. ‘밤 산책’이라고 이름 붙여서 매주 월요일에 사람들과 맨발로 걷기도 했죠. 성수동도 자주 돌아다녀요. 워낙 구경할 게 많은 동네잖아요. 포스터를 만들어서 성수동 동네 곳곳에 붙이고 다니기도 했어요. 요새는 추워서 활동이 어렵네요.
어떤 포스터를 만들었나요?
제가 3년을 같은 필라테스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동안 변화가 많았어요. 낡은 상가에는 매일 뭔가 없어지고 아무렇지 않게 새로운 게 들어서요. 사라진 가게와 그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기억하고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꽃이 그려진 포스터를 만들어 붙였어요. 그걸 ‘꽃 한송이 프로젝트’라 불렀고요. 사라진 가게를 생각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키워드를 도출한 다음 떠오르는 색을 칠해요.
이전 직업이 연구원이었다고 들었어요.
전자 부품 제조 회사의 조명파워개발 부서에서 회로 설계를 했어요.
필라테스 강사와는 전혀 다른 일을 했네요.
조명파워개발 부서에서 블랙박스 부품을 만드는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처음 생긴 부서였고 팀원이 셋뿐이었어요.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어요. 그때 마침 포항에 사는 아는 형이 필라테스를 권하더라고요. 그 형이 필라테스 강사였거든요. 회사를 그만두고 필라테스 자격증을 딴 다음 포항으로 내려갔어요. 그게 7년 전이에요.

필라테스가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과감했네요.
반복되는 야근에 심신이 피폐해져 있었거든요. 계속 돈을 버는데도 돈은 늘 없었고요. 지쳐서 다음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필라테스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돈을 벌 수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수입은 많이 줄었지만 지출도 그에 맞춰 줄이는 연습을 했고요.
연구원 시절 이수혁과 필라테스 강사 이수혁은 다른 사람인가요?
같은 사람이죠. 저는 그때도 지금도 호기심이 많고 말이 느려요. 표현이 서투르고 목소리가 작고요.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졌어요. 예전엔 답답하면 ‘에이, 술이나 먹자’ 했어요. 술 마시고 자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지금은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색칠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요. 특히 천에 색칠을 하는 동안 제 상태를 잘 체크할 수 있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생각은 어디서 나왔는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마음을 들여다봐요. 생각이 색으로 정리되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껴요. 예전엔 호기심을 갖는 데서 멈췄다면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요. 층층이 난 문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 문을 스윽 열어본달까요?
‘스윽 챌린지’의 시작이네요. 챌린지 얘기 좀 해주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스윽, 습관을 만드는 챌린지예요. 시작은 필라테스 회원들과 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동작을 정해 놓고 10일간 매일 같은 동작을 하도록 했어요. 10일이 지나면 동작을 하나씩 추가하면서요. 매일 하면 습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다가 주변에서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각자 습관으로 삼고 싶은 행동을 10일간 해요. 그다음엔 30일, 60일, 100일 단위로 늘려 가요. 필라테스 동작 외에도 물구나무서기, 기지개 켜기, 아침마다 차 마시기, 글씨 쓰기, 그림 그리기 같은 걸 하는 사람도 있어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바로 샤워하기 같은 것도 됩니다.
요즘 같은 겨울엔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는 일이 더욱 쉽지 않은데요. 습관이 밸 때까지 같은 동작을 ‘스윽’ 하려면 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힘을 빼야 해요. 처음부터 시간이 많이 들거나 어려운 일을 정해서 하면 애를 쓰게 되거든요. 애씀을 최소화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얽매이지 말고, 여유를 갖고. 저도 이 집으로 이사한 다음부터 스윽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이전 집에서는 스윽 챌린지를 할 여건이 되지 않았나요?
예전에는 포천에서 출퇴근했어요. 아무래도 좀 더 긴장하고 지치기 쉬웠지요. 늦게 일어나면 그날은 출근할 수 없게 되니까요. 이 집에는 올해 5월부터 살았어요. 일터까지 이동 시간이 줄어서 부담이 덜해요. 삶이 윤택해졌어요. 집에서도 규칙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집에서 스윽 챌린지를 하는 것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눈치 볼 일이 없어요. 뭐든 해도 되니까 심리적 장벽이 낮습니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 몸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스윽 챌린지에 도움받는 아이템이 있나요?
아이템의 도움을 안 받고 주어진 데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잘되지 않을 때 인센스를 피우거나 ‘차임’이라고 하는 종소리를 내서 기분 전환을 해요.
필라테스 동작으로 스윽 챌린지를 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나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고 변화를 감지해요. 내가 왜, 어떻게 변했는지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스윽 챌린지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해 챌린저를 모아보고 싶어요. 자기가 원하는 습관을 스스로 정해서 시도하는 거잖아요. 스스로에게 필요한 걸 가장 작은 데서 찾는 걸로 시작하는 거예요. 작은 성취감이 쌓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도전해 볼 용기와 욕구는 작고 사소한 일에서 찾을 수 있어요. 자기 습관을 만들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식으로 발전시켜 보고 싶어요. 오늘 제가 말을 많이 했네요. 자, 이쯤에서 기지개 한번 켜시고.
자주 기지개를 켜는데, 그렇게 하면 뭐가 좋은가요?
우리는 대부분의 활동을 몸 앞쪽에서 하잖아요. 등 뒤에서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팔을 펴고 몸을 뒤로 끌어당기면서 전환을 한번 하는 거예요. 주눅 든 사람을 보면 몸을 앞으로 움츠리고 있죠? 기지개를 켜서 몸을 뒤로 하는 것만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어요. 기지개를 켜는 동작이 너무 크다면 하늘을 봐도 돼요. 그것만으로도 몸이 같이 열리거든요. 기지개를 켜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드시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