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휴식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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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는 거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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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일 씨의 거실에는 작은 바다가 있다. 바다거북을 좋아해 늘 자료를 찾아 보고, 거북이 종이접기까지 시작했던 그의 오랜 거북 사랑이 비로소 빛을 본 덕분이다. 바다와 강을 오가며 서식하는 반수생(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 종) 거북 다이아몬드 백 테라핀은 깊은 물 속을 헤엄치는 것을 즐긴다. 그가 집 거실에 거대한 어항 2개를 설치한 이유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아름다운 자태로 어항 속을 유영하는 거북 3마리를 돌보는 일은 손영일 씨의 일상 속 가장 중요한 루틴이자 큰 행복이다.  

손영일

깊은 물 속을 유영하는 거북이 3마리와 함께 사는 물생활자

본업
회사원
특징
바다 거북 3마리의 길고 긴 인생을 책임지는 프로 물생활러


어항이 정말 크고 아름답네요. 예전에도 물생활을 하신 적 있으세요?

어릴 때 부모님이 열대어를 50마리 정도 키우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물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죠. 고등학교 때는 구피라는 물고기를 키웠었는데, 번식력이 뛰어난 종이라 새끼를 낳으면 주변에 입양을 보내기도 했어요. 군입대와 함께 자연스레 물생활과 이별했었고요.


다시 물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팬데믹을 겪게 되면서 다시 어항을 집에 들였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그동안 그리워하던 물생활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땐 금붕어의 매력에 빠져서 2년반 정도 금붕어들과 함께 살았어요. 


열대어에서 금붕어로, 금붕어에서 또 바다거북으로 옮겨 오신거네요?

바다 거북은 제가 오래전부터 푹 빠져 있던 아이들이거든요. 금붕어들과 함께 하다가 집에서도 바다 거북을 사육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한동안 고민을 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이다 보니 어항을 마구잡이로 더 들일 수는 없었거든요. 관리에 한계도 있고요. 그래서 금붕어는 함께 물생활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안전하게 입양을 보내고, 거북이들을 데려오게 됐어요. 




함께 하고 계신 아이들을 소개해주실래요?

다이아몬드 백 테라핀이라는 종이에요.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 반수생 거북이고요. 주로 미국에 서식하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종이라 수입은 불가한 종이죠. 국내 번식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사육하기 위해선 따로 등록도 해야 하고요. 


깊은 물 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거북은 보통 얕은 물에서만 사는 줄 알았거든요.

거북들이 이렇게 깊은 물 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다들 놀라세요. 익사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다이아몬드 백 테라핀은 물 속에서 지내는 걸 더 즐기는 종이에요. 깊은 물을 준비해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가 되는 종이죠. 잠도 물 속에서 자다가 가끔 숨만 쉬러 수면으로 올라와요. 


등갑 무늬도 독특하네요. 왜 이름에 다이아몬드가 들어가는 지 알 것 같아요.

등갑의 다양한 무늬가 이 아이들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미국에 서식하는 종이라 등갑 무늬에 따라 미국 해안들의 이름을 따서 콘센트릭, 캐롤, 오네이트, 노던 등으로 불려요. 


곁에 다가가면 수면으로 올라오네요? 거북들도 가족을 알아보나요?

저는 그렇다고 믿고 있는데, 먹이 때문에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처음에는 숨던 아이들이 지금은 먼저 다가오는 걸 보면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 아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바다거북을 키우는 건 아직까지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는 다른 매력이 있나요?

일단 털이 날리지 않는 다는 게 매력이자 장점이고요(웃음). 도마뱀도 2마리 키우고 있는데, 거북과 마찬가지로 털 걱정은 없어요. 그리고 보통은 산책이나 외출할 때의 제약이 많잖아요. 물생활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덜 한 것 같아요. 


거북들과 산책도 하세요?

자연에서 서식할 때도 때로는 육지에 나와 쉬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날이 좋을 땐 공원에 데리고 나가기도 해요. 어항에 아이들이 쉬거나 일광욕을 할 수 있는 휴식처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거북과의 산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요? 

특별할 건 없고 잔디밭을 자유로이 돌아 다니도록 잠시 풀어 둬요. 그럼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햇볕을 즐기기도 하거든요. 


잃어버릴 위험은 없나요?

아무래도 거북이니까요(웃음). 잃어버릴 만큼 빠르게 돌아다니지 않거든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세심하게 지켜 보기도 하고요. 




프로 물생활러의 하루 루틴이 궁금해요. 초보자의 눈에는 신경 쓸 부분이 많아 보여요.

생각보다 크게 관리해줘야 하는 부분은 적어요. 초기에 물잡이(어항 내의 환경을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과정)를 잘하고, 여과 시스템이 잘 정착되기만 하면 온도 조절이나 이끼 제거 정도만 신경 써주면 되는 것 같아요. 먹이는 가끔씩 주는 새우, 멸치, 소고기 같은 특식 외에는 자동 급식기로 급여하고 있고요. 너무 잦은 변화를 주는 게 더 해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관리만 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물을 자주 갈아 줘야 하진 않나요?

