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짝사랑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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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고

2023.05.14 12:59

조회수 487


난 짝사랑의 달인이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혼자만 안달복달하며 속절없는 기다림 속에서 
무한한 상상으로 시작하여  
답을 받을 수 없는 기대와 설렘을 거쳐 
마무리는 절망으로 끝나는 과정을.

절망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쩍 다가와 
희망고문처럼 조금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해서
욕심을 한 번쯤 내어도 좋은 걸까 하는
이 부질없는 헛된 기대와
또다시 시작된 하염없는 애달픈 기다림.

이 진부하고도 지지부진한  
도돌이표 과정을 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처럼 하고 있는 짝사랑.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완전히 놓지 못하도록 밀당을 하는 짝사랑.
 
난 이처럼 괴롭고도 답도 없는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 짝사랑 상대는..

그림이었다.


















2인 전시에서 위 4개의 그림들이 팔렸을 땐 
"아! 드디어 답을 받았구나, 
이 길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응답을 받았다!!"
라고 희망고문이 시작되었다. 

전공자가 아닌 내겐 그림의 길이 힘들었다. 
나만의 그림을 찾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난 먹고사는 현업의 고달픔을 인질로 빌미 삼아 
마지막 아래 있는 그림들을 놓아두고 도망쳤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난 특별한 사람이라는 허영심에 취해 있었고 
또한 무언가에서 벗어날 핑곗거리가
아니었는지 말이다. 

그래서 더 괴로웠고 열등감에 자격지심이 심해졌다.
이러한 못난 나 자신과 타협을 했다.
짝사랑을 이제 끝내고 친구로 지내자고.
나도 알고 있다. 짝사랑이 어떻게 친구가 되냐고,
친구로 보는 게 더 괴롭고 더욱 희망고문이 될 거라고.
 
그림을 놓은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역시나 다시 짝사랑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적지근한 짝사랑을 하려 한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과거의 나의 20대
뜨겁다 못해서 다 태워 버릴 것 같은
치기 어린
 사랑보다는 
잔잔하게 물 흐르는 듯한 좋아하는 감정으로 
답을 내어 놓으라 떼쓰지도 않을 것이다. 

짝사랑의 달인으로서  
이번엔 지치지 말고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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