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하얀 여름 - 열세번째 이야기

Pa
2023.04.24 23:29
조회수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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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은 열세번째 이야기입니다.
=====
새하얀 곳.
너무나도 하얀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바닥을 쳐다보는데도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곳.
한 발을 내딛을때마다 뽀도-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눈이 쌓여있지만 무더운 여름날씨에 전혀 춥지 않았던 그곳.
그곳이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곳의 풍경과 공기가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었다.
그곳의 주소나 공식적인 명칭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난 그곳을 기억하고 있고, 그곳을 그녀와 함께갈 것이라는 사실.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이었다.
"어서 날 그 곳으로 데려다 줘.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거기가 어딘지 기억은 나는거야?"
"아니. 하지만 확실한건 너와 함께라면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느껴져."
그녀는 결심했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래, 가자. 언젠간 너도 알아야만 하니까."
난 그곳이 매우 먼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매우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면서 눈이 오는 곳이라니. 대한민국에 그런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의외의 장소라는 표현을 쓰는것조차 뜻밖일만큼 너무나도 가까운 의외의 장소.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불과한 아파트 단지 뒷편의 좁은 통로였다. 이 통로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비집고 지나갈 정도의 작은 통로였는데 아파트 단지 뒤에 위치해 있다보니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곳에 사람의 흔적이 있을때라곤 흡연구역까지 가는게 귀찮다는 핑계로 몰래 숨어 담배를 피는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과 실랑이가 일어날때 뿐이었다.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 여행 장소라고?"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말없이 DSLR 카메라를 건넸다.
나는 사진기를 만져보다가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놀라운일이 펼쳐졌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뷰파인더에서 눈을 뗐다. 그러자 다시 내가 보고 있던 세상이 나타났다.
분명 뷰파인더를 통해 본 곳도 이 아파트단지였는데... 왜 뷰파인더를 통해서 볼 때만 눈이 오는거지?
그녀가 다 이해한다는 듯이 나에게 설명했다.
"그 카메라는 과거와 지금을 연결하는 일종의 타임머신이야. 시간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 우리는 그걸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는 의미로 타임미러라고 불렀어."
나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카메라라니.
다시 한번 뷰파인더를 통해 아파트 단지 뒤로 난 좁은 통로를 내다보았다.
'헉'
그리고 나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타임미러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통로에는 수북히 눈이 쌓여 있었고 그곳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체온을 어떻게든 나누려는 듯 몸을 껴안고 있었지만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것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바로 그녀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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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곳.
너무나도 하얀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바닥을 쳐다보는데도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곳.
한 발을 내딛을때마다 뽀도-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눈이 쌓여있지만 무더운 여름날씨에 전혀 춥지 않았던 그곳.
그곳이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곳의 풍경과 공기가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었다.
그곳의 주소나 공식적인 명칭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난 그곳을 기억하고 있고, 그곳을 그녀와 함께갈 것이라는 사실.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이었다.
"어서 날 그 곳으로 데려다 줘.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거기가 어딘지 기억은 나는거야?"
"아니. 하지만 확실한건 너와 함께라면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느껴져."
그녀는 결심했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래, 가자. 언젠간 너도 알아야만 하니까."
난 그곳이 매우 먼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매우 따뜻한 날씨를 유지하면서 눈이 오는 곳이라니. 대한민국에 그런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의외의 장소라는 표현을 쓰는것조차 뜻밖일만큼 너무나도 가까운 의외의 장소.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불과한 아파트 단지 뒷편의 좁은 통로였다. 이 통로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비집고 지나갈 정도의 작은 통로였는데 아파트 단지 뒤에 위치해 있다보니
사람들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곳에 사람의 흔적이 있을때라곤 흡연구역까지 가는게 귀찮다는 핑계로 몰래 숨어 담배를 피는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과 실랑이가 일어날때 뿐이었다.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 여행 장소라고?"
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말없이 DSLR 카메라를 건넸다.
나는 사진기를 만져보다가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놀라운일이 펼쳐졌다.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뷰파인더에서 눈을 뗐다. 그러자 다시 내가 보고 있던 세상이 나타났다.
분명 뷰파인더를 통해 본 곳도 이 아파트단지였는데... 왜 뷰파인더를 통해서 볼 때만 눈이 오는거지?
그녀가 다 이해한다는 듯이 나에게 설명했다.
"그 카메라는 과거와 지금을 연결하는 일종의 타임머신이야. 시간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 우리는 그걸 과거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는 의미로 타임미러라고 불렀어."
나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카메라라니.
다시 한번 뷰파인더를 통해 아파트 단지 뒤로 난 좁은 통로를 내다보았다.
'헉'
그리고 나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타임미러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통로에는 수북히 눈이 쌓여 있었고 그곳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체온을 어떻게든 나누려는 듯 몸을 껴안고 있었지만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것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바로 그녀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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