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흘러가는대로.그러다가 또 같이

함수씨
2026.05.08 02:16
조회수 87
날이 좋다가 비내리는 요즘. 아주 바람직한 봄과 여름사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개인 하늘에서 피어나는 구름 구경도 좋고, 비맞은 식물들이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모름지기 비가오는 날에는 사진기를 들고 외출해야죠.

비에 젖은 바닥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사람들의 모습이 반영되는 장면은
비오는 날 세상을 그림으로 만드는 마술같고, 우중속의 백미라고 생각해요
귀에 이어폰을 꼽고 류이치사카모토의 음악을 듣거나, 시티팝이라도 들으면
영화 한편을 따로 찾아 볼 필요도 없을 정도.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사실 저는 우산을 매우 귀찮아 하고 싫어하기도 해서 어지간한 폭우가 아닌이상 우산이 아닌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외출하는데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은 매우 좋아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체불가아이템인 우산을 들고서 각자의 길을 가거나
한 우산안에 둘이 꼭 붙어 다니는 모습은 평소에 보기 힘든 장면이다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게다가 빛과 반영에 비쳐진 실루엣들은
봐도봐도 멋지구요.

홍시는 생일도 지나고 이제 한살을 더 먹었죠.
노견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저에겐 1년도 안된 애기 얼굴의 강아지 입니다.
매일 매일 이렇게 웃으며 다가와서 꼬리 흔들어주고 밥줄때마다 방방뛰어주고
산책 나갈때마다 실증한번 안내는걸 10년 넘게 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겁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하죠.
그게 강아지가 지능이 낮아서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말이 안통해서 다행이다 생각을 합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잘 지내는건 사실 어려운게 아닌데, 말이 통하니 자신의 소유욕(욕구)이 더 커져서 힘들 뿐이겠죠.

여름이 되어서 방 가구 배치를 바꿨어요.
에어컨을 한대만 가동하려고 여름에는 거실에 작업공간을 옮겨놓는 편이에요.
예전 방 사진들을 보면 또 그리워집니다.
여행왔다고 생각하고 가을을 기다려봐야죠.
여긴 에어비앤비다!

요즘 엘피 들을일이 없지만, 선반에는 항상 빌에반스의 왈츠포데비 앨범을 올려놓습니다.
헤비메탈 듣고 데스메탈 들으며 세상과 담 쌓고 지내던 청소년시절에 친구가 들려준 이 앨범을 듣고
저는 지금의 제 모습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크디 큰 반전포인트였어요.
지금이야 그 친구랑 연락도 안하고, 잊고 지내지만, 고맙게 생각해요. 세상이 참 불공평 하다 생각이 들다가도
세상은 사실 공평하고 뭣도 아니고 세잎클로버 같은 행복이 지천에 깔린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네잎 또는 세잎 클로버라도 손에 쥐어줄 수도 있는 것이구나 싶어요.

여기는 작업실에 있는 아이패드인데 보통 외출할때 홍시에게 음악을 틀어놓고 가는 곳이에요.
저기 보이는 홍시 메모패드는 ㅎㅎ 예전에 서일페 나갈때 들고가지 못해서 ㅎㅎ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배포하는 메모지입니다.

초승달이 4%인가 완전 얇은 날. 조금만 지체하면 건물 뒤로 사라질 타이밍이라
부랴부랴 망원경을 챙기는데, 디카와 연결하는 어댑터가 보이지 않아서 이것저것 찾다가
아무 카메라로 촛점도 안보고 찍었는데, 촛점도 안맞았는데 이쁜 느낌이어서 ㅎ

아침 산책. 빛이 낮게 드리워서 그림자가 길게 생기는 시간. 오전에는 연필그림같고
노을질때는 수채화 같은 풍경과 그림자들.


사람이나 차들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같은공간을 스쳐지나가는 장면들을 좋아합니다.
우주의 질서 같고, 계절같고, 우리들 같아보여요.

너무나 좋아하는 조팝나무. 다만 집에서 키우면 매우 곤란하죠.
저 잎들 매일 청소 푸악 ㅋㅋ
이번 봄도 실컷 구경 잘했다!


이 사진들은 무려 20년전 출시된 카메라로 담은 사진들이에요. 요즘카메라처럼 선명하고 쨍한 사진은 아닌데
필름과 디지털 중간쯤에 머무른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ㅎ

늘 지나가던 곳

밑창이 꽤 닳은 신발.
지인이 집에 놀러오셨다가 홍시랑 저를 함께 찍어주셨어요. 행복해라.
단골카페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냈는데, 누구는 워킹홀리데이로, 누구는 취업으로 또 흩어지게 되었어요. 2년후에는 만나서 같이 사업을 하자 너스레를 떨기도 하는데,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길 바랄뿐입니다. 스쳐지나갈지라도 오늘을 충실히 채워주는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강아지. 그들과 오래 잘 지내길.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
어버이날 잘 보내시구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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