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인형을 좋아합니다.
로터스레이디
2024.11.16 02:23
조회수 128
어릴 적 너무나 가져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거의 모든 여자아이들의 로망이었던 미미 인형의 집.
우리집은 그리 가난한 것은 아니었으나 워낙 알뜰하신 부모님의 방침도 있었고
내 위로 언니가 둘이나 있는데 언니들도 가져보지 못한 것을 나는 가지고 싶다고 떼 쓸 배짱은 없었다.
대신 열심히 부러워하며 상상하며 그렸다. 결핍에서 재능이 개발되기도 하는 법.
나는 공주 그리기의 달인이 되어 친구들에게도 곧잘 종이인형을 만들어주며 같이 놀았다.
그러다보니 결국 만화와 미술과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도...
딸이 생기니 잠재되어 있던 인형에 대한 애정이 마구 되살아났다. 딸에겐 인형을 마음껏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비싸게 사면 병 나는 체질이라 열심히 중고나라와 다이소 미니어쳐 코너를 뒤졌다.
나의 인형 사랑을 알게 된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을 받기도 했고...
인형 관련 유튜브를 잠시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조금씩 모으고 줍고 선물받고 리폼했더니 어느새 인형과 소품이 너무 많아졌다.
결국 책장 하나를 통째로 인형의 집으로 만들게 되었다.
나무 무늬 포인트 시트지를 활용해 바닥도 깔아주고 그동안 모은 인형과 가구와 미니어쳐 소품들을 배치해
인형 방 전등은 온라인 세일 때 알뜰하게 마련한 '쿽라이트'를 달아주니 와우! 화룡점정!
비싼 인형의 집이 부럽지 않았다. 피사체는 확실히 빛이 있어야 살아나는 듯.
딸은 예상대로 엄청 감동받아했다. 이 인형들과 소품들로 요즘도 종종 딸과 역할놀이를 하는데
그 시간이 꽤 재미있다.
딸은 스토리를 잘 만들어낸다. 연극부를 해서 그런가 건들건들한 남자목소리부터
코맹맹이 우아녀 목소리도 잘 낸다.
기회가 되면 인형이나 인형가구나 소품을 직접 만들어보고싶기도 하다.
나는 나이가 들면 아마도 타샤 튜더 할머니 처럼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그림도 그리며 동네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한 인형극을 하며 살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그것이 내가 그려보는 노년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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