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나의 집돌이 생활 #1_귀여운 하루의 시작은 의외로 단순하다

페리테일
2023.07.04 08:00
조회수 258

코로나가 바꾼 제 일상 중에 하나가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새벽에 가까운) 에 내리는 커피입니다.
저울 위에 알루미늄 바스켓을 올리고
동네 로스터리 카페에서 사 온 원두를 꺼내
20그램을 맞추고 좋아하는 주전자에 물도 올립니다.
물 온도는 93도.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역시 동네 빵집에서 사 온 식빵 두 개를 꺼내
토스터 안에 올려놓습니다.

그 사이 올려놓은 물이 데워지면
좋아하는 드리퍼를 꺼내 갈아놓은 원두를 붓고
데워진 물을 부으면 커피가 부풀어 오릅니다.
처음 원두를 갈 때 한번,
물을 부은 원두가 부풀어오를때 또 한 번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주위를 가득 채웁니다.
매일매일 내리지만 그날그날 다릅니다.
어떤 날은 향도 더 짙고
물은 머금은 원두도 정말 방금 구워낸
빵처럼 잘 부풀어 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의 커피는 유난히 맛도 좋아서
빨리 마시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내리는 커피맛이 다른 이유는
제가 전문 바리스타만큼 실력이
훌륭하지 않아서 인 것을,
그리고
커피 빵이 잘 부푼다고 좋은 커피가 아니라는 것을.
원두에 따라 다르고
어떤 드리퍼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고
원두를 어느 정도 갈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물의 온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거기에 내리는 제 기술의 짧음까지.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게 있습니다.
기분 좋게 내리면
기분 좋은 맛이 난다는 것을.
급하지 않고
느리지만 기분 좋게.
나의 좋은 온도를 찾는 여행.
커피를 내릴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그 모든 순간이
그런 온도를 찾는 과정입니다.
오늘 아침,
내리는 커피 빵은 유난히 잘 부풀어 오르고
구워진 식빵의 갈색 줄무늬도,
까만 커피의 동그란 얼굴도
너무 귀여워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매일 보는 것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때
살아내는 기술을 하나 더 얻습니다.
소박하고 귀여운 하루의 시작은
의외로 매우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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