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루티너
104

창작과 휴식의 균형 잡기

  • challenger
  • home-cook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이영훈 작가의 집은 곳곳에서 녹색의 기운이 느껴진다. ‘운동하는 비건인’으로도 알려진 이영훈 작가는 친구들과 함께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며 시, 소설, 에세이까지 장르의 구분 없는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거니즘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그는 비거니즘이 단지 먹고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말한다. 집안 구석구석 애정하는 사물들을 조화로이 나열하는 일, 신선한 재료를 씻고 손질해 비건 식단을 조리하는 일, 자신을 이야기를 활자로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 일 모두, 다름 아닌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쫓는 정직한 행위다.

운동하는 비건/ 이영훈

운동하는 플렉시 베지테리안. 비거니즘적 태도로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집스터.

본업
작가
특징
플렉시 베지테리언
주요 관심사
친구들과 함께하는 메일링 서비스
작사 공부



저도 서울에 살지만 장위동은 처음이에요조용하면서도 소란한 느낌이 혼재된 동네 같아요.
장위동에 이사 온 지는 2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이곳에 어떤 연고가 있던 건 아니에요. 당시 직장이 한남동에 있어서 통근하기 좋은 편이었거든요. 실제로 지내보니 살기 좋은 동네란 걸 알았어요. 의릉이나 북서울꿈의숲과도 가까워서 산책하기도 좋고요. 


집을 고를  위치만큼이나 통풍과 채광도 중요하잖아요.

맞아요. 특히 아침마다 동쪽으로 난 거실 창으로 풍성한 햇빛이 들어요. 해 질 녘엔 침실로 스며드는 석양이 정말 예쁘거든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산은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죠. 양쪽 창문을 모두 열어두면 통풍도 잘 되고요.




곳곳에 보이는 소품에서 작가님의 섬세함이 느껴지는걸요.

나름 요목조목 신경을 썼는데 알아봐 주셔서 뿌듯하네요. (웃음) 결코 넓지는 않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꽤 괜찮은 집이에요. 도자기, 사진, 책을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구석구석 배치해 두었어요. 특히 한쪽엔 비거니즘(Veganism)과 관련된 서적들이 모여 있죠.


여러 컬러 중에서도 유난히 녹색이 눈에 띄는걸요특히 버드나무가 많이 보여요.

맞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좋아했거든요. 여기 식탁 쪽 벽면에 걸린 프린트 액자와 현관 쪽 패브릭 포스터에도 모두 버드나무가 있죠. 버드나무엔 무언가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것 같거든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구독 서비스 이름도 <이영훈의 나이테>이잖아요.

그렇네요.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사람을 나무에 비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무가 성장하면서 남기는 흔적처럼 저도 글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었어요. 여기 제가 직접 만든 도자기 화병에도 나무를 그려 넣었거든요. 버드나무인데,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구요. (웃음) 

여기 옆에 걸린 세잔의 전시 포스터와도 비슷한걸요본격적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하게  계기가 있을까요.

평소 글 쓰는 일을 좋아했어요. 처음엔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저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해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네 명의 작가 각각의 이야기라는 콘셉트죠. 친구들과 함께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결과물을 선별해 구독자분들고 공유하고 있어요. 독립출판도 병행하고요.




 창작 활동에 진심이신  느껴져요.

제게 표현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특히 소설을 선호하고요. 언젠가는 소설집을 내고 싶어요. 꼭 등단에 연연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요. 사실 최근에는 작사 수업도 듣고 있어요. 구독 서비스를 같이 운영하는 친구가 먼저 시작했는데 저도 이제는 데모곡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가사를 써보는 단계에 왔어요. 


작사까지 하신다니 대단한데요작사 공부를 시작하신 이유는요.

