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빈손으로 다녀온 저녁
sunshine mia
2026.02.28 22:38
조회수 57
오후 늦게 바빠 시어머님의 전화를 놓쳤다.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나가기 전, 급히 전화를 드리니
밥 먹고 천천히 와도 되니 꼭 들렀다 가라고 하신다.
딸과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저녁이라
양갈비를 구워 먹고,
나는 꽤나 당당하게 빈손으로 어머님 댁에 들어섰다.
그런데 식탁 위에는
말 그대로, 계절이 펼쳐져 있었다.
모든 나물은
어머님이 밭에서 손수 채취하고
삶아 말려두신 것들이다.
그 시간이 겹겹이 쌓여
이렇게 우아한 음식이 되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지, 호박, 꾸지뽕, 가죽, 망초, 뽕잎, 냉이,
고구마 줄기, 시래기, 고춧잎, 방풍, 오가피,
그리고 오곡밥까지.
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 하나만 챙겨
냉큼 들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묵직해졌다.
배보다 마음이 더 부른 저녁.
오늘 나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마음 가득,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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