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형용사적 인간 대신 동사적 인간

이브프쉬케하얀수염의동생
2024.02.10 12:51
조회수 61
나는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다.
최초의 열등감은 (아마 그 전에도 소소한 열등감, 부러움이 있었겠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있었다.
친하게 지냈던 ㄴㄷㅇ이 부러웠다. 이 애는 키도 컸고 신축 아파트에 살았고
할아버지와의 사이도 좋았고(내 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와는 왕래가 드물었다)
동생과 언니가 있었고 게다가 단체사진에서 눈을 감고 찍힌 나와 달리 귀엽고 독특하게 ‘치즈’하고 사진이 찍혔다.
인간 자체가 지지부진하고 소심한 나와 달리 그 애는 참 쿨했고 시원시원했다.
중3 때는 외고 준비를 하면서 학원에서 매주 시험에서 1,2등 하던 ㅅㅂㄹ이 참 부러웠다. 난 그애가 외고 시험보러 간 주에만 1등을 했었다.
그 애도 참 귀여웠고 싸이에 글만 쓰면 몇 개의 댓글이 달리던 인기 많은 아이였다.
고2 때는 모두가 다 부러웠다. 누구에게서나 나보다 나은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모두가 싫어하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에게서도
열등감 느낄 거리를 찾아냈다.
이번에 국제실습을 갔을 때도 나는 부러워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시간은 즐거웠지만 그 와중에도 열등감은 풀이 죽는 적이 없었다.
열등감을 그만두자는 이 글을 쓰러 블로그에 들어와서도 이웃블로그를 부러워했다.
열등감을 느끼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야지. 정말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요즘은 한국에 돌아와 침대에서 매일 앉아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시간 속에서 그냥, 이제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을 열등감에 시달리고 나니 지쳐버렸다.
더이상 열등감으로 인한 생채기를 다독이기도 힘이 든다.
이제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이 고리를 끊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작년에 내가 썼던 이 표현이 생각난다. ‘나는 형용사로 표현되기 보다는 동사로 표현되고 싶다.’
멋지고(nice), 친절하고(kind), 잘하고(good) 이런 형용사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뜨개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스케이트를 타고, 요가를 하고
이런 동사적 인간이 되고 싶다.
난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누구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더 이상 뭔가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싶지 않다.
그냥 그것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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