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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여름 - 일곱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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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골드

2023.04.13 15:54

조회수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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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어 일곱번째 이야기 입니다. 

"어머, 일어났네요? 보통은 하루 정도 누워 만 있을 텐데."

그녀는 내 집의 구조가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물을 따라 마시며 이야기했다.

"당신이 왜 여기에..."

"곧 다 기억나게 될 거니까 얌전히 좀 있으세요. 저도 피곤하다구요."
 
놀라서 묻는 내게 그녀는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양손 쭉 뻗어 늘어지게 기지개 켜는 모습이 묘하게 고양이처럼 보였다.

"자...잠깐만요. 카메라, 당신이 내 카메라 가지고 있는 거죠? 빨리 돌려주세요."
 
나는 다시 작은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서둘러 막아 세웠다.

"카메라? 아, 그건 영식 씨가 챙겨 갔잖아요."

"영식이 가요?? 그걸 왜...."

"아, 하긴 아직 기억 안 나겠구나. 그쪽이 맡아 달라고 했어요. 내 dslr 카메라로 진짜 사진 찍는 법이 뭔지 알려주겠다며. 암튼 나도 지금은 일단 쉬어야 하니까 이따 얘기해요 이따."

그녀는 막아서는 나를 밀쳐내고 작은방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내 집인데 내가 왜 이런 취급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서둘러 다시 전화해 본 영식의 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일단 어제의 그 호프집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의지 없어 보이는 이 이상한 여자를 뒤로하고







오늘도 역시 호프집은 한산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 했지만 영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속은 괜찮은겨? 어제 많이 취한거 같았는디"

마카로니 뻥튀기 한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주며 호프지 사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네?? 취하다뇨? 사장님, 저 어제 콜라만 먹지 않았었나요?"

"뭔 소릴 하는겨~ 
처음엔 뭐 술을 끊었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콜라만 먹는 척 얌전 빼는거 같더니 
갑자기 뭔 난리라도 난 거처럼 후딱~뛰쳐 나가...그러다가 또 한...한 시간쯤 지났나? 
다시 들어왔잖여~"

"네?? 제가요??"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웜메, 기억 안나는 척 하는 갑네. 허허 허긴 창피 허긴 헐 것 이여~"

"아니 사장님 제가 기억 안나는 척 하는게 아니라..."

"잔뜩 취해서 다시 왔자네, 뭔 커다란 카메라까지 들고 말여~ 진짜 기억 안나는감? 웬 아가씨 한 명 붙들고 한참을 떠들었는디... 카메라 수동 설정이 어쩌구 구도가 어쩌구 하믄서 말여...했던얘기 또 허고 했던 얘기 또 허고..."

아...기억나진 않지만 사장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묘사 속 인물의 주인공이 나인 것 만은 확실했다. 
그것도 잔뜩 취한... 

잠깐만, 
근데 난 분명 어제와 얼굴이 달라져 있을 텐데
사장님은 어떻게 날 알아 보시는 거지?

"사장님 근데 저 알아보시겠어요? 달라진 거 못 느끼시겠나요?"

내가 묻자 사장님은 빤히 내 얼굴을 훑어 보다가 어이 없다는 듯 대답하셨다.

"뭔 소릴 하는겨~내가 단골 얼굴도 못 알아 볼까봐? 만날 야구만 본다고 무시 허는 것도 아니고 참나...어디 보자...눈썹 문신을 했나...좀 진해진거 같기도 허고..."

엄지에 침을 발라 내 눈썹을 문질러 보려는 사장님의 손을 
필사적으로 뿌리쳐가며 실랑이하고 있는 사이 
호프집 문이 딸랑거렸다.
영식이다. 참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잘도 등장하는 영식이다.

신기하게도 영식 역시 나를 단번에 알아보는 눈치였다.
뭐지? 난 분명 얼굴이 달라진 것이 아니었나??
어제까지 내가 거울로 보아오던 내 얼굴이 거짓이었던 것인지
오늘 아침의 거울이 비친 얼굴이 거짓인 것이었는지
혼란스러움만 커져 갔다.
 
나를 발견한 영식은 마침 놀릴 거리를 찾았다는 듯 성큼 성큼 다가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뭐야 사진 찍었나보네? 그 여자 말이 진짜 다 사실이었어?"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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