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엄마의 목소리로 힘내어 살아본다

룰루랄라5
2024.11.28 10:08
조회수 74
2021년에 아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깨달았다.
같이 찍은 사진도 몇 개 없고, 음성이 하나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동영상을 찍는 시대에 아빠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은 아무리 뒤져도 하나도 없었다. 대개 아이 옆에서 말없이 웃고 계신 모습뿐이었다.
사진으로 모습은 많지만 가끔 아빠가 부르는 내 이름이 듣고 싶다. 요즘은 AI기술이 좋아져서 몇 초의 목소리 클립만 있어도 들을 수 있다던데, 그 몇 초조차 없다는 사실이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이후 나는 엄마와의 전화를 자동녹음하는 설정을 추가했다. 그리고 좋다는 곳을 최소 한달에 1번은 다니며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기고 있다.
엄마는 5년째 치매로 기억을 못하신다. 그래서 열심히 찍은 사진으로 포토북을 만들어드렸다. 사진 밑에 자잘한 그날의 얘기들을 가득 적어. 요양보호사 말에 따르면 기억은 못하시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그 포토북을 보시며 설명하신다고 한다.

장기기억은 문제가 없어서 인생을 살아가는 얘기나 철학적인 얘기는 아무 문제없이 대화가 가능하다. 나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좋았던 걸 모아 두었다 엄마와 만날 때 읽어주고 얘기해본다. 어떻게 생각해라고.
오히려 그런 주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아서 정말 불꽃튀게 한참을 대화한다. 엄마는 갱년기때 어땠어? 살다가 이제 더는 살고 싶지 않다 하던 날도 있었어? 그때 어떻게 넘어갔어? 가끔 내가 너무 초라할 땐 어쩌면 좋을까.
아빠와도 생전에 나눠보고 싶었지만 한번도 해본적 없는 얘기들을 엄마와 실컷 나누고 있다.

난 엄마의 "우리딸 사랑해, 항상 즐겁게 살아줘서 엄마가 매일 고마워"라는 말에 모든 마음이 풀려서 또 살아간다. 그 목소리가 내 핸드폰 녹음파일에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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