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마지막 잎새
소복반금
2024.10.28 15:58
조회수 26


마지막 잎새
태양이 오래된 고목을 고문 하고 있어
푸른 봄은 무수한 나이테를 가지고 태어나고
절벽에 입맞춤을 하며 너덜-휘청거리고 있어
딱 하나만, 딱 한 번만 스스로 끊어내면 돼
오늘은 먹구름을 앓아 자살하기 좋은 날씨야
가시나무가 목을 후벼 파는, 마치 탄산이 터지는 것 같아
목줄 없이 자유롭게 유랑하는 개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야
지독한 푸른 봄이 시작되면 새들이 쪼아대고 별들이 반짝이지
이번 여름도 푸른 멍들이 절벽에서 당연하게 버려지고 있어
헐렁한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고목에 나이테를 깊게 새기고 스스로 점화하며 소실해야 해
선명한 여름과 희미한 겨울 사이 그렇다고 애매한 가을도 아닌 곳에서
잠시 불었다가 멈출 바람일 거면서 왜 그리 자극적인 봄 냄새를 풍겼어
누군가 살짝 밀어주기만 하는 끝나는 자살
마지막으로 알량한 청춘에 바람을 한 번만 살짝 불어줘
이곳은 마지막 잎새가 몇 번의 계절 동안 너덜-휘청거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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