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한여진-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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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xsdther

2024.10.18 11:05

조회수 48



中 하지


살구를 밟았다

​

이제 여름도 끝나가고 있군요

​

산책로에는 야생 살구들이 넘치고

익지 않은 살구 하나 구두 아래 으깨지고

그래도 산책은 계속될 수 있었지만

​

그만 돌아갑시다 점심시간도 끝났어요

​

너는 두번째로 말했다 오후 열두시 오십분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잠시 멈췄다 나는 왔던 길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낮이 가장 길다고 합니다 밤은 짧다는 뜻이죠 발을 옮기기 시작했을 땐 구두 밑바닥에 살구즙이 흐르고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하지 못한 말로 남는다면 그것은, 까지 생각했을 때 두번째 살구를 밟았다 살구즙이 자꾸만 흐른다

​

자꾸만이라는 단어를 자꾸만 쓰게 되는 것

​

사람들이 자꾸만 짓고 자꾸만 만들고 자꾸만 낳고 자꾸만 먹어치워서 우리가 서로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자꾸만 뒤처지니까

​

어떤 열매 익지도 않고 떨어져 깨지듯

어떤 마음 말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듯

​

오후, 한낮

여름은 갔고

​

굴러다니는 살구 앞에서 그저 산책로를 끝까지 걷는 일이 또는 우리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로 해요, 라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 나 어려워서 너는

​

끝났다고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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