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음악 플랫폼에서 힙합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요. 글쓰기에는 애정이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도 작업하고있고 주로 매체에 기고하기도 해요. 그리고 2015년부터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연습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주로 무엇을 가르치나요?
힙합 문화와 역사요. 무대에 설 때 힙합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거든요. 방송이나 무대에는그런 모습이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요즘 아이돌은 힙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좋아해요.
힙합 신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나요?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3년 4월 쯤? 더콰이엇, 팔로알토 이런 뮤지션들과 데뷔 동기예요.

재능의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을 했어요. 예술가의 탤런트와 작품을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은 확연히 달라요. 또 힙합을 좋아하지만 그 장르에만 갇혀 있는 사람은 아니예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는데, 특히 윤종신 음악을 좋아해요.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에 팍 꽂히는 가사가 있어요. 누가 저더러 그런 가사를 쓰라고 하면 저는 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종신의 가사가 아름다운 건 감성과 직관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제 강점은 이성과 논리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걸 일찍이 깨달은 거죠.
선택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뮤지션으로서 실패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죠. 글쓰기는 제게 차선이 아니었거든요.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꼭 창작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껏 이 분야에서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독점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승산도 있었고요.
처음 대중문화나 힙합을 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는 남들이 안 해 본 분야에 먼저 깃발 꽂는 편이고 나만의 오리지널리티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보니, 그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현재 컬렉팅 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LP와 카세트, 비디오 게임, 그 다음에 애니메이션과 일본 드라마, 비디오 테이프, 만화책 등 각종 서브컬처를 섭렵하고 있죠. 대부분 LP로 나오지 않은 음반들은 CD로 소장하고 있고요.
서브 컬처를 어떤 계기로 좋아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2010년 즈음,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좋아하는 이유를 딱 잘라 말하기엔, 이 끌림이 너무 자연스러워요. 그냥 그런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인 거죠. 비디오 게임의 경우, 어릴 때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동시에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꿈과 희망을 준다고 생각해요. 제가 뭘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하나씩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소장 기준이 있나요?
비디오 게임의 경우, 비싸거나 레어템이라고 해서 구매하진 않아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말일 수 있는데, 저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보죠. 휩쓸리는 것을 매사에 경계해요. 요즘 OTT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매주 플랫폼에서 홍보하는 콘텐츠가 바뀌고 사람들이 주구장창 그 콘텐츠를 이야기하곤 하죠. 그런데 저는 그런 이유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아요. 삐딱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콘텐츠를 소비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유행하는 콘텐츠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서 소외 당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말할 때, 본인의 고유한 생각이 얼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SNS에서 공감이 되는 글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문화란 곧 지금 가장 유행하고 핫한 무언가를 가리킨다는 내용이었어요. 유행하지 않더라도, 혹은 유행하더라도 묵묵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취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취향이 모여 건강하고 튼튼한 문화가 형성되는 거고요.
기판도 모으나 봐요.
실제로 어릴 때 오락실에 있었던 기판들이에요. 오락실이 폐업하면, 세운상가나 을지로 일대에서 기판을 따로 팔아요. 오락 기계에 저 기판을 꽂으면 어렸을 적 하던 게임을 다시 할 수 있는 거예요.
오래된 모니터들도 많네요.
각 게임에 적합한 모니터가 따로 있거든요.
소장하지 않고서도 다양한 음악이나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럼에도 소장하는 이유는 뭔지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수집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애정이 있고, 만져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뻔한 이야기인데, CD는 앨범 재킷부터 부클릿 내용까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요.
또 인테리어 효과도 톡톡히 보는 것 같아요. 가구나 오브제 등 관심 밖의 것들로 작업실을 꾸미기 싫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저는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 싸여 있을 때 좋은 에너지가 나오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업실에 매일 오다 보면, 매번 새롭고 놀라운 느낌까지는 받을 수 없지만, 제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소비를 하지 않는 게 성숙한 태도라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해졌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있다는 좋은 기운과 수집품과의 교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일까요.
레트로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레트로를 추억이라는 말로 한계를 짓고 과거 지향적이며 일시적인 문화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제가 수집하는 건 추억이 아니에요. 취향이죠.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진행했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던 이유도 향수가 아니라 취향이었다고 생각해요. 래퍼 기린(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유행했던 뉴잭스윙을 주요 테마로 잡은 아티스트)이 인기 있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레트로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인 거예요.
OTT 콘텐츠를 볼 때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크레딧까지 제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그 작품을 다 감상했다고 말하거든요. 그걸 누가 옆에서 검사하진 않지만 성격이 이래요.(웃음) 뭐든 깊이 이해하고 허투루 영리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인간관계나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계속 결과물을 생산하고 성취를 얻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편이거든요.
무언가에 꾸준히 관심을 두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잖아요.
솔직히 힘들 때도 있어요. 쉴 때는 아무것도 안해야 하는데, 수집품을 모으려고 찾아보고 효율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따져보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힘든 걸 자꾸 해야지 궁극적인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이 공간에서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턴테이블에 새로 산 LP를 재생할 때, 레트로 게임을 할 때.
집과 작업실을 분리한 이유가 있나요?
당연한 말이지만, 일과 쉬는 공간은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점점 작업실에서 자는 날이 많아지면서 합칠까 생각 중이에요. 공간을 분리했을 때 좋은 점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같은 공간에서 모두 다 해결해도 상관 없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꽤 오래 전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메모하는 게 그냥 좋았어요. 그날의 할 일부터 지출 내역, 개인 SNS에 올릴 콘텐츠, 글감, 라이브러리까지 모두 정리를 해두는데, 그 안에서 영감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메모도 수집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까요?
본질은 다 연결되어 있죠. 사고 모으고 기록하는 걸 통틀어서 저장이나 수집, 아카이빙 등의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도 메모에 저장되어 있나요?
수집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내기 위해 원고 작업을 이제 막 시작했어요. 도대체 왜 저장이라는 행위를 하면서 사는지 고차원적으로 풀어낼 예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