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할머니와 땅바닥가게

돌고래호텔 (elio)
2024.04.25 15:09
조회수 131


내가 지나다니는 상가 앞 길가에는 늘 앉아서 뭔가를 팔고 계시는 할머니가 있다.
나는 종종 할머니가 풀어놓은 땅바닥 가게에 쪼그리고 앉아 이건 뭐냐고 이건 직접 키우시셨냐고 귀찮은 질문을 한다.
지난번에 사갔던 무짠지가 너무 맛있었어요(너무 물러서 못 먹고 버림) 지지난번에 사갔던 머위는 강댕장을 해서 싸먹었어요(에코백 안에 있는지도 모르고 며칠간 방치했다가 검은봉지 채로 버림)
나는 할머니 앞에서 맨날 거짓말을 한다.
오늘은 쪽파를 까주셔서 이천 원어치 사고
상추가 여려보여서 삼천 원어치 샀다.
카드가 안 되는 할머니의 가게는 언제부터인가 카뱅이 도입되었다.
할머니 나 현금 없는데.. 하니 손가방을 뒤적뒤적 해서 누군가 미리 적어준 계좌번호 종이를 내민다.
나는 김윤정이란 사람의 계좌로 오천 원을 입금하고 이체 내역을 할머니께 보여드린다.
안벼~
나는 보냈고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안빈다고 자꾸만 확인을 해달란다.
김윤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시라고 한 뒤
할머니가 싸준 꼬깃꼬깃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일어서려는데
자꾸만 뭐라고 말을 하신다.
보냈으면 갔것지, 보냈것지,
나를 보내주면서도 어쩐지 찜찜해 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김윤정씨가 잘 받았다는 말을 할머니에게 전해줘야 할텐데..
오늘은 쪽파로 뭘 만들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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