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하루 한 장 필사 '양과 강철의 숲'
마늘맛고추
2025.02.19 12:09
조회수 21
오늘의 필사 미야시타 나츠 소설 <양과 강철의 숲>
산에 늦은 봄이 찾아와 헐벗은 나무들이 일제히 움틀 때. 그 직전에 나뭇가지 끝이 아롱아롱 밝아 보일 때가 있다. 희미하게 붉은빛을 떠는 수 많은 나뭇가지 탓에 산 전체가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을 나는 매년 목격했다. 산이 불타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불꽃에 압도 되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오히려 기뻤다. 그저 발걸음을 멈추고 심호흡했다. 봄이 온다,숲이 지금부터 어린잎으로 뒤덮인다, 분명한 예감에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앞에 두면 멈춰설 수 밖에 없다. 나무도 산도 계절도 그대로 붙잡아둘 수 없고 내가 그 안에 끼어들 수도 없다. 그래도 그런 것들을 아름답다고 부를수 있음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해방된 기분이었다. 아름답다는 단어로
치환한 덕분에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남에게 보여주거나 나둘 수도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상자가 늘 몸 안에 있기에 나는 그저 뚜껑을 열면 된다.


3
7
댓글 등록 시 3미닛 적립 (1일 10건까지)
댓글
관련 콘텐츠
인기 콘텐츠
공감순
댓글순
조회수
이 사이트는 reCAPTCHA의 보호를 받으며
Google 개인정보처리방침 및 서비스 약관이 적용됩니다.
Google 개인정보처리방침 및 서비스 약관이 적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