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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시읽기챌린지3: 빈집-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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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집

2024.10.23 18:14

조회수 46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감상평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시집이었는데, 쓸쓸하고 어두운 그의 시에는 그 시대의 사회적 업압과 개인적인 불행등이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항상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 안에 들어있는 시 중 <빈집>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비장한 다짐을 담아낸 것 같은데요~

저는 또 다르게 읽었습니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업압이 많았던 시대. 마음이 가는대로 쓸 수 없었고, 가질 수도 없는 시대. 시인은 마음에 품은 것들을 내려놓고, 마음의 빗장을 걸어버립니다. 


기형도 시인의 개인적 인생 스토리를 알고 나면 더욱 이 시집의 우울함이 이해가 되는데요~ 


"신문사 문학 출판 담당 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중, 자신의 첫 시집 출간과 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돌연 세상을 떠난 기형도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만큼 지난 30여 년간 한국 현대시사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삶의 체험을 묵시적인 시어와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담아낸 처음이자 유고 시집이 되어버린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와 평단이 함께 들끓었고, 투명하고도 깊이 모를 절망과 우울, 끊임없는 죽음에의 예감이 떠도는 그의 시들은 한국 시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집을 통해 죽음과 절망을 철저하게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고, 매혹적인 언어로 그려냈던 그의 작품세계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다."


심야 극장에서 숨진채 발견되어 이 시집은 유고 시집으로 남게 되었지만 정말 좋은 시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쓸쓸한 가을날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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