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당신의 여름에 살고 있어
소복반금
2024.10.20 13:16
조회수 21

당신의 여름에 살고 있어
당신은 풀벌레가 우는 여름밤을 사랑했지. 초여름에 피는 금계국과 영롱하게 빛나는 달밤을 사랑했지. 그보다 맨들 거리는 입술을 나눠 먹은 우리의 여름을 사랑했지.
여전히 여름에 기억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있어. 여름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졌을 때 마음에 충돌하는 날이 선 모서리. 이미 조각난 심장은 미동이 없는데 어째서 여전히 타고 있는지. 당신이 두고 간 여름의 필름이 아직도 선명한데 과연 여름에 죽긴 죽을지.
여름에 발생하는 기억은 왜 죄다 아름다운지. 스치는 바람에도 깔깔 웃을 수 있는 건 우주의 마법이었는지. 풀숲에 숨어 사는 들쥐처럼 도망가다 끝나버린 여름, 낮에는 매미가 펑펑 울고 밤에는 개구리가 엉엉 울었다.
강가에 푸른 잎은 아무 말도 없이 추락하고 건너서 바다까지 간대. 당신의 품속에 익사한 채 유영하는 여름의 청춘.
잘 지내니? 나는 아직도 당신의 여름에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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