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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 대온실 수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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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

2026.03.21 21:32

조회수 44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100년의 세월을 품은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부서진 공간을 고쳐나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치유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삼십 대 여성 영두는 과거 중학생 시절 하숙하며 상처를 입었던 창경궁 근처 원서동으로 돌아와, 노후된 대온실의 보수 공사 기록을 맡게 됩니다. 그녀는 온실의 낡은 유리를 갈아 끼우고 구조를 살피는 과정에서, 하숙집 주인이자 일본인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온 문자 할머니의 굴곡진 생애를 마주합니다. 대온실이 지닌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개인의 사연이 겹쳐지는 동안, 영두는 외면해왔던 자신의 과거와 상실감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공사 현장의 동료인 영준과 주변 인물들은 각자의 결핍을 안고서도 묵묵히 부서진 곳을 고쳐나가며 서로에게 은근한 온기를 전합니다. 소설은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더라도 정성스럽게 기워내며 삶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수리 보고서'라는 형식을 통해 세밀하게 추적합니다. 결국 영두는 대온실의 수리가 끝날 무렵 자신의 마음 또한 조금씩 회복되었음을 깨달으며, 과거와 화해하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이 작품은 낡고 훼손된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빛을 들여보내는 치유와 연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 굳이 수고로움을 들여 고쳐 쓰는 행위 자체가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미래를 향한 약속임을 보여줍니다. 


"고치고 수리한다는 것은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이 지나온 시간과 그 시간 동안 겪어온 모든 훼손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여기에 있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유리 한 장을 갈아 끼우는 일은 그만큼의 빛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던 곳에 볕이 들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물건이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보고서(報告書)는 단순히 고친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에 보고서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나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 바로 수리의 시작이라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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