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작업실

지구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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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진

2024.10.20 02:20

조회수 23



늘 죽음에 대해 궁금해했다. 죽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의 역사에서 반복되어온 일이나 모든 것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에도 죽음은 고정된 사건으로 어떤 노력으로도 뛰어넘거나 통과하거나 가로지를 수 없는, 오로지 생명체가 탄생 이후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결과로서 조금은 비정하고 냉혹한 면이 있다고 생각됐다.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죽음이 모든 여정의 끝인지 또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관문인지에 대해 묻고 싶을 지경으로 나는 죽음을 죽음 이상과 이면의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

무한한 우주 광활한 우리 은하 태양계 속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나는 존재한다. 그게 얼마나 작은 스케일일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큰 사람이요, 호흡하고 부지런히 달리며 낯선 행성에 떨어진 '나'를 점점 가까이 느끼다 죽는 사람이다. 지구가 내게 부여한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며 보고 듣고 만지고 맡고 맛보았던 것들이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질 미래의 어느 날을 떠올리며, 내게 건네는 지구의 인사 "안녕, 지구인"에 화답하듯이, "안녕 밤의 지구", "안녕 비 오는 지구", "안녕 눈 오는 지구"라고 인사해본다. 나는 중심이 없어 늘 빛이 모자랐다. 낮과 밤이 분리되었고 계절의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지구! 지구는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중심이 있어 낮과 밤이 반복되고 계절을 바꾸는 신묘한 능력을 갖추었다. 변화는 정체를 풀고 무언가를 잊게 하고 치유하는 힘을 가졌다. 지구는 아픈 인간을 끌어안으려다 아프게 되었다. 


'며칠이 더 남아 있을까?'


잠든 아기의 눈꺼풀을 내려다본다. 나를 품어준 지구가 이 작은 아기도 품어주기를. '돌멩이가 조는 걸 바라본 일'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우리 아가도 알게 되길 바라면서.


-박연준,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중 "안녕, 지구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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