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세상을 채우는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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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에서 시작된 뜻밖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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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록 씨는 서너 평(약 10-13m2) 남짓한 방 안에서 록사마가 된다. 우주로 날아갈 듯한 거대한 함선과 중세의 성, 장난감 병정까지 수십 가지 시리즈의 레고 블록을 컬렉팅하며, 틈날 때마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고 장면을 세팅하는 ‘블록’사마다.
록사마/ 이성록

레고블록 컬렉팅 이력 19년차 베테랑 집스터

주특기
레고블록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과 영상 만들기
집스터 일과
신규 시리즈 구입 및 조립은 한 달에 2회, 매 주말 사진 및 영상 촬영
한정판 시리즈 레고와 건담 피겨를 전시한 대형 진열장, 미니 피겨를 모아 놓은 소형 진열장, 미처 뜯지 못한 레고 시리즈 박스를 포함해 약 1000개

실례지만 장난감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요?

하하. 장난감이 많죠? 2005년 일본 출장지에서 우연히 건담 피겨를 보고 가슴이 설레는 경험을 했어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로 구입했는데, 조립하는 동안 금세 몰입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시작은 건담이었군요. 지금은 레고 블록이 더 많아 보여요.

2009년 즈음이었을 거예요.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워낙 좋아하는데, 그때 레고사에서 출시한 ‘Lego X-Wing’시리즈를 만났죠.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함선이나 인물을 레고로 구현한 건데 몇 날 며칠을 잠도 못 자고 앓다가 결국 구매했어요. 그냥 장난감일 뿐인데 손에 넣고 나니 진짜 기분 좋더라고요.


컬렉팅할 때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레고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하니 모두 다 살 수는 없죠.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인물만 있는 ‘미니 피겨’, 중세 건축물을 다룬 ‘캐슬’, X-Wing으로 대표되는 ‘스타워즈 시리즈’, 레고 애호가들이 창작한 레고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한 ‘아이디어’예요.


컬렉션 가운데 자랑할 만한 아이템이 있다면요?

제일 좋아하는 건 미니 피겨예요. 2010년에 레고에서 미니 피겨 시리즈를 출시했어요. 16개의 특별한 미니 피겨가 랜덤박스 안에 담겨 있는 식이었죠. 이건 비밀인데요. 당시 점심시간에 회사 팀원들과 근무지를 잠깐 이탈해 이마트에 갔어요. 레고 미니 피겨를 사려고요. 그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병정 모양 피겨를 뽑게 됐지 뭐예요. 정말 가슴 벅차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경험이었어요. 이 시리즈는 그때부터 매년 2-3개 정도의 콘셉트로 발매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출시된 23번째 시리즈까지 전체 시리즈를 갖고 있지요.


미니 피겨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디테일에 감동하게 돼요. 마치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죠. 피겨 하나하나마다 얼굴에 담긴 표정이 다른데, 때로는 그 안에서 저도 모르던 제 마음의 표정을 보기도 해요.


레고에서 마음의 표정을 발견한다고요?

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요. 가장 친했던 동기, 후배, 선배들이 더 이상 곁에 없으니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수다 떨며 훌훌 털어버리기가 힘들어요.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더 많아져서 어깨가 무거운 날도 있고요. 이러다 보면 제 감정을 들여다보는 걸 소홀히 하게 돼요. 태도와 이해가 딱딱해지고요. 사실 저는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인데 레고 피겨의 얼굴이 그동안 제가 외면해 온 제 안의 무언가를 깨우기도 하는 거죠. 그때 비로소 ‘아! 이게 내 감정이구나’ 하고 알게 되고요. 전보다 감정을 잘 알아차리게 된 건 레고 수집 이후에 생긴 일인 것 같아요.


미니 피겨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고 들었어요.

레고 컬렉터들 사이에선 꽤 흔한 일이에요. 취미 속의 취미라고 할 수도 있죠. 숲이나 일상 공간에 레고 피겨를 두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세트를 직접 제작하는 사람도 있어요. 각자의 시그너처를 만들어가는 거죠.


록사마의 시그너처는 뭘까요?

