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마어마한 수의 피규어를 보유하고 계세요. 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장난감 수집을 좋아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요. 지금은 피규어 수집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데, 결혼 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피규어를 수집하기 전엔 어떤 걸 수집했어요?
주로 건담 프라 모델을 수집했어요.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나니 조립과 도색을 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수집을 포기했다가, 영화 ‘아이언맨’을 본 뒤에 ‘핫토이’라는 제조사의 피규어를 처음 접하게 됐어요. 그때 깨달았죠. ‘조립과 도색을 직접 하지 않아도 이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구나!’ 하고요. 그때 받은 충격(?) 이후로 같은 제조사의 피규어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의 로망이 게임 숍 같은 방을 갖는 것이었다고요?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을 누구나 꿈꿔 보곤 하잖아요. ‘어른이 되면 꼭 게임 숍을 차려야지’, ‘장난감 숍을 차려야지’ 같은 꿈을 꿨었 어요. 원하던 숍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저만의 공간이 생긴 뒤로 방 안에 그 꿈을 펼치고 있는 중이에요.
아내의 이해 덕분에 피규어 수집 전용 방을 갖게 됐다고요. 흔치 않은 일이에요.
아내를 잘 만나 이런 행운을 누리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 아내에게 뭔가를 바라기 전에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로 존중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요. 저 역시 아내의 ‘덕질’을 항상 응원하고 있답니다. 아내는 BTS에 푹 빠져 있거든요(웃음).
공간 소개를 좀 해주세요. 섹션이 구분되어 있나요?
처음엔 나름대로 구분을 해뒀었어요. 마블 섹션, DC 섹션, 로봇 섹션, 게임 섹션처럼요. 점점 개수가 늘면서 구분을 포기하고 보기 좋은 위치를 잘 찾아 진열하고 있어요.
구분을 포기한 것 치곤 너무나 질서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어요.
이리저리 쌓아 두고 되는대로 진열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네요. 다시 진열하기도 힘들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위치를 정해요. 한번 날을 잡아서 정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보시다시피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가장 먼저 구매한 피규어를 기억하세요?
제조사 핫토이의 피규어 중 첫 번째로 구매한 피규어는 얘기 드릴 수 있어요. 아이언맨 마크4 구버전이요. 2011년에 구입한 제품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수집한 것들이라 첫 번째 피규어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중학교 때 구입한, 30년이 훨씬 지난 제품도 있어요.
피규어도 피규어지만, 진열장이 정말 멋져요.
일부는 친한 친구가 만들어 줬는데, 뭘 만드는 걸 좋아하는 친구라 제 부탁에 흔쾌히 만들어 주더라고요. 이후에 한번 더 부탁했는데 과정이 제작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거절 당하고 말았습니다(웃음).
언뜻 보기에도 100단위는 훌쩍 넘을 것 같은데, 총 몇개의 피규어를 보유하고 계세요?
수량을 세어 보진 않았는데요. 몇 개를 갖고 있는 지 수를 세면서 모으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대략 300~40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피규어를 구매하는 기준이 있으세요?
크게 정해 둔 기준은 없어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고 싶으면 삽니다. 하지만 사고 싶어도 못 사겠다 싶은 건 있어요. 방 안에 들일 수 없을 만큼 큰 제품은 포기를 하게 돼요. 언젠간 큰 사이즈의 제품도 고민없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큰 공간을 갖고 싶네요.
작은 공간이 피규어로 가득 찬 지금도 충분히 멋져 보여요. 방 안에 머무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나요?
이 방은 지금의 제 인생 그 자체 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아무리 힘들었던 일도 다 잊혀지고 치유되는 기분이 들어요. 즐거운 에너지가 솟아 나는 곳 이랄까요?
방에 머무는 시간도 궁금해요.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취미방에서 보내세요?
본업이 있고 가정이 있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못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퇴근 후나 저녁식사 후엔 무조건이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3~4시간은 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피규어 수집에 투자하는 비용도 어마어마 할 것 같아요.
경제권은 아내가 갖고 있어서 저는 용돈을 관리하면서 지출하고 있어요. 피규어 가계부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있습니다.