어항이 작다면 들고 옮겨가며 갈아줘야 하겠지만, 사이펀이라는 일종의 펌프를 이용해서 일부만 환수해주면 돼요. 나머지는 외부 여과기로 순환하며 관리되고요. 초기 물잡이를 잘하고 이후엔 환경이 알아서 유지되도록 해주는 게 중요해요. 


물잡이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말그대로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물 환경을 잡아 주는 걸 뜻해요. 민물 물고기라면 각종 미네랄과 여과 박테리아 등을 유지해 주는 것, 바다 물고기라면 적절한 염도를 유지해 준다 거나 하는 것들이요. 어항을 처음 세팅할 때는 생물을 입수시키기 전에 어항의 실리콘이나 수초용 본드, 바닥재 등에서 발생하는 독소들을 환수를 통해 제거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키우는 생물에 따라 정확한 물잡이 방법을 잘 알아 둬야 해요.




설명만 들어도 보통 일이 아니네요. 이렇게 큰 어항을 관리하시는 게 더 대단해 보여요. 처음엔 작은 어항부터 시작하신건가요?

금붕어를 데려 왔을 땐 2자 어항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항에 물이 새는 바람에 3자 어항을 새로 구매했고요. 점점 욕심이 생기다보니 지금은 4자 어항까지 운영하고 있네요. 물의 양으로 따지면 3자는 182L, 4자는 243L 정도 돼요.


물생활 전문 용어가 등장했네요. 2자, 3자라는 건 어항의 크기를 가리키는 단위인가요?

맞아요. 가로 길이 기준 30cm가 1자거든요. 60cm라면 2자가 되겠죠? 그리고 폭이 30cm인 경우엔 슬림, 45cm면 광폭, 60cm라면 초광폭이라고 하는데, 저희 집 어항은 120×45×45cm여서 4자 광폭에 속해요. 


저도 드디어 말로만 듣던 어항의 크기를 세는 단위를 이해한 것 같아요. 이렇게 큰 어항을 들일 때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아이들이 있어서 학습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큰 반대는 없었고요. 다만 이정도 크기의 수조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있었어요. 다행히 제가 잘 관리중이라 지금은 아내도 어항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매일 헤엄치는 거북을 보며 즐거워 할 것 같아요.

제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어항을 보며 웃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거북들 덕분에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더 많아졌고요. 가족과 함께 물멍하는 시간은 제게 가장 큰 위안과 휴식이 되어 줍니다. 


물생활의 고충은 없으세요?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물생활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더 많아 따로 힘든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고민이 있을 땐 함께 물생활을 즐기는 물생활 커뮤니티 분들과 교류하며 답을 얻곤 해요.


물생활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맞아요. 지금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작은 어항에 베타 같은 물고기 한 마리를 키우는 분들도 많고, 20개가 넘는 수조를 관리하는 분들도 계세요. 거북을 키우시는 분들은 아직 적은 편인데, 앞으로 더 많은 물생활 동지들이 생기길 바라고 있어요. 


커뮤니티를 통해 몰랐던 점들을 알게 되시기도 하겠네요. 주로 어떤 정보를 공유하세요?

일단 우리집 어항 자랑, 거북 자랑이 주가 되고요(웃음). 수조의 환경에 대한 조언이나 질병 관리 방법등을 공유하기도 해요. 사료를 공동구매 하거나, 브리딩 노하우를 알려 주기도 하고요. 그밖에도 소소한 일상을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의지가 돼요.




거북들과 정도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아주 작을 때 데려 오셨다고 하셨죠?

백 원 짜리 동전만한 크기일 때 데려와 커가는 모습을 지켜봤으니까요. 지금의 크기까지 자란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도 많이 들었어요. 보통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 됐을 때 물 밖으로 나와 쉬는 아이들인데, 저만 보면 숨기 바빴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리를 쭉 펴고 쉬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어항의 규모를 더 늘리실 생각도 있으세요?

여건만 된다면 모든 물생활자들이 바라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저 역시 오직 물생활만을 위한 방(일명 물방)을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나만의 물방에 어항을 몇 개 놓아 두고, 언젠간 산란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지금보다 더 본격적인 꿈을 꾸고 계시네요. 

제가 직접 번식시킨 아이들을 잘 돌봐서, 좋은 집에 입양도 보내는 날이 언젠간 올 거 라고 믿고 있습니다. 거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이요. 

Tips

물생활 입문자들을 위한 TO DO LIST


- 입양 전 키우고 싶은 종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 해당 종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 어항 물잡이 기간은 최소 한달 이상!

- 세심한 어항 관리는 성공적인 물생활의 지름길!

- 한 생명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가질 것!

Editor
Yoojung Choi
|
Photographer
Hae Ran
|
Date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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