평소 사진이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서 글을 쓸 때가 많았어요. 가령 케이팝을 듣고 시를 쓰는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창작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에서 세일즈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비교적 긴 호흡의 글을 쓰기에 시간상으로 많이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가사는 바쁜 시간에도 이틀이나 사흘 짧게는 몇 시간 내에도 몰두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사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기도 하면서 창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했을 무렵이 마침 비건(Vegan)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와 비슷하네요. (웃음)


본격적으로 비거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작가님은 이와 관련해 방송에도 출연하기도 했고 여러 글도 쓰셨잖아요.

네, 방송은 지금까지 두 번 출연했죠. 한 번은 TvN <온앤오프>에서 이슬아 작가를 중심으로 비건 지향인들끼리 모여 비건 음식을 해 먹었었죠. 다른 한 번은 EBS <채소가지구>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채소만으로 조리된 비건식 요리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요. 제가 사실 방송 체질은 아니지만 (웃음) 유익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방송 중간에 진행자분과 비건 식단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 나눈 기억도 나네요. 종종 비거니즘에 대한 칼럼이나 에세이를 써서 발표하기도 했고요.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되신 건가요.

제 소셜 미디어를 계정을 통해 꾸준히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피드를 많이 올렸는데요. 그걸 기억해 주신 것 같아요. 특히 ‘운동하는 비건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고요.


운동하는 비건인이라니흥미로운데요채식만으로도 근력 유지가 가능한가요.

그럼요. 실제로 일상에서 섭취하는 비건 식단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콩, 두유,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로도 원하는 피지컬을 만드는데도 부족함이 없죠. 물론 열심히 운동도 병행해야 하고요. 실제로 제가 채식과 운동을 함께 실천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기록해 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직 비거니즘이 아직 생소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보통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될까요.

아무래도 사람마다 그 계기가 모두 다르지 않을까요. 건강일 수도 있고,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요. 물론 동물권도 중요한 이유죠.


그럼 작가님은 어떻게 비거니즘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나요.

저는 처음엔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 책의 도입부가 동물의 타자화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거든요. 이를테면 반려동물에 비해서 소나 돼지와 같은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다르잖아요. 그 연결고리가 언제 끊어졌을까, 묻는 거죠. 단지 채식주의를 넘어,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이나 동물이 사용된 옷도 지양하죠. 그러니까 비거니즘이라는 게 본래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생산과 소비를 비롯한 삶 전반에서 동물권 보존을 위한 방식을 실천하는 거예요. 어쩌면 심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에세이로 가볍게 풀어 쓴 책을 읽으며 저 또한 설득되었던 것 같아요.




비건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보통 유제품, 계란, 해산물을 비롯해 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 비건(Vegan)에서부터 시작하죠. 이 책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편하실 거예요. 인플루언서 유튜버 ‘초식마녀’님의 책인데요. 완전한 비건부터 어느 정도까지 먹을 수 있는 범위가 허용되느냐에 따라 세미 베지터리안(Semi vegetarian) 그리고 제가 실천하고 있는 플렉시 베지터리언(Flexi vegetarian) 등등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저 같은 플렉시 베지터리안은 단지 특정한 식단으로 국한하기보다는 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간헐적 베지터리언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의 경우엔 채식을 하면 일단 몸이 매우 건강함을 느끼는 거 같아요. 평소에 피곤함도 덜하고, 몸이 가볍다고 느껴져요. 어쩌면 피가 맑아진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령 헌혈을 할 때도 이전보다 혈액 분리가 빨리 이루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실천이 그리 쉽지만은 않죠. 소화가 금방 이루어지기에 공복감도 빨리 찾아오고요. (웃음)




공복감 외에도 어려움이 잇나요?