저는 흰 벽면으로 된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어요. 깨끗한 흰 배경에 여러 가지 피겨를 조합해 상황과 감정을 만들고 그걸 촬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쯤, 3시간 남짓 작업하면 약 30장의 사진이 나와요. 그걸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SNS에 일기를 쓸 때 사진을 고르죠. 그날의 감정과 오늘 하루 일과에 대한 소회와 잘 맞는 사진을 올려요. 모자를 씌웠다가 벗겼다가, 이 옷도 입혀보고, 저 옷도 입혀보고. 그러다 의외의 조합에 감탄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흘러가죠.


한정판도 많이 갖고 계신데 주로 구입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경로는 워낙 다양해요. 저는 직구보다는 스마트스토어나 마트 등에서 직접 구매하는 걸 선호합니다.


경제적으로 출혈이 조금 있을 것 같아요.

레고가 대략 1000개쯤 되니까 못 해도 2000만 원은 썼을 거예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회사에 같은 취미를 갖고 모여 놀던 친구들이요. 근데 많이 떠났어요. 회사를 떠나기도 하고 취미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탈덕하기도 하고요.


탈덕 안 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취미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이런 취미를 유지하려면 여기에 너무 매몰되면 안 돼요. 힘을 살짝 빼고, 너무 원하지 말고 은은하게 가야죠. 그리고 가족들에게 이 취미를 같이 즐기자고 강요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달라고 징징거려서는 절대, 절대로 안 됩니다. 방금 말했듯이 은은하게 해야 해요. 저는 사랑하는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바쁘거나, 저만의 시간을 내줄 때 취미 생활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내에게 감정적인 지원을 많이 받아요. 저랑 같이 레고 무비도 봐준다니까요.


미니 피겨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뭔가요?

아내와 저의 모습을 표현한 미니 피겨를 제일 아껴요. 아내와 여행을 떠날 때 꼭 챙겨 가는 레고 피겨가 있는데요. 우리 둘을 꼭 닮은 아바타 피겨를 여행지 한편에 두고 기록을 남길 때 마음이 따뜻해져요.


요즘 욕심 내는 아이템이 있나요?

수집가들의 최종 목표는 수집품을 전시해 둘 큰 집이라고 하죠.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에요. 저는 아내와 둘이 사니까 그렇게 커다란 집은 필요 없을 것 같고... 효율적으로 저의 레고를 전시하고 보관할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 수집가의 집을 완성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요?

공간 구조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일단 저의 취미가 출발한 공간이니 저의 취향 연대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레고가 저의 마음에 안정과 위로를 전해 주었으니 저 역시 저 친구들에게 그런 걸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레고 방으로 돌아가셔도 돼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의 감정에 대한 사진 촬영 아이디어도 떠오르네요. 오늘은 그걸 찍어야겠어요!


Tips

록사마 추천, 나만의 레고 스튜디오 만들기 가이드

Step1.
 레고 구매

- 레고 공식 홈페이지 브릭다운은 명불허전

- 현재 시즌23까지 출시된 ‘미니 피겨 시리즈’는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

- 당근마켓에도 꽤 많은 레고 컬렉터들이 존재한다.

Step2.
 스튜디오 제작

-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할 항목은 스튜디오 세트조명! 카메라에는 큰 돈을 투자할 필요 없다.

- 자석식 구조로 간편하게 셋업이 가능하고, 넉넉한 가로길이(63cm)를 자랑하는 미니 스튜디오 ‘폴디오3’(정가 약 43만원)을 추천!

-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한다면 거치 형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상에 쉽게 고정할 수 있는 ‘다이소 자바라 거치대’ (정가 3500원) 추천!

Step3.
 촬영

- 레고의 눈높이까지 카메라의 위치를 낮춰 촬영하면 더욱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때로는 조명을 끄고 자연광에 맡겨보자.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오후 시간대의 사진은 피사체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 평범한 책상 스탠드도 꽤 멋진 조명 기구가 될 수 있다.

- 빛이 부족해 어둡게 나오는 부분은 밝은 표지의 책이나 A4용지를 이용해 노출을 더할 것. 본연의 컬러와 모양을 잘 잡아준다.

Editor
Park Minjeong
|
Photographer
Oh Jae Kwang
|
Date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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