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처음 통화를 할 땐 제주 워케이션 중이셨죠.
선화 맞아요. 한 달하고 이틀 동안 다녀왔어요. 집 생각이 잘 안나더라고요. 한달을 지내는 동안 주 5일 요가와 아침 디톡스 주스를 서비스 받을 수 있고, 미리 결제하면 평일에 삼시세끼를 다 챙겨 주는 커뮤니티형 하우스에 다녀왔거든요.
워케이션을 하며 느낀 장점은 뭐예요?
선화 업무 플로우가 명확히 보여요. 결과적으로 갑작스럽게 넘겨 받은 일에 대해서 나의 업무 우선순위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됐어요.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가는 장점도 있지만, 그러는 동안에 자연히 서로가 업무의 경계가 흐려지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더라고요.
‘주장’ 이란 게 회사 내에서 힘들 법도 한데. 그런 문화를 만들었다니 좋은 팀장님이네요.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퇴근 시간이 없어지기도 하죠.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져서 업무가 계속 발목을 잡으니까요. 그런 문제는 없었나요?
선화 밥 시간에 맞춰서 일했어요. 저녁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이 되면 ‘이제 그만 해야지’라고 마음을 딱 먹게되더라고요.

회사에 먼저 워케이션을 건의했다는 게 신기하네요.
선화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게 익숙하니까 사무실을 떠나 일하는 게 부자연스럽다 여겨지는 건 당연한데요. 저는 한번 해보면 별 게 아닌 것에 대해서 우려를 먼저 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 하나가 나서서 내 돈을 들여 하겠다는데. 해볼만 하다는 걸 계속 설득했어요.
두 사람은 어떻게 달라요?
상만 ...
선화 저 먼저 이야기 할까요? 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남편은 말이 별로 없는 성격이에요. 저는 디자이너로 일하다보니, 레퍼런스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많이 돌아니는 편이니 자연히 여행을 좋아하게 됐고요. 긴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다보니 거북목이 생겨서 요가를 시작했어요. 요가원에서 배운 게 많아요. 운동 효과 외에도 감정을 해소하는 법을 익히기도 했죠. 여행지에서도 요가를 자주 해요. 다른 액티비티에 비해 비싸지도 않고, 요가원에 가지 못해도 매트 한장만 깔고하면 되니까요.
제일 요가하기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였어요?
선화 제주가 최고인 것 같아요.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곳은 아프리카 르완다요. 출장으로 간 곳이었는데, 마당이 넓고 예뻤어요. 아프리카라 더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사계절 기온이 일정한 내륙지역이더라고요. 야자수도 있고 새들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지역에서 요가원을 찾기도 하는데, 일정이 촉박하면 매트를 깔고 그렇게 여행지에서 요가를 하는 편이에요.
선화씨, SNS를 통해 요가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 인상 깊었어요. 요가의 어떤 면을 좋아하나요?
선화 계속 실패하게 해주는 거요. 그리고 계속 실패해도 정말 괜찮다는 점이요. 요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것 같아요. 얼마전에 회사 워크숍에서 스트레칭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저는 여기까지밖에 못해요’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녀에게 ‘되는 데 까지만 하라’고 했어요. 그건 제가 요가원에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기도 한데요. 사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이 다르고, 여기까지 한 게 오늘의 나고, 내일 한 것 만큼의 나 또한 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위로 때문에 요가에 빠진 사람들이 '한번은 운다'고 하는 걸까요?
선화 그런듯해요. 저도 그 순간 정말 후련했거든요. 어느순간 힘들 때 그게 감정으로 나오거나, 그 마음이 아무것도 없어지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요가는 다양한 수련법이 있는데요. 제가 하는 건 빈야사에요. 동작을 계속 이어나가는 거죠. 하타는 어떤 동작을 유지하는 거라 나 자신을 관찰하게 되고요. 빈야사는 동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정도가 되면 넘어가요. 춤에 가까우니까 숨도 쉬어야 하는데요. 그걸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없어요. 그렇게 열심히 요가를 하고나서 누웠을 때. ‘하얗게 불태웠다.’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눈물이 나죠. 울고 나서야 ‘왜 울었지?’ 해요.

일상에서 요가는 어떤 기능을 하나요?
선화 스트레스를 깨끗하게 지워줘요. 잠을 잘 때도 생각이 너무 많은데, 요가를 할 때는 다른 생각이 안나요. 요가 매트에 올라가는 것도 수련인 것 같아요. 운동을 하러 집밖으로 나가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잖아요. 같은 의미예요. 저는 '부족한 의지는 장비로 해결할 수 있다' 주의예요. 일단 시작하기 쉽게, 요가방은 물론 거실에도 요가 매트를 가져다 뒀어요.
상만씨의 취미는 피규어 모으기죠.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상만 시작한지 오래된 건 아니에요. 약 3년 정도 됐어요. 갑작스럽게 많아지게 된 계기도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 갔을 때 피규어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요. 팬데믹 이후에 일본에 갈 수 없게 되니까 외려 피규어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하나씩 모으다보니, 벌써 이렇게 많아졌어요.
선화 남편은 원래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에 위치한 피규어 중고 편집숍을 찾아 '오빠가 좋아하는 만화책의 피규어를 구경해보면 어떠냐'고 여행을 부추겼죠. 나중에 알고보니 거긴 시세보다 비싼 곳이긴 했지만요. 지금은 남편이 직접 숍에서 시세를 알아보고, 다른 경로를 통해 구한 뒤에 “나 이렇게 싸게 샀다”고 제게 자랑을 하곤 해요.
어떤 캐릭터들을 모아요?
상만 원래 <원피스>를 좋아해서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모았어요. 거기에서 만족을 못하고 <드래곤 볼>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요. 최근 아내와 보게된 애니인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를 모아요.

