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를 그린 맹호도가 벽 한 켠을 웅장하게 장식하고 있네요.
민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림이에요. 맹호도를 처음 보자마자 끌렸거든요. 원래 제가 뭐 만들고 배우는 걸 좋아해서 한 번 해보자 했죠.
민화에 대한 관심을 실행으로 옮기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압구정동에 있는 민화 학원에 찾아갔어요. 선생님께 그리고 싶었던 맹호도를 보여드리며 제가 이걸 그릴 수 있을 지 여쭤봤는데, 초보인 저에게는 맹호도보다는 조금 쉽고 작은 사이즈인 궁모란도를 그리면서 차근차근 배워나가기를 조언해주셨어요. 처음 그린 궁모란도는 제가 일하고 있는 가게의 사장님께 선물로 드렸고, 그 다음에 맹호도를 그렸어 요.
그리고싶었던 맹호도를 그려보니 어땠나요?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했었죠. 그런데 털을 하나 하나 치는게 너무 힘들고 도중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마 일년 넘게 붙들고 있었을거예요. 물론 제가 부지런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웃음) 사이즈도 크고, 털 치는 것도 네 다섯 번 정도 여러 겹 쌓아 올렸거든요. 하나의 그림을 너무 오랫동안 그리다보니 사실 마지막에는 많이 지쳐서 어 떤 부분은 제가 대충 그린 게 보여요.
전혀 몰라보겠는데요. 특히 표구에 인장까지 찍으니 정말 그럴싸해요.
워낙 힘들게 그리다보니 좀 질렸달까요? 심지어 마지막에 커피로 염색을 하는데, 화실에 있던 강아지가 그림을 밟아서 찢어지기까지 했어요. 그땐 거의 체념했었는데, 종이를 덧대고 표구를 맡기니까 새롭더라고요. 힘들었던만큼 지금까지 제게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에요. 이렇게 큰 작품을 하나 완성하고 나니까 작은 그림을 그리는게 좀더 수월해지더라고요.
민화 한 폭을 완성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민화는 이미 정해진 본이 있어요. 소위 스케치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정해진 본이 있지만 채색을 해나가면서 그리는 사람이 가진 성격과 취향에 따라 모습이 달라져요. 그래서 요즘에는 현대적으로 색을 사용하면서 특별한 스타일의 그림 으로 완성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을 따는 작업을 해요. 그림의 외곽을 가느다란 선으로 따는건데요, 일정한 선의 굵기로 끝까지 집중을 놓지 말아야 해요. 마지막에는 다림질을 해서 빳빳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종이를 덧대는 작업인 배접, 그리고 염색을 하기도 하고요. 표구를 짜면 더욱더 그럴싸해지죠.
상용 씨가 생각하는 민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림에 담긴 디테일한 상징을 알아가는게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초충도에서 꽃과 나비를 그릴 때, 꽃과 가까이 있는 나비는 더듬이를 아래로 향하도록 그리고, 멀리 떨어진 나비는 바깥쪽으로 더듬이를 향하도록 그려요. 꽃이 있는 방향 으로 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또 궁모란도는 꽃의 화려함과 풍성함이 돋보이도록 화면을 가득 채우고, 맹호 도 역시 호랑이의 역동적이고 강한 기운을 배가하기 위해 여백을 줄여요. 이렇게 민화의 속성에 대해 알아갈 때 매력을 느껴요.
요즘은 그리는 그림은 뭔가요?
이사를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 줄 초충도를 그리고 있어요. 고양이가 곤충을 물고 가는 모습도 귀여워서 선택했어요. 고 양이를 좋아하는 친구거든요. 집들이 선물로 줄 생각인데. 맹호도나 궁모란도와 다르게 화면에 여백이 넓게 트여있어 서 화려한 그림과 함께 두 폭으로 구성하면 좋아요.

민화에는 각 작품마다 상징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선물용으로 좋다고 들었어요.
궁모란도는 부귀영화를 뜻하고, 맹호도는 액운을 쫒는다는 의미가 있어요. 십장생도는 잘 알려진것처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죠.
직접 그린 민화라면 선물 받는 입장에서 정말 기쁠 것 같아요.
