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한여진-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Ccxsdther
2024.10.18 11:05
조회수 40

中 하지
살구를 밟았다
이제 여름도 끝나가고 있군요
산책로에는 야생 살구들이 넘치고
익지 않은 살구 하나 구두 아래 으깨지고
그래도 산책은 계속될 수 있었지만
그만 돌아갑시다 점심시간도 끝났어요
너는 두번째로 말했다 오후 열두시 오십분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잠시 멈췄다 나는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길다고 합니다 밤은 짧다는 뜻이죠 발을 옮기기 시작했을 땐 구두 밑바닥에 살구즙이 흐르고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하지 못한 말로 남는다면 그것은, 까지 생각했을 때 두번째 살구를 밟았다 살구즙이 자꾸만 흐른다
자꾸만이라는 단어를 자꾸만 쓰게 되는 것
사람들이 자꾸만 짓고 자꾸만 만들고 자꾸만 낳고 자꾸만 먹어치워서 우리가 서로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자꾸만 뒤처지니까
어떤 열매 익지도 않고 떨어져 깨지듯
어떤 마음 말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듯
오후, 한낮
여름은 갔고
굴러다니는 살구 앞에서 그저 산책로를 끝까지 걷는 일이 또는 우리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로 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 나 어려워서 너는
끝났다고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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