일단 시간이 필요해요. 채식 옵션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는 해도 외식이든 배달 음식이든 육식에 비해 훨씬 제한적이거든요. 그래서 직접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손질하고 조리하기까지 걸리는 절대적인 시간이 있으니까요. 특히 초기에는 평소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느낌이고요. 무엇보다도 돈과 시간보다도 심적인 여유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생길 수도 있을  같네요가령 회식이라든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실 때도요

다행히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데 크게 방해가 되진 않아요. 하지만 논비건(Non-vegan)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는 조금 고민이 되죠.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과, 친구들의 취향에 맞추고 싶은 욕구가 공존하니까요. 술 같은 경우, 와인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와인 제조 과정에 물고기의 부레, 동물의 가죽 등이 사용되거든요. 그래서 내추럴 와인이나 비건 인증을 받은 주류가 대안이 되죠.




비건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쉬운 방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아주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거의 쓰지 않으려고 해요. 어디를 가든 꼭 장바구니를 챙기는 습관을 들였어요. 칫솔 같은 경우도 대나무로 된 것만 쓰고요.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줄이고 신선한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포함되죠. 아침에 간단히 케일과 사과를 갈아 주스를 만들어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쉽게 시도해  만한 채식 레시피가 있을까요
토마토 비빔밥을 추천해요. 아까 말씀드린 유튜버 초식마녀의 레시피를 참조해서 저도 자주 해먹거든요. 일단 토마토와 청양고추, 상추를 세척해 다듬고 적당이 썰어 밥에 고추장과 함께 비벼주면 돼요. 취향에 따라 들기름이나 각종 채소 등을 추가할 수도 있고요. 레시피는 간편하지만 맛있고 든든한 한 끼 비건 식사죠.




정성스레 재료를 씻고 손질해 조리하는 모습이  정직한 과정처럼 보여요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비거니즘이란 무엇인가요?

일종의 태도가 아닐까요. 단지 먹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대하는 태도인 거죠. 사실 현대인은 거의 매일매일 소비하잖아요. 거기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실천하면 되는 거죠. 저도 예전엔 가죽 옷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예 구매하지 않거나 비건 피혁으로 대체하고 있어요. 무조건 새것만을 소비하지 않고 물물 교환이나 중고 거래로 물건을 장만하는 것도 일종의 실천이죠.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 나갈 비거니즘이 작가님에게 다가올 날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네요작가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모습은 뭔가요?

삶의 균형을 맞춰 나가고 싶어요. 현재는 일의 비중이 조금 큰 편이라, 창작과 일의 균형을 이뤘으면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작사 공부도 꾸준히 해서 실제 곡도 써보고 싶고요. 언젠가는 제 소설집을 발표할 거예요. 비거니즘도 꾸준히 병행하고 창작 활동을 지속함으로써 건강하고 균형 있는 삶을 살고, 그게 다시 창작의 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Tips

‘운동하는 비건인’ 이영훈 작가가 직접 전하는 간편 비건 레시피 토마토 비빔밥

밥에 토마토와 청양고추, 상추, 고추장 넣고 야무지게 비벼주면 끝! 

기호에 따라 들기름이나 구운 버섯, 오이 등을 넣어으면 맛있습니다.


 맛있고 든든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비건 식사 한 끼 하고 싶을 때 추천드립니다.

Editor
Chung Jinwook
|
Photographer
Hoon Shin
|
Date
2023-09-27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0
    • creator
    • cafe-bar
    01

    명상하는 마음으로 굽는 케이크

    재연 씨의 케이크에서는 여러 가지 맛이 납니다. 혼자 베이킹을 하며 드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과 사진으로 꾸준히 기록했다고 하네요.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1
    • peace-maker
    • cafe-bar
    76

    걷고 마시고 생각하며

    그는 삶의 가장 근본적이고도 정직한 움직임인,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롯이 자신을 위한 한 잔의 칵테일과 함께 마음을 정돈합니다. 

  • 집스터 인터뷰 연관 썸네일 2
    • specialist
    • plant
    70

    일곱 계절의 정원

    정원가 김재용의 정원은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하는 일곱 가지 풍경이 있습니다. 

70
54

로그인하여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로그인
커뮤니티
마이.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