흔치 않은 선물이기도 하고 그 의미가 확실하니까 받는 분들도 좋아하셨어요. 또 공간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뻐요.
벽에 걸린 십장생도는 이 방에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자세히 보면 아기자기하고 귀엽네요.
물가에서 자라가 헤엄치며 노는 모습도 있고, 두루미의 깃털도 한 올 한 올 쳐서 섬세해요. 이것도 그리는 데 오래 걸렸어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이 그림을 그리니까 함께 다니는 화실 아주머니들이 그리는 데 10년 걸려서 십장생도라고.(웃음)
화실에서 만난 분들과는 잘 맞나요?
화실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저 혼자 남자인데다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맹호도를 완성하고 나서는 한마디씩 말도 걸어주시고 이제는 굉장히 잘 챙겨주셔요. 마치 동네 미용실처럼 이런저런 수다가 한바탕 벌어져요. 재미있어요.
전통주를 만들고, 민화를 그리는 취미가 꽤 특별한데, 주변에도 이렇게 민화를 그리는 친구들이 있나요?
민화를 그리는 친구들은 없어요. 다만 제가 일하는 곳의 사장님은 취미로 도자기를 만들고, 다른 직원은 아쟁과 태평소 를 불어요. 웃기죠. 거의 민속촌이에요(웃음)
민화를 그리는 데 상용 씨만의 루틴이 있나요?
토요일마다 화실에 가서 3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평일에는 퇴근 후에 두 세 시간정도 차분히 앉아 그림 그리는 시간 을 가져요. 집에 오면 밤 12시거든요. 조용한 새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차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요. 주변에 선물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면 나름대로 마감 일정이 생겨서 이 루틴을 지키게 되죠.
특이하게도 방 안에 공업용 조명을 두었네요.
방 조명이 조금 어두은 편이거든요. 아무래도 그림을 그릴때는 세밀한 작업을 해야하니 밝은 빛이 필요해서 마련했어요. 선생님께서도 밤이나, 어두울때 작업하면 색을 짙게 사용하게되어서 가급적 낮에 작업하는 것을 추천하세요.
다음에 그릴 그림은 뭐에요?
어딜 가서 건물 구경하고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편인데요, 언제 한 번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작게 보이고 건물이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민화 중에서도 아주 멀리서 본 풍경 속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작게 그려져있는 그림이 있거든요. 그렇게 창작민화를 하나 그려보고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나요?
어렸을때 사촌누나랑 같이 살았거든요. 누나가 그림그리는 걸 좋아해서 제게도 알려주곤 했어요. 누나가 그린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만화책도 그리곤 했죠. 그 외에도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해요. 은 공예도 2년 정 도 배웠고, 테디베어도 만들고, 전통주도 빚고요. 제 성격이 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취미도 혼자 하는 것들을 즐기는 편이라 혼자 만들고 그리는 것들이 많네요.
여러 취미 중에서 민화에 특히 몰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민화는 뭔가 다른 걸 창작하고 내 생각을 표출하고 표현한다는 부담이 덜해서 좋아요. 요즘 컬러링북이라고 해서 색칠 공부 많이들 하시잖아요. 제겐 그런 느낌이에요. 원하는 그림을 골라 본을 뜨고 보고 그대로 그리다보면 오려 생각을 거둬낸 것 처럼 홀가분해져요. 그래서 민화는 오래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재 복원 기능사라는게 있거든요. 표구를 짜는 표구공, 단청을 그리는 화공 그리고 문화재를 모사하는 모사공 등으로 나눠지는데, 훗날 모사공이 되어볼 생각도 있어요.
이렇게 매력이 많은 민화인데,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면 좋을까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그리기를 어려워했던 분들에게 추천해요. 그림 실력이 없더라도 이미 본이 있기때문에 따라하기만 하면 돼요. 인터넷에서 원하는 본을 찾아서 주문할수도 있고, 유투브를 보면서 작은 그림부터 따라해보면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어요. 원데이 클래스나 문화센터 강좌도 많고, 좀 더 깊이있게 배우고 싶다면 무우수 아카데미라고, 다양한 기법을 좀더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도 있어요. 또 아이패드로도 많이 그리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