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한강 소설 <흰>
펭바오
2026.01.25 20:56
조회수 48
한강 작가님의 <흰>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였어요,
한번에 휘리릭 읽기보다 하나하나 꼭꼭 씹으면서 읽어야 그 맛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흰'이란 무엇일까?
[작가의 말]중에서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 '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 '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 .....
<흰>의 영문판 제목은
<The Elegy of Whiteness >이라고 합니다.
한국어의 하양과 흰에 대해 설명하면서, 솜사탕 같은 하양에 비해 근원적인 삶과 죽음을 그 안에 품고 있는 듯한 흰의 느낌을 강조했다고요...
영어엔 하양이나 흰 모두 white 하나 밖에 없어 작가의 설명을 듣고서 제시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진눈깨비'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백지위에 쓰는 몇마디 말처럼'
물큰하게 방금 보도를 덮은 새벽 눈 위로 내 검은 구두자국들이 찍히고 있었다.
백지위에 쓰는 몇마디 말처럼.
떠날 때 아직 여름이었던 서울이 얼어 있었다.
뒤돌아보자 구두 자국들이 다시 눈에 덮이고 있었다.
희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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