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하루 한 장 필사 '나태라는 트럼프'
마늘맛고추
2025.02.23 20:26
조회수 10
오늘의 필사 다자이 오사무 산문 나태라는 트럼프
문득 잡을 깨보니 방은 캄캄했다. 고개를 들자 베갯머리에 하얀 사각봉투가 한 개 얌전히 놓여 있다. 왠지 철렁했다. 빛날 정도로 순백색의 봉투였다. 단정하게 놓여 있다. 손을 뻗어 주우려고 하자, 헛되이 방바닥을 긁었다. 아차, 했다. 달그림자였던 것이다. 그 마굴 같은 방 커튼 틈으로 달빛이 기어들어와 내 베개 맡에 정사각형 그림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꼼짝 않고 있었다. 나는 달한테 편지를 받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였다. 가만히 있지 못해 벌떡 일어나 커튼을 열고 창을 열어젖혀 달을 보았다. 달은 낯선 타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 말을 걸려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 숨을 죽였다. 달은 그래도 모른 척하고 있다. 냉혹하고 엄격하여, 처음부터 인간따윈 문제 삼지도 않는다. 차원이 다르다. 나는 흉측하게 우뚝 서서 쓴웃음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니고,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신음했다.
그대로 작은 여치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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