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독서 기록 - 그해 봄의 불확실성(The Vulnerables)
아울
2026.02.18 01:58
조회수 49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입니다.
팬데믹 초기 봉쇄된 뉴욕을 배경으로, 70대 여성 작가인 주인공이 친구의 부탁으로 앵무새 '유레카'를 돌보기 위해 비어 있는 아파트에 머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정서적 방황으로 대학을 자퇴한 20대 청년과 뜻밖의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 청년과 세대와 가치관의 격차를 넘어 기묘하고도 다정한 연대를 쌓아갑니다. 소설은 극적인 사건 대신 앵무새라는 연약한 생명을 함께 보살피며 나누는 깊은 대화를 통해, 재난 앞에서 모든 존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멈춰버린 세상 속에서 피어난 이들의 관계는 역설적으로 우리 각자의 약점을 드러낼 때 비로소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찬란한 봄의 생명력과 대비되는 죽음의 공포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겸허히 수용하는 성숙하고 지적인 시선을 보여줍니다.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글쓰기와 예술이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 자문하며,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행위가 지닌 치유의 힘을 역설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위태로운 처지임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에게 다정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말해줍니다.

여러분은 팬데믹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맞게된 재난이 매우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본문 중에 이런 문장들이 있어요.
"봉쇄 기간에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간주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좀 위축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재고해 보고 다른 일을 구하거나 현재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그만둘 생각을 했다. 현재 일을 유지할 계획을 가진 이들도 앞으로는 그 일을 덜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
한참 새로운 봄을 화창하게 맞이해야했던 시기에 악몽처럼 다가온 공포의 시기였죠. 불편함도 많았고 감염될까 늘 긴장하며 지냈던 것같네요.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았던 이 시기가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인간은 질병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으면서도, 또 그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냈습니다.
"성공은 당신을 이전과 다른 존재로 만들어 주지만 실패는 당신을 <더 강력하게 정제된>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 소설에서 봄은 죽음이 만연한 곳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봄은 오히려 고통이었고,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폐쇄라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그 폐쇄된 공간에서 주인공과 청년의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정서적 개화의 시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봄의 새순처럼 연약한 존재이지만 그 연약함을 인정하면 타인에게 다정해 질 수 있답니다.
"세상은 멈췄지만, 우리 안의 무언가는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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