피규어 외에도 오래 된 텔레비전이나 게임기 등도 수집 하시네요. 주로 어디서 구매하세요?
대부분 중고장터를 통해 수집해요. 레트로 제품들의 경우 전용 장터가 여기저기에서 주기적으로 열리 거든요. ‘레트로 장터’, ‘레트롤링’ 등 오프라인 플리 마켓을 많이 이용합니다.
피규어도 구입 루트가 다양한 가요?
피규어는 주로 전문 피규어 숍을 통해 예약을 해서 구매하고 있어요. 국내에도 수많은 피규어 숍들이 있는데, 예약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만약 숍에 원하는 제품의 재고가 없다면 개인을 통해 구매해야 하는데, 숍에서 살 때 보다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가장 좋아하는 작품 속 캐릭터는 아무래도 아이언맨인가요?
역시 아이언맨이죠. 아이언맨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걸 다 갖췄어요. 원하는 걸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천재성, 재능, 거기다 부자이기까지(웃음). 직접 만든 수트를 입고 날아 다니는 모습 역시도 남자들의 로망인 것 같아요. 피규어 수집도 아이언맨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핫토이의 아이언맨 시리즈를 가장 좋아해요.
언제부터 아이언맨 같은 영화 장르를 좋아했나요?
어릴 때 부터 로봇 영화나 SF 영화를 좋아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백 투 더퓨처’ 시리즈거든요. 로봇 영화 중에선 마징가Z나 태권V 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슈퍼로봇 보다는, 터미네이터나 로보캅 같은 리얼 로봇들이 좋아요.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만들어 질 것 같아 더 몰입이 잘 된다고나 할까요?
작품을 작품으로만 감상하는 것과 해당 캐릭터의 실물 피규어를 소장하는 일은 또다른 느낌의 행복을 줄 것 같아요.
원작에서 느낀 감동을 피규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장점이고요.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건 그냥 본능적인 일이잖아요? 원작을 알고 이해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뭔가에 이끌려 빠져들 듯,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냥 좋아요(웃음). 키덜트라는 말들을 하잖아요. 저도 마음만은 아직 어린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작과 관계 없이 피규어에만 빠져 드는 경우도 있으세요?
종종 있어요.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인데 그냥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 원작은 나중에 찾아봐요. 원작에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더라도 캐릭터가 좋아 수집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피규어 수집은 원작을 좋아하는 것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피규어 전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구독자가 1만명을 돌파했더라고요.
이렇게 예쁘고 멋진 피규어들을 혼자만 감상하는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같은 취미를 즐기시는 분들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채널 운영을 시작했어요. 피규어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어 직접 만나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다 보니 유튜브가 제격이었어요.
유튜브 채널명 ‘DK 광삼’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린 시절 친한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이 광삼이었는데, 그냥 ‘광삼 TV’라고 짓자니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어떤 수식어를 붙이면 좋을까 고민하다 ‘덕후’라는 단어가 떠올랐죠. 덕후를 발음 그대로 쓴 ‘DUKU’의 앞 글자만 따왔어요. ‘덕후광삼’이라는 단순한 의미입니다(웃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된 분들과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즐기기도 하겠어요.
그 점이 유튜브를 시작하길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이상훈 TV’의 개그맨 이상훈 님 과의 인연을 비롯해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유명인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계기가 됐고요. 제 채널의 구독자분들과 피규어 관련 오프라인 행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취미에 열중하는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내의 경우 피규어에 관심은 없지만 제가 피규어에 푹 빠져 다른 짓(?)을 하지 않으니 좋아합니다(웃음). 사실 누구나 호감을 느끼는 취미는 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전한 취미니까요. 아들은 어릴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큰 감흥을 보이진 않는데, 종종 멋지다는 말은 해줍니다(웃음).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도 처음엔 무관심했는데, 유튜브 채널도 조금씩 알려지고 이런저런 매체에 소개되는 걸 보시고 나선 응원해 주시고요.
새로운 꿈도 꾸시나요?
가능하다면 더 많은 피규어를 원없이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되는 날이 오기를 꿈꿔 봅니다. 아마 피규어를 수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꾸는 꿈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큰 공간도 결국 부족해질 것 같긴 하지만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