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고 사는 삶

김신나
2024.03.31 15:44
조회수 57

어제 오후, 우연히 보게 된 유퀴즈-유태오 배우님편. 기억에 남는 몇 꼭지들 중 최근 출연작인 영화 Past Lives를 소개할 때 나온 셀린 송 감독의 인터뷰가 내 가슴을 훅 후벼팠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고 사는 것이 인생에 깊이를 더해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알면 내 인생에 모든 사람들이 의미있게 되니까요"
이 말은 나의 인간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한때는 누구보다 친했고, 둘도 없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왜 서먹하거나 연락조차 하지 않게 되었을까. 한때는 피천득의 <인연>을 읽으며,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어떤 의미들을 부여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해관계에 의해 부여되는 책임과 의무가 중요해졌을까. 과거에는 의미있는 관계들이었는데 왜 현재에는 어떤 의미가 되지 못할까.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나의 잘못일까? 서로의 노력 부족일까?
나의 인간관계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꽤나 가변적이고, 좁고 깊으며 넓고 얉다. 특히, ”적정한 거리”를 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서로가 정의한 거리가 달라 때론 너무 가깝고 때론 너무 멀다고 느꼈으며, 서운함을 느끼거나 서운함을 느끼게 했다.
지난해, 남편과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꽤 관계지향적인 사람인 내가 왜 사람사이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큰 것인가에 대한 것과 왜 누군가는 내가 냉정하다고 느끼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10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본 그의 말에 따르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관계지향적이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변을 살피고 챙기고 먼저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 나도 모르게 밖에 쏟는 에너지를 줄이고 안으로 배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냉정하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특정 인물들에게만 호의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거라고.
돌이켜 보니 그랬다. 나는 진짜 편한 사람들이 아니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신경 쓰이는 게 많아서 밥을 편하게 먹지 못한다. 또한 언더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됐다. 오히려 진심이라서, 마음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니. 덕분에 적당한 거리 유지 본능과 타인을 향한 마음의 크기를 조절하려는 마음은 일종의 Balancing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나는 관계를 맺는 일에 능하기도 하고 서툴기도 하다. 여럿이 어울리는 게 좋기도 하고 집에서 혼자 쉬는 게 더 좋기도 하다. 여러 상황에서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세상엔 좋은 인연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분별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진정한 의미를 지닌 관계들에 소홀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내가 너무 소모되지 않도록 (조금 더 매끄럽게) 거리감과 균형감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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