피규어 사이에서 게임을 하는 기분은 어때요?
상만 저는 축구게임 ‘피파’를 하는데요. 여러 관중들이 저를 바라보는 느낌이 있어요. 보통 주말에 일찍 일어나서 오전시간에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죠.
집은 한정되어 있는 공간이라 두 사람의 취미를 위한 공간이 각각 있기에는 조금 힘들었을텐데요. 효율적으로 구획을 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선화 이전에는 방 세개를 침실, 옷방, 컴퓨터방으로 사용했어요. 상만씨가 모은 피규어를 컴퓨터방에 모아두었었는데요. 갯수가 많아지다보니 자꾸 방 밖으로 나오게 됐죠. 거실에서 요가를 하다가 알록달록한 피규어를 보면 저는 자꾸 집중이 흐트러지더군요. 편집 디자이너의 직업병인지, 피규어가 레이아웃에서 벗어난 것 처럼 보여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때 안방에 피규어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안방 공간에 가벽을 설치해 방을 두개로 나누고, 선반을 최대한 많이 달았어요.
서로에게 맞춰주는 면이 꽤 많네요.
선화 정말 그래요. 이사 온 뒤 요가방은 원래 상만씨를 위한 컴퓨터 방이었어요. 그 방을 남편이 요가방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고해요.
상만 저도 배려받는다고 느껴요. 피규어를 구매하면 돈이.... 아내는 그런 것에 관해서 한번도 나무라지 않았어요.
선화 휘발되는 건 아니니까요. 언젠간 피규어 박물관이라도 열지 않을까요?
취미를 사랑해도 그걸 위한 시간을 내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죠.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선화 제가 그래서 요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회사에서도 말이 되게 많아요. (웃음) 의견 차가 있으면 끝까지 설득해보려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요가가 힐링이었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꼭 요가를 하는 편이에요.
상만 저는 아내와 반대로 밖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외려 집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죠. 평일에 게임을 시작하면 다음날 피곤하니까, 평일엔 아이템을 받으려 게임을 자동으로 돌려두고, 주로 주말 오전에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서로 달라서 생기는 캐미들이 있다던데요.
상만 아내가 제 부족함을 잘 채워주는 것 같아요. 이런 인터뷰에서도 제가 말이 없을 때 제 생각을 잘 캐치해서 전달해주고요. 때로 제가 침잠할 때 긍정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봐주기도 하죠. 아내가 제안하는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취향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해요.
선화 저는 밖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 와요. 남편은 밖에 나가면 이야기를 많이 안하다가 집에 와선 비교적 말이 많아지고요. 제 생각엔 남편이 다 맞춰주는 것 같아요. 저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거죠. 혼자 뭔가에 집중해 진을 빼다가 당황하는 순간이 오면 침착한 남편이 저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요.
사전 인터뷰 때 그런 이야기 했잖아요. 선화 님은 자신의 취미를 SNS에 공유하는 게 ‘나의 창작활동’이라 여긴다고 하셨는데, 상만님은 갖고 계신 피규어를 찍은 사진을 혼자 보관하신다고요.
선화 맞아요. 혼자 봐요. 피규어 언박싱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게재하다보면 보람도 있고, 언젠가 피규어 살 돈에 보탤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부추기는 중이에요.
상만 아닐 것 같아요. 보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봐요.(웃음)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였던 여행이 슬리퍼 제작으로 넘어갔다고 들었어요.
선화 네, 아직 준비 단계인데요. 저희는 여행을 떠날 때에도 포근한 휴식을 위해 실내용 슬리퍼를 꼭 챙겨요. 호텔은 편안하지만 일회용 슬리퍼를 사용하려니 환경적 이슈가 있어 신경쓰이더라고요. 에어비앤비에 비치된 슬리퍼는 대개 다회용이지만 쓰던 것이 아니라 그런지 불편하기도 하고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슬리퍼는 대개 세탁이 어려워 다 낡을 때까지 더러운 채로 사용하는 것도 불편했거든요.
궁극적으로 두 분이 지닌 삶의 자세의 근간은 적극성인 것 같네요. 집도 일도 스스로 체계를 꾸리잖아요.
선화 불편한 게 싫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안 맞는 옷을 입는 걸 싫어하는 것 같은. 그리고 그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상만 저는 그런 선화의 주장을 이해하고 잘 맞추고요.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